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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성신문

코로나 확진, 독립 선언

by 농부김영란 2022. 7. 25.

라이프

코로나 확진■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79)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승인 2022.07.22  09:50:25

"턱을 테이블에 괴고 
눈이 침침해서 눈을 비볐다. 
그리고 생각이 나지 않았다..."




 
드디어, 나도 코로나에 걸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는 코로나.
전 세계적으로 혼란의 도가니에 몰아넣은 그 코로나에 나도 걸렸다.
벌써 몇 년 동안 코로나라는 말에 지레 공포에 떨고, 과잉반응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막상 걸리고 보니 그냥 감기 정도의 증상인가 싶다.
사람마다 증상이 다 다른 듯한데 약을 먹은 후 나의 증상은 독감 때보다는 경미한 것 같았다.

처음에는 감기기운(콧물, 기침, 발열)이 있어서 늘상 있는 감기인가 싶어 집에 상비해 둔 종합감기약을 먹었다.
하루가 지나고 견딜만한 수준의 감기라, 밭에 가서 일을 하고 있는데
지인이 커피와 파운드케이크를 들고서 찾아 왔다. 

지인과 담소를 나누고 점심때가 돼 근처의 분식집에 가서 국수를 먹기로 했다.
평소 좋아하던 맛있는 국수인데, 첫 한두 번 먹을 때 맛이 없다고 느껴지며 별로 먹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시킨 것이라 천천히 먹고 있는데, 맞은 편 지인은 맛있게 먹고 있었다.

중간 정도까지 먹었는데 도저히 먹히지가 않아서 수저를 놓고,
의식이 살짝 혼미해지는 듯해 턱을 테이블에 괴고 눈이 침침해서 눈을 비볐다.
그리고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잠시 후 의식이 돌아와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식당 바닥에 앉아있고 테이블에 기대 있었다.
지인의 말로는 내가 스르르 뒤로 넘어가더라고 했다.
깜짝 놀란 지인은 나를 일으켜 세우고, 옆에 손님은 119를 불러서 내가 의식을 차리자 곧바로 119가 도착했다. 

119 응급차에 실려 시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다.
CT를 찍고 초음파를 찍고, 혈액검사도 했는데, 특별한 이상은 없다 한다.
감기기운이 있다고 하니 콧구멍으로 긴 검사키트를 인정사정없이 쑤셔 넣었다. 콧구멍이 한동안 얼얼했다.
양성반응이 나와서 코로나에 걸린 줄 알게 됐다.

밥 먹다가 깜짝 의식을 잃은 것은 내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해 무슨 영문이었는지를 모르겠다.
다만 먹기 싫은 것을 억지로 먹다가 일어난 일이라서 코로나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 아님 다른 연유인지는 모르겠다.

기침도 있고, 약간의 가래도 있고, 열이 오르락내리락 했으나 약을 먹기 위해서 세끼 밥은 잘 먹고(입맛은 없음),
약을 먹고 비타민C도 같이 먹었는데, 비타민C를 먹었을 때와 안 먹었을 때 컨디션이 좀 다른 것 같았다.
비타민C 효과를 본 지인이 추천해서 먹어보니 좋은 것 같았다.

입맛은 별로 없어서 입이 쓰고 먹고 싶은 것이 없기는 하나,
약을 먹기 위해서 밥을 잘 먹고 약도 잘 먹으니, 증상은 심하지 않았다.
전에 독감이 걸렸을 때보다는 증상은 심하지 않았으나 무기력해지는 같고,
기운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코로나 후에도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
단백질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라고 하는데 공감을 한다.

코로나 격리 기간이 지나고 자유(^^)의 몸이 됐어도 컨디션이 상쾌해지지는 않아서 마음 관리를 잘하려고 애쓰고 있다.
일심동체라서 몸과 마음이 같이 움직이는지라 기분 좋아지는 생각과 즐거운 일을 만들려고 한다. 

