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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흐르는 강물처럼

by 농부김영란 2018. 3. 22.



봄이 내 세상이 되었다며

뽐내고 있는데

겨울도 그냥 물러가기 싫다고 마지막 위세를 부리기도 하는

휘황찬란하고 어수선한  봄날.


긴 겨울을 일속에 파묻혀 지내다보니 내 소원이

 실컷 자보기.

아무것도 안하기,

뒹굴거리기

먹고 자고 놀고...

(소원 성취)


그런 날이 왔는데도

놀면서도 편치 않고(머리속에서는 할일이 많은데...이러면서 ...)

일하면서도 집중되지 않아서 놀 궁리하고,

봄바람이 스며들어서 자꾸 바깥으로 눈이 향해 있다.

농부에게 봄일은 찾으면 끝도 없어서 할일은 많은데

 몸은 놀아라~, 머리는 일해라~


세월은 잘도 간다.(시속58km가 와이리 빠르노...

세월은 나이만큼 속도라기에 58km인가 싶지만 체감속도는 시속 120km 네)

눈 뜨고 좀 어정 거렸는데 하루가 후딱~~~

한달이 후딱~~~


평생 일개미로 산 몸과 머리가 놀면서도 편치 않아 한다.

너무 일이 많아서 "아플 시간, 슬플 시간이 어디 있어~" 이러면서

내 몸과 마음에게 감정도 없는 것처럼 지내게 훈련하고 산 세월덕분에

놀때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마음이 불안하니

일병이 불치병이 되었나~~~


이 엉거주춤하면서 기분 찝찝한 것은 정체가 뭐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데 왜 허전하지?

나이 탓인가?

내 몸과 머리에서 기운을 빼내는...나이 먹는다는 거.

노년의 길목에 들어 서면서 느끼는...웬지 모를 이 허전하고 쓸쓸함....

안돼~~~~~

내 마음은 청춘이야~~~



마음 동여 매기로 했다.

차라리 일하는게 마음 편하다.

놀 줄도 모르는 사람이 놀아 보려고 하니

놀아도 안 편한...

죽는 날까지 일하는 게 내 복이고, 내 즐거움이고,내 존재 가치다.

일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패럴림픽 보았지?

살아 있다는 것은 그런거야.

신체적 장애가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 장애가 문제지~~~

내 몸 구석구석 고장 신호를 보내지만

난 그동안도 건강해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고장난 몸 고쳐가며 패럴림픽 선수들처럼 살아가자~







이 봄에 해야 할 일.

지난해 손목 수술로 엉망이 된 꿈밭 꽃밭 대충 정리하기

귤밭은 남편이 순서대로 하고 있으나

주변 어수선한 정리는 내 몫인데 전혀 진도 못 나가고 있음.

경관은 멋스러운데 여러가지로 불이익을 주는 주변 삼나무 정리하기.

(대대적 공사에 속함.4월초 하기로 예정)

빡세게 일하고 나서

내 몸에 오랫동안 기생하고 있는 덩어리 자궁근종을 수술해서 떼어내기.(5월 중 예정)

(이젠 수술할 마음 준비 됐음)

그리고는 환자코스프레 하면서 좀 쉬고...

그리고 가을 오면...아주 큰 프로젝트...천천히 집 지어볼까???


끊임없이 내게 구체적인 과제를 주어야만

정신적 공항상태가 오지 않을 듯 하다.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오더라도 사과 나무를 심는다는 말.

내가 그 열매를 보지 못하더라도 훗날 누군가가 꽃보고 열매 따 먹게 나무도 심고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조금이라도 지금보다 나빠지지않게 땅을 돌보기.

그런게 내가 할 일이지 싶다.


소띠라 자꾸 되새김질 하는 습관이 있는데

뒤돌아 보지말자.

20대처럼 미래를 설계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해보자.

(단 시속을 반으로 줄여야 감당 하겠지)


얼마전 내 친구 남편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 나이가 그렇구나~

온갖 고생 다해서 살만한 기반 잡으니

병 들고..세상 하직까지 하는 나이가 됐구나~

아마도 그런 생각때문에 이 봄에 내가 정신적 공황이 살짝 온듯 했는데...

이 정도만 살았어도 크게 억울할 것도 없는 나이가 됐다는 자각이 들었다.

