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열망 하나를 또 실현했다.
배낭 메고 무작정 떠나 보는 여행.
돌아오는 날을 정하지 않고 떠났는데
3박4일을 하고나니...녹초가 되어서 돌아 왔다.
여행도 해 본 사람이 오래~할 수 있는 것 같다.
실은 오래 묵힌(^^) 내 몸안에 기생한 혹 하나를 떼내려고
몇년째 벼르다가 드디어 수술해서 떼어내자고 맘 먹고
날짜를 정한 것이 겨울 귤 수확 다 끝나고였다.
수술 하러 왔다가 6개월 동안 혹이 줄어 들어서
좀 더 관찰해보자는 의사샘의 말을 듣고 ...바로...길 떠나보기로 한 것이었다.
어차피 수술하고 요양하고 한달쯤 쉴 요량이었기에
나 없어도 지구는 회전하고, 서귀포도 잘 있겠지 뭐~~~
(세상을 언제든지 미련없이 떠날 수 있도록 가볍게 하고
떠나는 연습도 해 봐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몇년전부터 내 뱃속에 묵직한 덩어리가 만져져서
덩어리의 정체가 두렵고도 한편 걱정 되기도 하였는데
병원에 가서 뚜껑을 여는 것도 겁이 나서 차일피일 미뤘었다.
몸이 차고, 몸에 한기가 들면 아주 심하게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은 증상이 반복 되었다.
비우는 연습이 덜 된 때라 나 없으면 모든 일이 올스톱 될 것만 같아서
병원 가는 것도 이리저리 재다가 미루기만 했었다.
"죽을 사람은 접시물에 빠져도 죽는데, 운명은 정해져 있어~" 하는,
내 지론에 기가 차다는 지인들의 여론을 묵살하고...
나는 뱃 속 덩어리를 살살 달래면서 지금까지 동거 해 왔다.
그러다가...지난해...막내까지 대학을 들어가고 나자...
이제는 일단 내 삶에 쉼표를 찍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건강검진을 받았다.
봄 일을 어느 정도 끝내고 여름이 다가오자 건강 검진을 받았는데
뱃속 덩어리의 실체가 자궁근종인 것 같다고 했다.
14cm나 되는 큰 덩어리라 수술해서 조직검사도 해보고...자궁도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각오는 했었지만...일단 암은 아닌 것 같으니 안도하고
(암이 아니라고 단정은 안했지만 덩어리가 그 정도면 벌써 사단이 났을테니 암은 아니라고 확신함)
수술해서 떼 내기는 해야 하는데 일때문에 재보게 되었다.
지난해 8월은 청귤철이 되어서 9월 중순에 수술 할까 했으나
11월이면 귤 수확철인데 수술 후 몸조리도 잘 못하고 일도 못하면 어쩌지 하는...
또 우매한 걱정으로 미루다가...겨울 지나고 수술하자고 맘 먹었다.
그동안도 잘 다스려 왔는데 그사이 실려가지는 않겠지...하며...
(주변에서 이런 나를 불가사의한 인간으로 취급하는 듯...^^)
조심 조심...내 속에 동거하는 녀석을 달래 가면서 겨울을 건너 왔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이제 더 미루지 말고 내 몸을 총 정비하자...
그리 맘 먹고 아이들이 있는 수원으로 와서 아주대병원에서 재검진을 받았다.
아이 셋을 수술해서 낳고 또 40세에 복막 터져서 또 수술 받은지라
이제는 수술하는 게 살짝 겁이 나기도 하였었다.
수술은 짧으나 그 후 몸이 감당해야 하는 후유증이 만만치가 않아서
수술 후에 내가 일을 못하게 될까봐 미리 걱정도 되었었기에 차일피일 미룬...
미련곰탱이 김영란.
하지만...
이런 것도 영란스러운거지 뭐.
항상 그랬잖아~~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그랬더니...명료하게 살아지던걸.
요즘 결정장애가 와서 다시 나를 리세팅 해야겠다.
다행이...14cm자궁근종이 10cm 라고 하니...
좀 더 지켜 보면서 줄여 봐야겠다.
(이런 나를 들여다 보느라고 요 몇년 지인들께는 소홀했다)
암이라고 해도 이겨낼 거지만, 자궁근종이라니 경종을 울리는 ...
일단 수술을 당장은 안해도 되어서 배낭 메고 떠나기로 했는데...
마침 둘째 예지가 시간이 맞아서 함께 가겠다 한다.
잠깐...저 강적(^^)과 여행하다가 싸우고 돌아 오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세상에 뭣이 중요 하관데...
지 감정 시키는대로 하는 것은 하수가 하는 짓이니
무조건 맞추자~하고
50대 엄마와 20대 딸이 평생 처음으로 둘이 배낭을 메고 여행을 떠났다.
내가 다시는 20대로 돌아 갈 수는 없는데
20대와 함께, 20대가 노는대로 하면
20대의 기분은 좀 느낄 수 있지 않을까~하고
나도 뭐든 딸이 하는대로 맞추리라...(내성질주의보를 장착하고 함께 떠났다)
심오한 생각일랑은 버리고
그냥...유치하게 20대가 하는대로 놀아보니...
요즘 아이들은 여행이 코스프레 일색이다.
그래서....
딸 덕분에
뭐 이런 짓거리를...하면서도...ㅎㅎ...
그냥 따라서 한 한복 코스프레,교복 코스프레...
훗날...돌아보면 기록만이 남아 있기에
기록으로 올려둔다.
내게도 드디어 이런 날이 왔다.
(세상이 나 없어도 돌아 간다는 생각으로 바꾸니)
첫날은 전주 한옥마을에서
다음날은 순천 드라마 세트장에서
이러고 놀았다.
23일이 결혼 기념일이었는데 결혼하여 낳은 아이가
남자친구역활 해 준다며 남장으로 코스프레...
예지는 봄나들이 차림
나는 한기 들까봐 에스키모인 차림
배낭 줄인다고 다 껴입고 나섰다.
순천 드라마세트장
40년전 여고생도 되어 보고...
젊은이는 교복 이뻐 보이라고
속옷만 입고 입지만 나는 춥다고 다 입고 교복입으니 태가 안나지만
감회가 새롭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