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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바람■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59)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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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2.25 09:39:27 |
시나브로 마음이 움직인다... 선한 바람에 전염된 까닭이다. ‘산들바람’님은 인터넷상에서 인연 맺은 동갑내기 친구다. 햇수로 20년째를 맞으니, 끈끈한 우정이 만들어졌다. 지방공무원으로 지난해 정년퇴직한 그녀는 퇴직 이후에도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잉여의 수입(퇴직 후의)으로 주변에게 베풀고 있다. 평생을 한 직장에 다니고 정년퇴직한 것도, 드라마틱하게 산 내가 보면 부럽다. 실은 그 중 가장 부러운 것은 죽을 때까지 연금이 나온다는 것인데, 월급 적고, 따분하고, 미관말직이라며 경시하던 그 길을, 이제 와서 연금 때문에 부러워하는 나는 속물근성을 감출 수가 없다. 세 아이 육아 때문에 집밖에도 잘 나갈 수 없던 유배시절(^^), 나는 인터넷이라는 바다를 만났다. 인터넷상에서 먼 곳의 사람들과 교감하고, 공감하고, 지지하고, 심지어 왕래까지 하게 되는 인터넷 세상이 그때 만해도 신세계였다. 지금은 누구나 하는 보편적인 가상세계이지만, 2000년도 초반에 만해도 소수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인터넷 세상을 만나니 다채로운 재미에 흠뻑 빠졌다. 그 중에서도 ‘다음 칼럼’이라는 공간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있었는데, 남의 이야기를 읽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어떤 생각을 하며 살까?’ 나와 다른 세계(직업, 지역, 수준 등등)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게 되니, 나도 슬그머니 넷상에 집 하나를 지었다. ‘늘 푸른 세자매네 집’이라는 간판을 달고... 지금 귤 농부가 돼 주구장창 귤 이야기를 하듯이, 그때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은 세 아이들의 이야기가 전부이므로 그동안 체증처럼 막혀있던 속 얘기를 봇물처럼 쏟아냈다. 그래도 그 공간은 글쟁이 지망생들이 많아서 유려하게 잘 쓰는 글들이 수두룩했으나, 나처럼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마 같은 사람이 아줌마수다를 언어로 포장해 쏟아내는 것도 단순무식한 용기덕분이었다. 놀랍게도 독자가 생겼다. 살아있는 날생선의 퍼덕임처럼, 내 삶의 몸짓이 투박하고 거칠어도 생동감이 있어서였는지, 공감해주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니 나는 글쓰기의 용기가 생겨났다. 절제되고, 정제한, 세련된 문체는 아니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진솔하다 못해 속 얘기를 다 내보이는 유치한 어른에게 동병상련의 공감자들이 댓글도 달고 심지어 선물도 보내왔다. 그때부터 나의 독자로서 만난 ‘산들바람’님. 공직자여서인지 별로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횡설수설 쓰는 나의 글에 댓글을 자주 달아줬고, 일 년에 두어 번 속초 특산물을 보내 줬다. 솔직히 그녀가 보내주는 선물에 더 감동한 속물근성의 나를, 지금까지도 한결 같이 응원해주고, 여전히 선물해주고, 나의 귤을 넘치게 사서 주변에 선물해주는 그녀의 유전자 구조가 궁금하다. 어떻게 생겼기에 베푸는 걸 행복으로 삼았을까? 지난주도 연탄 2000장 배달 봉사를 다녀왔다고 한다. 매일 영랑호 호수를 돌면서 쓰레기를 줍는다고 한다. 베풀 때가 더 즐겁다고 한다. 그녀의 선행을 혜택 받은 나도 시나브로 마음이 움직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두리번거린다. 그녀가 전해준 선한 바람에 전염된 까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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