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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봄. 일, 꽃바람...

by 농부김영란 2018. 3. 26.


농사중에 봄일이 많다.

우리는 겨울 수확과 택배가 가장 치열하고

그 다음은 봄일이 가장 많다.

농사 10년을 넘긴 남편이 이제는 혼자서도 귤밭일은 거의 감당(겨울 빼고)하기에

나는 주변 정리를 부지런히 해야 농장다워 지는데

지난해 6월에 손목 수술하면서 손 놓은 주변은 순식간에 방치된 정글이 되었다.

자랑질 하던 꽃밭은 풀밭이 되었고

아예 안 쳐다 보고 싶을 정도가 되었는데

이 부분은 누가 도와줄 수도 없고 사람을 써서 일 할 수도 없다.

오직 김영란이 해야만 하는 일, 꽃밭.

(늘 사서 고생 하는구나~~)


왜 이리도 큰 꽃밭을 만들어 가지고 부대끼는가?

집 앞 꽃밭, 길가 꽃밭, 귤밭주변 곳곳에 심어 놓은 꽃들...

꽃에 미친 사람이 꽃만 보면 심고 가꾸고 영역 넓히다가

꽃밭에 질려서 쓰러지는거 아닌가? 자책하다가  떨치고 일어 났다.


비 오고 바람 불어서 며칠 놀다가

해가 화창 나자 일하고 싶어서 날 새기만 기다렸다.

겨우내 장거리 경주하여 기진했다가 한달여 쉬고나니

이제 조금 힘이 생긴거다.

간장종지만큼 힘이 모였는데 마음이 또 태산을 넘을 기세다.

일을 해야만 근력도 늘어나니 이제부터 일하면서 즐겨야지.


경제 개념 부족한 김영란은 돈 안되는 꽃밭에 목숨 건다고

남편이 내내 핀잔 주고 눈 흘겨도 아랑곳 않고

꽃은 내 영혼을 풍요하게 해주고, 보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당신 이성호씨도 나덕분에 내내 꽃을 즐기는 행운을 누렸잖소~하며

나는  해마다 기운을 꽃밭에 쏟는다.

이렇게 꽃과 함께 왔으니 내 삶이 그래도 늘 풍성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한평 셋방에서도 화분이라도 키우면서 늘 식물과 함께하는 소소한 행복을 누렸기에

힘든 모든 순간을 꽃으로 힐링하면서 나를 달래왔다.

 


천리길도 한걸음 부터...

어디서부터 손 대야지 싶은 페허스러운 꽃밭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샤스타데이지와 낮달맞이가 찬란했던 길가가

여름지나고 관리 못하여 페허처럼 보인다.



지난 여름 이랬던 곳이,...



이렇게 되었네~~




첫날은 이곳을 다 정리 했다.

그사이 몰지각한 인간들이 쓰레기장인줄 알고 온갖 쓰레기와

나무자른 쓰레기까지 버렸다.

공터를 나두면 사람들이 온갖 쓰레기를 버리거나 폐차를  세우거나 해서

빈 공간은 꽃밭을 만들어서 관리해야만 할 이유도 있다.

오랫만에 땀 흘리며 했더니 저녁엔 머리도 아프고 갈증도 나고 잠도 안오고...

약간 넘치게 일 했나부다. 조절 잘 해 야지.

멀리 눈쌓인 한라산을 몇번이나 쳐다보고...



다음날은 ...


지난 여름 이렇게 화사하게 피었던 길가의 바늘꽃밭이...





이렇게 덤불로 가득히...



또 쉼호흡하고...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오늘 할 일량이다.

시작부터 마음이 좀 뻐근하지만 하다보면 끝나게 되어 있다.


목표를 정했다.

1차는 점심때까지 검불 걷어내고...

밥값했으니  핼로카페 가서 새우 쌀국수 먹고, 아메리카노까지 한잔 마시고...

그리고 오후에는 무자비하게 번지는 외래종크로바 뽑기(잘못 데려왔다가 주변을 초토화시키려고해서

보는대로 뽑고 있는데 번식력이 어마무시하다)

헉헉헥헥...목표 정해 놓고 쉬지않고 일하니

깔딱 12시까지 1차 목표 완성.




바늘꽃 검질 들어내니 무궁화가 이제사 보이네.

뼛속까지 애국자인 나는(^^)  가로수로 우리나라꽃 무궁화를 사다가 심었다네 ~~



우리나라꽃이 무궁화란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은 세상이 되었는데...


저 끝에 웅장한 대문의 농장은 서울의 모여대법인 소속 땅이란다.

농장이 저택 스러워.


나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데...

우리 대문은 아래 살짝 보이는 하얀 철대문.

내가 이쪽으로 대문을 만들었더니 다음해 저 웅장한 대문을 만들었다.

나, 기 안죽어~~~ㅎㅎ...




내 차보다 훨씬 큰 무더기의 검불더미.


여기까지 하고...화려한 점심 먹으러 달려 갔다.

밥값하고나니 밥맛도 꿀맛이고

몸 뻐근해도, 마음은 뿌듯~~~



돌담끝에 내가 좋아하는 토종 동백꽃이 돌틈 사이에 뿌리 내리고 피어 있었다.

일하다가 이런 아이들이 동무해주니 심심지 않다.
















이 길이 화사한 꽃밭이 되기까지

이런 수고가 있다는 것을 기록해 놓아야

꽃밭이 거저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공치사 할 수 있기에 또 기록질, 자랑질,공치사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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