“아~ 오늘도 살아서 맞는 하루가 감사하구나~”하며
또 한 구간이 무사히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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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독립선언■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78)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승인 2022.07.15  10:46:06
 
"아이들의 뿌리가 단단해질 때까지 
기다려주고 있지만 나도 노년에...
이제 잡은 손을 놓아 버리고 싶다"


 
요즘 자꾸 뒤를 돌아본다.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여기저기 고장신호를 보낸다.
마음이 깃들어 사는 몸이 불균형하니 정신도 명료하지 않다.
누군가가 무엇을 물으면 즉답이 나오지 않고, 한참 후에 생각나거나,
며칠 후에 생각나서 그때 답을 하려 하면 이미 차가 떠난 후다.
이런 일이 거의 일상화되고 있으니 몸과 마음이 노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둘째아이가 몸과 마음이 컨트롤이 안 돼 스스로를 방치한 결과가 큰 염증으로 나타나서 한 달이 지나도 낫지 않고,
또 재발해 병원을 함께 가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하루 4~5시간을 운전을 하니 내 몸도 기가 넘어서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스트레스와 운동부족으로 30㎏이상 찐 살이 가장 큰 원인일 텐데,
초기에는 운동하라고 노래를 불렀건만, 생활습관이 하나도 개선이 안 돼
급기야는 자신이 스스로 조절할 상태를 넘어선 것 같다.
캥거루 엄마의 주머니에서 내보내 세상에 적응하라고 했건만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어야 하는 고민을 하게 한다.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아이들이 연어처럼 집으로 회귀하는 것을 많이 본다.
세상에 가서 잘 헤쳐 나가며 살아주기를 바라는 우리 부모 세대들은 이런 아이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자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풍요한 세상을 사는데,
왜 아이들은 행복해 하지도 않고, 감사해 하지도 않고, 무기력하게 하루살이 인생처럼 살려고 하는가 싶다.
종내는 잘못 키웠는가 싶어 내 자신을 탓하게 된다.

주변을 돌아보니, 부모 둥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아이들에다가 다시 부모 곁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 부모세대가 열심히 사느라고 살았지만 자녀를 강하게 키우지 못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경제성장의 시대, 우리 부모들은 일하는데 가치를 두고 오직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데 모든 초점을 맞추고 달려오다가 보니,
아이들의 정신까지 함께 키우는 것을 간과한 것 같다.

나만해도 나름의 철학은 있어서 강하게 키운다고,
방학이면 귤밭으로 불러 리어카를 끌고 무거운 컨테이너를 운반하게 하고,
어떻게 돈을 힘들게 버는지를 알게 해 준다고 체험하게 하는 노력을 했지만
삶의 현장에서 아이들이 홀로서기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뻐근하다.

세상이 얼마나 많은 가치관들이 충돌하고 혼란스러운지 아이들이 중심잡기가 쉽지 않은 세상임을 어른인 나도 이해한다.
나도 종잡을 수가 없고 어디로 가는 게 올바른지 모호할 때가 많다.
정직과 성실을 강조했는데, 그렇게 못한 사람들이 득세하는 세상을 보았고,
옳지 않은 일이 빈번하며, 오직 물질적인 것을 지향하는 세상을 만났다. 

부자들은 자손대대 부를 세습해 그들이 누리고 살 수 있게 준비하더라만,
내 아이들을 홀로 당당하게 서라고 등 떠미는 내가 잘못된 것인가?
아이들의 뿌리가 단단해질 때까지 기다려주고 있지만 나도 노년의 구간에 접어들었는데,
이제 잡은 손을 놓아 버리고 싶다.
우리세대는 남은 노년의 삶도 스스로 준비해야만 하는 세대다.
“너의 인생은 네가 책임지고,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며 아이들에게서의 독립선언을 부모들이 해야 할 세상이다.
자식들아, 캥거루 주머니 속으로 다시 들어오지 말고 제발 독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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