스페인 여행기 소회(所懷)...내면의 소리에 충실하며...
고백하건데, 나는 몇년 동안 몸과 마음이 무척 휘청 거렸었다.
몸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마음의 피로도가 누적되어 <현재>를 감당하는게 점점 피곤하게 느껴졌다.
피로가 쌓여서 아무리 리후레쉬를 외쳐도 입에서만 맴돌 뿐, 산뜻해지지가 않았다.
만성피로...가 켜켜히 쌓였다.
사춘기(10대중반에서 20대까지)를 심하게 열병을 앓았던 내가...
삶의 휘몰아치는 파도타기에 지쳐갈 때인, 사추기(50대 중반에서 60대 중반)에 진입하자,
또 열병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의지 할 수 없었던 환경때문에 스스로를 곧추 세우고, 오뚜기처럼 씩씩하게 살아냈건만,
실제로 내 안에는 늘 큰 파도가 출렁거리고, 회오리가 몰아쳐대곤 하였다.
그 폭풍우를 안으로 간직하고, 겉으로는 태연한 척, 무딘 척 살았지만
내 안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불안정한 심연이 출렁대곤 하였다.
유전적인 요인인지, 불안정했던 환경의 요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감정의 연약함은 현실에서 위안을 받을 수 없어서
허상이나, 일방적으로 감정을 전달해도 상처받지 않는 <꽃>에서 위로 받으며 현실을 감당해 왔다.
어쩌면 우리 세대들이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내느라고, 나와 비슷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쌓여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우리들은 급변하는 역사의 변곡점마다 소용돌이를 몸으로 감당하며 헤쳐 나온 세대이므로,
특별히 환경적으로 혜택 받은 소수 외에는 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여유를 부리지 못했다.
대다수 장삼이사들은 겨우 먹고 살만해진 여유에 안도하는 찰라에,
몸이 아픈 시련을 겪어야 하는 삶의 아이러니를 받아 들이기가 어려워서,
허무를 안고 뒹굴게 되었다.
삶이 그런 것이라고...애써 위로하지만...석양이 아름다운 풍경이 얼마나 되던가?
인생의 황혼을 아름답게 꾸려가고 싶다며...내 안의 자각이 어찌나 용트림을 하는지...
이제 내 안의 목소리를 낼 때다.
못 풀어낸 소리들을 다 끄집어 내어서 햇볕에 말려야 한다.
그동안 맘껏 외치지 못했던 내 안의 소리를 외치며, 발산하며, 스스로를 위로해야...
남은 삶, 가볍게 마무리를 잘 할 것 이므로...
내 삶의 무게에 갇혀서 옆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다 덜어내고 가벼워져야 한다.
나를 드러내지 못하고, 나를 헌신하며, 내 감정은 묵살하고,
일개미처럼 살아냈던 나와 동시대를 산 사람들이나, 나의 부모세대가...
사람으로서 누리고 싶었던 여유와 안식에 대한 갈망이,
태풍처럼 몰려와서 스스로에 대한 연민으로 아파하는 현상...이 사추기가 아닐까 싶다.
여행도, 일상의 작은 사치들도, 사랑도, 그 모든 감정을 다 억누르고 살았는데...
이제는 다리가 후둘거려서 점점더 걷는 것도 힘들어 지는데,
동창의 부고 소식도 들려 오는 시점인데...
이제라도 내 마음이 이끄는대로 살아 봐야지...하는 자각이 밀려온다.
내겐 이제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일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나를 자꾸만 용기를 내라고 속살거렸다.
<너는 어떻게 살고 싶었니???>
여행 한번 가는데도 얼마나 용기를 내야 하는지...나는 절절히 경험했고,
몇 년의 시간을 마음 다진 후...드디어 결행했다.
이제 시작이 될 것이다. 나를 위한 여행. 나를 찾는 여행. 나에게 선물해 주는 여행.
아직은 홀로 서는게 두려워서 막내가 건축 기행을 떠난다는데 합류했다.
모든게 서툴러서 패키지 여행을 택했다.
내겐 거금을 투자하는 여행이니...오래 두고 곱씹으며, 곰탕처럼 우려내서...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한다.
엿가락 하나를 늘려서 여러개를 만드는 재주를 또 발휘해야지~훗~^^
(몸에 켜켜히 밴 본전 정신)
우물안 개구리로 살았으니, 다른 세상을 접하며
내 존재가 얼마나 미숙하고, 나약하며, 왜소한지를 자각해야지.
산다는 핑계로 내가 얼마나 태만하고, 무기력해졌었는지를 반성해야지.
나의 우물이 정체되어 이끼가 낀 것은, 다른 누구의 탓이 아니다.
내가 스스로 무너진 탓이다. 이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지.
인생의 4막 3장 쯤 되는 이 시점에서, 나를 더 깊숙히 들여다 봐야지.
노추(老醜)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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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박 8일의 스페인 여행기는 천천히 공부를 다시 해 가면서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유럽 문화의 근간이 많은 식민지를 거느리고 착취하여, 밑밭침이 되었을 부의 역사에,
다양한 예술과 문화가 꽃을 피게 하였겠지만, 질곡의 역사를 대입하지 않고,
보여지는 문화와 예술을 즐기기로 하였다.
<스페인 여행 6박 8일 건축 기행>
*비행기 소요시간:
10.4(금) 01:20 인천공항에서 카타르항공 비행기 타고 출발—비행10시간25분 소요—05:45 카타르 도하공항 도착--
도하공항에서 대기3시간25분—09:10 도하 출발--비행 8시간 30분 소요—10.4(금)17:35 마드리드 공항 도착
총소요시간 22시간 20분
* 여행일정: 마드리드(1)--톨레도--세비야(1)--론다--그라나다(1)--발렌시아(1)--
--시체스--바르셀로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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