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봄 내내 비가 왔어서 장마가 새삼스럽지도 않다.
오히려 마른 장마가 될까 걱정 되고
불볕더위로 여름에는 가뭄이 올까 조심스런 걱정도 된다.
총량의 법칙에 따라 봄에 다 내린 비가 여름에는 건너뛰고 가을이나 겨울에 몰려 버리면
또 다른 낭패가 될 수도 있는데(몇년 전 그런 해가 있었다)
그래도 봄 장마(제주도에서는 고사리장마라고 한다)덕분에
묘목 심은거나 삽목한 것은 따로 물 주지 않아도 거의 잘 살았다.
남편은 올해는 멘티가 없어서 혼자 귤밭 관리 하느라 바쁘고
4월 파쇄까지 도와준 나는 5월에는 꿈밭 꽃길 정리하느라 하얗게 5월이 다 갔다.
6월은 지난해 못한 주변이 정글이 되었어서 정리 하느라고
기를 썼더니 몸이 기를 넘을락말락~~
(나는 6월 쯤 되어서야 겨울에 쌓인 피로를 어느 정도 떨치고
기운이 좀 돋아나 기운 센 황소처럼 의지를 불 태운다)
황소같은 의지로 주변 칡넝쿨 제압하고나니 비가 온다.
아직도 소소히 할일이 끝이 없지만 일단 하나는 했다는 안도가 밀려온다.
귤밭에 꽃길에 텃밭에, 뜰에...
왜 나는 일을 만들어서 하고, 일에 맨날 헉헉거리는지 알 수가 없다.
아~~그 와중에 다시 천연염색도 필 꽂혔다.
할일이 너무 많아서 맨날 바쁘다를 달고 사는 나...
그래도 그렇게 바쁠 수 있다는 게...내가 살아있다는 느낌 주니 어쩌나~~~
나는 살아 있어서 일 하고
일해서 사는 맛이 난다.
일은 나에게 삶의 원동력이다.
남편은 방제하고
나는 길까지 꽃을 심어서 꽃길 관리까지 한다.
제주도 특히 서귀포는 아열대기후...비가 많고 습하고 덥다.
풀이 순식간에 한길씩 자란다.
이 서귀포에서 유기농 농사를 한다는 것은 다른 지역보다
몇배나 더 부지런을 떨어야 그나마 상품성있는 귤을 만들 수 있다.
남편은 이제 홀로서기 하여 5000평 밭을 혼자서 부지런히 관리하고 있다.
예초기가 지나간 귤밭....시원~~~하다.
전 과원을 1/2 간벌하여 일조량을 풍부히 받도록 했다.
해마다 조금씩 더 나아지는 귤밭 환경을 만들고 있다.
나는 길까지 꽃길을 만들어서 일이 더 늘어 났다.
비워두면 공터에 온갖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몰지각한 사람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꽃밭을 더 만들어야 했는데
꽃에 미친 여자(꽃미녀)는 원없이 꽃에 미쳐야 할 것 같다.^^
길꽃으로 바늘꽃을 선택한 것은 은은하고, 오래 피고 다년생이여서였다.
노란 금계국은 너무 튄다고 한쪽 구석으로 몰아 놓았다.^^
하늘색 수국과 바늘꽃이 이 여름을 빛나게 해주고 있다.
여기도 대형크레인이나 대형트럭을 장기주차해 놓거나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던 곳,
꽃길 만들어서 <꽃밭앞에 주차금지>라고 써 놓았더니 효과있네~^^
집안에 귤밭안길도 모자라 바깥길까지 꽃길 만들었으니
나는 자타공인 꽃미녀다.(꽃에 미친여자^^)
지난해 손목 수술과 이사로 꿈밭 꽃길을 방치 할 수밖에 없었다.
