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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 (건강한 밥상)

2월 귤즙 편지

by 농부김영란 2022. 2. 9.

 

 

 

 

 

*2월 귤즙 편지

 

따뜻한 남쪽나라 서귀포에는 매화꽃이 만발했습니다.

봄은 어김없이 왔어요.

 

겨우 내내 귤 이야기만 하며, 5번의 귤 편지를 쓰고,

귤을 수확하고, 발송하는 동안,

고군분투한 저는 봄맞이를 할 때 쯤은 녹초가 되었지만...

새 계절이 주는 신선함에 반응합니다.

새싹을 틔우고 꽃 피우려고 수액을 올리는 나무들처럼

제 마음부터 봄맞이를 하고, 휴식을 하며

제 몸도 수액을 만들어서 생기를 되찾기 시작합니다.

 

본격적인 봄 일을 하기 전,

짧은 휴식을 달콤한 차처럼 마시고...

저는 기운을 차릴 것입니다.

이 편지를 쓰는 순간부터,

그대에게 또 편지를 이어서 쓸 수 있다는 감사함에

눈이 환하게 밝아지고 있습니다.

제 소원이 일년 내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

그 소원을 들어주신 그대에게 감사 편지를 보냅니다.

귤즙을 보내면서 연서를 쓰듯 보내는 편지지만...

농부가 일년내내 땀 흘려서 가꾼 농산물을 농부의 마음까지 얹어서

받으시면 더 소중하게 느껴지실 거라는 농부의 마음입니다.

 

매월 귤즙편지를 쓰면서

시 한편까지 곁들여 보려고 합니다.

스산하고, 어지럽고, 혼미한 날...

시 한편을 읽고, 마음을 추스릴 수 있기를...

 

“ 그 암울하고, 극빈하던 흉흉한 전시를, 견디게 한 것은,

내핍도 원한도 이념도 아니고, 사치였다.

시였다. ”...

박완서 님의 글 中...

 

시 한편 품고...

행복한 2월을 보내십시오.

귤즙 한잔도, 시 한편과 어울리는 샘물이지요.

 

 

 

시를 읽는다/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 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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