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귤즙 편지
따뜻한 남쪽나라 서귀포에는 매화꽃이 만발했습니다.
봄은 어김없이 왔어요.
겨우 내내 귤 이야기만 하며, 5번의 귤 편지를 쓰고,
귤을 수확하고, 발송하는 동안,
고군분투한 저는 봄맞이를 할 때 쯤은 녹초가 되었지만...
새 계절이 주는 신선함에 반응합니다.
새싹을 틔우고 꽃 피우려고 수액을 올리는 나무들처럼
제 마음부터 봄맞이를 하고, 휴식을 하며
제 몸도 수액을 만들어서 생기를 되찾기 시작합니다.
본격적인 봄 일을 하기 전,
짧은 휴식을 달콤한 차처럼 마시고...
저는 기운을 차릴 것입니다.
이 편지를 쓰는 순간부터,
그대에게 또 편지를 이어서 쓸 수 있다는 감사함에
눈이 환하게 밝아지고 있습니다.
제 소원이 일년 내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
그 소원을 들어주신 그대에게 감사 편지를 보냅니다.
귤즙을 보내면서 연서를 쓰듯 보내는 편지지만...
농부가 일년내내 땀 흘려서 가꾼 농산물을 농부의 마음까지 얹어서
받으시면 더 소중하게 느껴지실 거라는 농부의 마음입니다.
매월 귤즙편지를 쓰면서
시 한편까지 곁들여 보려고 합니다.
스산하고, 어지럽고, 혼미한 날...
시 한편을 읽고, 마음을 추스릴 수 있기를...
“ 그 암울하고, 극빈하던 흉흉한 전시를, 견디게 한 것은,
내핍도 원한도 이념도 아니고, 사치였다.
시였다. ”...
박완서 님의 글 中...
시 한편 품고...
행복한 2월을 보내십시오.
귤즙 한잔도, 시 한편과 어울리는 샘물이지요.
시를 읽는다/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 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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