여름 겨울 보냈는데 꽃길을 포기하나 싶을 정도였는데
겹물망초 다 살아 있고 번식한것 보니 포기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5월부터 지금까지 쉬지않고 살려낸 꿈밭 꽃길 구하기 대작전.
정글숲덕분에 꿩이 둥지 틀고 알 낳고 있다가
둥지앞이 신작로가 되어 꿩이 돌아오지 않는다.
꿩한테는 미안하지만...정글은 사라지고
숲에 가렸던 꽃들이 고맙다고 인사한다.
너희들을 어떻게 키운 아이들인데 내가 포기 하겠어~~
겹물망초길 구하고나니 가장자리
...엄두가 안 날 정도로 칡넝쿨과 억세가 뒤덮었다.
강적을 만났을 때...
쉼 호흡 길게하고...노려 보다가...기운 모아서...일전에 돌입.
어쩌겠어~ 내가 벌인 일(꽃밭) 내가 마무리 해야지~~
황소같은 기질...발휘한다.
이럴때...나는 나도 놀란다, 나에게...^^
그런 힘 어디서 나오지?
배둘레햄의 힘인가?
(이렇게 일 하는데도 살은 절대로 안 빠지는 이유는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이 먹기 때문인가?)
뭐 이런 걸 가지고
자화자찬에, 공치사에, 잘난척에...온갖 자랑질을 다하나~~ 싶지만
나는 나를 스스로도 칭찬하고
그리고 칭찬 받고 싶어서(유치한 성향 다분함^^) 이렇게 공개한다.
이거 이거...처음에는 엄두가 안나는 일.
연약한(^^) 남편은 이런 일은 피해간다.
그럼 우짜노~내가 하는 수밖에~~~
칡넝쿨 걷어내니 이렇게 멋진 빌레가 나타나는 걸.
꽃길 환~~~해졌다.
수국은 삽목해서 심었고
낮달맞이와 겹물망초는 한줌 얻어와서 번식 시켰다.
세월이 흐르니 이렇게 번식하는걸.
꽃길 살려내고나니 뿌듯~~^^
의욕이 앞서서 기세좋게 일 하다가
더위 먹었나부다.
몸이 천백근.
그러나 마음은 두둥실...
여름엔 나무그늘이 최고다.
의자위에 몸 눕히고, 새소리 바람소리, 파란하늘 바라보며
나를 생각해본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용을 쓰고 있는걸까?
잠깐동안 나의 정체성이 흔들려서 오락가락 해보니...
샅된 생각 가득히 밀려 오고,
낡아지고 고장나는 몸 생각하니 우울도 밀려 오고,
모든게 부질없이 생각 되고...
그러다가 다시 정리했다.
일 할 때가 가장 살아있는 느낌 준다는 것을.
그 무슨 일이든, 일 할 수 있음이 축복이고
몸 아끼지 많고 일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와중에...
일주일에 한번은 일 말고 다른 취미생활 하자는 생각 들었다.(전에는 그랬는데...)
인견 감물 들여서 쪽 염색 들여 여름 이불도 만들고
아이들 옷도 만들어 주자는 생각 들어서
감물 들이러 지붕위로 올라갔다.^^
이렇게 혼자서도 잘 노는 나~~~
가끔 누가 나 안 찾아주나~ 이런 생각 들때도 있다.
입에서 단~내가 날 때도 있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혼자서 일하다가보면 사람 그리울 때도 있다.
제주올레 시작될 때부터 길벗으로 친해진 길친구가 왔다고 연락 왔다.
우리는 자연을 좋아하는 감성들이라 만나면 그냥 즐겁다. 호호하하깔깔~~
우리 만난지도 벌써 9년째네~
길벗이 사진을 잘 찍어서 농부가 호사스러운 사진 몇장 건졌다.
황소처럼 일하다가 이렇게 망중한을 누릴 때도 있다.
굳어가는 감정이 모처럼 소녀감성으로 돌아온 날.
오늘이 내가 살아있는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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