내가 이 세상에 와서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벅차서 온갖 버라이어티한 쇼를 하며 살아냈지만

이제부터는...내가 큰 나무가 되어 누군가가 쉴 그늘도 만들어 주고,

절망의 한숨을 쉬는 누군가가 있으면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야, 허욕만 안 부리면 행복을 찾으며 살 수 있어~"하고 말해주어야 하는

어른의 반열에 든 내 나이.

나이값 좀 하고 살려면  나부터 샘물을 부어서 정화해야겠지.

노년은 처신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어른 노릇 제대로 하려면...


이제부터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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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잔옥대.

금잔에 은쟁반이라는 뜻의 수선화.

금잔에 봄을 가득 채워서 마시고

내 맘도 소생 시키련다.




















노랑 수선화






백서향





뜰의 봄나물








올해는 장도 담그어 보았다.(소원 성취)




오죽아래 처마 밑

장항아리만 바라봐도 가슴 설레네.^^






겨우내내 못 보았던 이웃 지인들이 연락이 왔다.

"언니, 뭐해요~, 얼굴 보고 싶네~"

일 핑계로 무심한 나를 잊지않고 찾아주는 이웃마음이 고맙네.

소박한 밥 한끼 먹고 이야기 나누다가

오늘이 바닷물 빠지는 날이라 미역 건지러 갈까?해서

"우와~~~내가 정말 해보고 싶던 일이야~

쑥 뜯고 냉이 캐고 달래 캐는 일도 하고 싶지만

바다에서 나는 아이들도 보고 싶고 먹고 싶고..."

이곳에서 오래 산 아우님들 따라 바다로 고고씽~~~

그동안 바다는 바라만 보는 대상이었는데

이제부터는 바다도 내 밭이 되는 날이 온건가?(소원 성취)


베테랑 아우님들은 전투적으로 체취에 나서서

자연산 먹거리들을 제법 수확 했지만

생전 처음인 나는 엉거주춤 엉금엉금 기어 다니면서

바다 아이들을 보는 것만도 즐거워라~


겨우 몇개 건지고

미역은 나눔 조금 받았는데

그것만 해도 족하다.

(전에는  나도 다다익선 하며 많이 수확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꼭 필요한 만큼만...욕심내지 않기가 내게 하는 주문이다.)

아이들이 육지로 떠나니까 우리 두 부부가 먹는 양이 확 줄어서

욕심 내봤자 처치곤란.

이제는 내 인생에서 자꾸만 덜어내고 비울 나이가 온 것을 느낀다.

도시를 일찍 떠나와서 자연속에서 살게 되니

점점더 자연처럼 담담해지는게 고마운 현상이다.



물이 빠지는 바다.




이웃 아우님들은 경험이 많아서

몸을 던져서 채취를 하고 있는데

초보인 나는 구경꾼^^

구경만 해도 배 부르고 즐거워라~







베테랑 아우님은 성게도 잡고 홍해삼도 잡고

심지어 오분재기(작은 전복과)도 두마리나 잡고...






미역 건지는 아우님 자세...

뭐든 몸을 던져야 얻는 법

신발 벗고 물에 들어가서 미역을 건져 올린다.

(난 이제 밭에서 몸을 던지는 농사꾼 자세는 제법 되었다^^)

미역은 이 아우님이 주어서 나는 맛 볼 수가 있었다.

난 바닷물이 밀려오면 혹시라도 도망가기 어려울까봐 주변에서 맴 돔.에궁.^^









보말



물속에서 성게 가족들도 봤는데 작아서 그냥 둠.






따개비 가족들



이름 들어도 잊어버린 해초(난 손쉽게 이거만 조금 뜯음)

남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해초



나도 작은 미역 하나 발견함

미역은 이렇게 돌어 붙어서 자란다.




나도 보말 한컵 정도는 주웠는데

빈집에 작은 게가 살고 있는 줄 모르고 삶아서

게들이 빨갛게 모습 드러냄, 미안하네~





이쑤시게로 보말 꺼내 먹음.

바다향~~~

이거 꺼내 먹을 시간이 있는 봄날이다.




며칠동안 비바람 거세어

바깥일은 못했는데

오늘부터 화창....

와~~~~햇살 반갑다~~~

 일하러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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