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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귤맛, 귤값

by 농부김영란 2019. 12. 5.








드디어

한라산에 흰눈이 쌓였습니다.

한라산에서 눈바람이 서늘하게 내려오면

밤새 귤들이 얼지 않으려고 단도리를 합니다.

껍질을 단단히 하고, 당을 올려서 얼지 않으려고 무장을 합니다.

이때부터가...맛이 한번 더 업그레이드 되는 시점이지요.


반디농장 유기농귤은 귤맛 좋은 서귀포에 있으면서도

자연이 주는 최대한의 혜택을 받게 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햇살, 바람, 비,서리,눈, 바람, 태풍, 폭우...

유용한 미생물, 자연에서 나는 영양제...

화학비료가, 화학 농약이 만들어내는 맛이 아닙니다.

귤나무가 스스로 만든 영양으로 자연을 조미료로 만들어 낸

깨끗한 자연의 맛입니다.


맛...

맛...

맛...


맛 있으면 파는 걱정은 별로 안해도 되는데

맛이 없으면...아주 뻐근해지지요.

맛있게 하기 위해서

자연산 영양제를 만들어서 주고

최대한 일조량을 채우기 위해서

나무에서 완숙과를 따는데

귤 따는 인건비는 3-4배가 더 듭니다.

경제개념이 부족한 유기농 농부가

소신, 고집 세우고 걸어온 길입니다.


여름내내 가을까지 이어져 온 장마로

귤맛이 밍밍...해서 걱정 했는데

10월 내내 햇살을 쪼여서 간신히, 겨우

입에 맞는 맛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 정도면 최고는 아니지만 차선은 된다며

가슴 쓸어 내리는데...

겨울비가 주룩주룩....아이고...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당이 희석되고, 물맛이 잡힙니다.


귤 얼리기전에 따야 하는데...

또 맘이 뻐근해져요.

또 다시 수확을 미뤄요~~~

곡예를 하듯이 날씨와 줄다리기를 합니다.

이러다가 몇번이나 얼린 경험.

저는 이때부터 날씨와 비장한 한판 승부를 겨룹니다.

맛있는 귤을 보내 드리기위한 저의 노력을 기억해 주시기를...

그래서...혹여 조금 부족한 맛이 있더라도 용서해 주시옵기를...^^

맛이 없드래도 건강한 귤입니다.

(맛은...그해 다른 귤들과 비교하면 그래도 으뜸이다고 늘 생각합니다.^^)


회원님들...

혹시 받으신 귤이 당도가 부족하면

햇살 잘드는 베란다에 햇볕을 쪼여 주세요~

이틀만 쪼여 주어도 당도가 더 올라갑니다.

저희는 미리 따서 저장 숙성을 하지 않고 내보내니까

후숙 기간이 없읍니다.

받으셔서 깨진 것 골리내고 햇살 좋은 거실이나 베란다에

햇살을 좀 더 쪼여 주세요.

비 맞고나서 맛이 좀 희석 된 것 같아요.

다시 귤 따는 것도 뒤로 미뤘습니다.

이제부터는 사실 여유 부릴 때가 아닌데

내 입에 맞지 않으면 적당히가 안됩니다.


좀 부족한 맛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널리 널리...헤아려 주세요.


저는 이때부터 코에서는 늘...코피 딱지가 붙어 있습니다.

전력투구 합니다.


귤값은...유기농이라서 비싼게 아니고

유기농인데도 싸구나...이게 저의 지론입니다.

일반귤값과 비교불가...

그 이유는 백가지도 넘습니다.^^

차원이 다른 귤...

차원이 다른 귤을 선택한 그대...


우리는 유기농귤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입니다.















2차귤은 사랑밭의 유기농귤입니다.

남편은 패킹하고  저와 큰언니는 일일이 손으로 선별합니다.

모든 것이 수작업이라 더딥니다.

아주 크고, 아주 작고, 아주 못생긴 비상품들은 골라 냅니다.

딸 때도 따라다니며 한시간 간격으로 골라 따라고 주지시키는데도

상자에 담을 때도 매의 눈으로 선별해서 보냅니다.

더러 조금 더 미운 귤들은 몇개 넣어 봅니다.

 겉모양이 미운 것들과 고운 것들과 맛을 비교해 보라고...

혐오스러울만큼 상처가 많은 아이들은 열외 됩니다.

아~~~이 불공평한 외모 지상주의를 저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못난이들도 일부 퇴비도 되고 , 일부 귤즙이 되니까 그나마 다행입니다.

회원님들께서 받으시는 귤들은 모양도 때깔도 좋은 아이들입니다.







이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책상풍경은

제가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일하는 현장입니다.

캔맥주와 귤껍질이 보이지요?

맥주는 전시용입니다.눈으로만 마셔요.^^

주소정리하고 운송장 컴퓨터로 기입하고...

이러다가 졸음 운전으로 사고가 더러 납니다.

보낸 곳에 또 보내고...

잘못 보내고...

정신이 들락날락 합니다.

아이고...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저는 밤낮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저의 몰골은 야인입니다.

이 겨울, 저는 온몸으로 전쟁을 하는 무사입니다.

올겨울도 전열 가다듬어...잘 달려 볼게요.



반디농장 유기농귤을 저처럼 하루 20개 드셔 주세요.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