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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전쟁과 평화(개 대하 드라마)

by 농부김영란 2017. 2. 7.





http://blog.daum.net/yeainmam/13727562

(청복이와 홍복이가 들어온 날)




우리집 업둥이 청복이와 홍복이가 들어온지도 일년하고 한달이 지났다.

형제인듯 싶은 강아지 두마리가 동시에 한날 우리 과수원에  놀러와서  돌아 가지를 않고

며칠째 있어서 할 수없이 거두게 된 아이들.

그 아이들이 일년동안 폭풍 성장을 해서 외관상은 성인견이 되었다..

강아지 때 와서 1년 1개월이 지났으니 대략 15개월 쯤 되어서

사람나이로 치면 20살이 조금 안된 청소년인 셈.

외형은 거의 다 컸지만 아직 마음은 어린 아이들인 연령인 셈이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순조롭게만 크지는 않았다..

농사일에다가, 아직 학업중인 아이 셋에다가, 강아지 두마리까지 합세하여

 나의 삶은 여전히 잠시도 한가로울 틈이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다이내믹 드라마가 매일 펼쳐지는 나날.


청복이와 홍복이의 출현으로 내 삶은 또 한가로울 틈이 없었다.

실은 내 성격이 문제지....

개도 가족이고 생명있는 아이들은 살뜰이 보살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개크기만큼 자라게 되어 버렸으니까.


세상의 모든 생명은 아가일 때가 가장 귀엽고

자기주장이 생기기 시작하면 통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아이 셋을 방목한 듯 키웠어도,  거저 크는 생명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듯이

가족이 된 강아지도 마찬가지였다.


2016년 1월 4일에 들어 온 강아지를 처음에는 추울까봐

믿음밭 쉼터 부엌에서 키웠는데 어찌나 활발한지 부엌이 초토화 되었다.

4월이 되자 꿈밭으로 옮겨서 키우게 되었는데

풀어놓고 키우는 것은 민폐를 끼칠것 같아서 줄을 매고

하루에 한번씩 풀어 주어서 배변을 하게 했다.

기특하게도 똥 오줌을 바로 가려서 우리가 가서 풀어 줄때까지

자신의 거처 주변에는 배변을 하지 않고 참고 있다가 풀어주면 숲에 가서 누곤 하였다.

(영특한데? 혹시 지도견 후손 아녀? 하는 궁금증이...)

그리고 하루종일 묶여 있는 것이 힘들것 같아서 한시간 정도 풀어주면

동네 한바퀴 돌고 휘파람을 불면 돌아오곤 하는게 기특했다.


 개들이 사춘기 청소년기에 접어들자  불러도 안오고 애 태우는 일이 종종 생기곤 했다.

개 입장에서 보면, 친구와도 더 놀고 싶고 더구나 여자친구(아니 색시)까지 생기니

주인이 부른다고 냉큼 달려가서 묶이는 것은 얼마나 싫을까~~~

그렇게 자각있고 철 들었으면 개가 아니지...(인간도 그러지 못하는데)

어떨 때는 개들이 빨리 돌아오지 않아서 화가 난 남편이

철없는 개에게 화풀이를 하고 내게 하소연 할 때는 나는 개편이 되어서 말하곤 했다.

나도 종종 빨리 안돌아 와서 찾아 다니며, 사서 근심 만들었다며 개 키운 걸 잠시 후회하곤 했다.










그런데 개들이 나갔다가 동네 개들과 싸움을 해서 얻어 터지고 오는 일이 더러 생겼다..

아마도 서열싸움이나 영역 싸움을 하는 것 같은데

우리집 청복이와 홍복이는 청소년이 되긴 했지만

아직은 모든면에서 미숙한데도 혈기 왕성해서

큰개에게도 덤비는 것을 보고 놀라고 걱정 되었다.

그러다가 몇번이나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 오기도 해서

묶어두고 풀어주지를 않으려고 해도 자유의 맛을 안 아이들이

너무 갑갑해 하는 것 같아서  풀어 주곤 했다.

(육아에 있어서는 나는 조바심 투성이고 남편은 자유방임 스타일이다)


지난 여름에는 온동네 개들이 짖는 소리가 나서 불러도 오지를 않기에 찾아 나섰는데

근처에서 방목해서 키우는 개들과 싸움이 붙은 듯 짖는 소리가 요란해서 달려가 보니

우리 청복이가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데 개싸움 때문이 아닌 듯 했다.

인근에 사는 아저씨가 쇠몽둥이를 들고 내려 오다가 내가 가까이 가자 집으로 재빨리 들어 가는게 보였다.

내가 현장을 목격한게 아니라서 직접 때리는 것은 보지 못했는데

청복이가 입 주변이 피투성이가 된 것은 몽둥이로 얻어 맞은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보신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면 청복이는 아주 실한 보신탕감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강아지가 점점 자라면서 두 마리 다 숫컷인데도

홍복이는 얄쌍하고 여자스럽고 청복이는 듬직하고 남자스러워졌다.

자잘한 드라마를 연출하면서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던

청복이와 홍복이가 지난해 12월에 큰 사고가 있었다.

아이들을 돌봐줄 일이 있어서 며칠간 출타한 사이 대형사고가 있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가기전에 밥 챙겨주고 배변하라고 잠깐 풀어 주었는데

홍복이는 부르니까 돌아 왔는데 청복이는 돌아오지를 않아서 찾아 나섰다.

맞은편 집에 작은 여자 강아지(병아리와 수탉정도의 크기 차이가 나는)에게 홀려서

아무리 불러도 오지를 않아서  잡으러 다가가자 멀리로 달아나 버려서

묶어두지 못하고 할 수없이 홍복이만 묶어 두고, 남편에게 연락해서

나중에 청복이를 불러 들여서 묶어 두라고 부탁하고 아이들에게로 갔다.

그런데 저녁에 전화해보니 청복이가 돌아 오지를 않고 근처에만 왔다가 오지 않는다 했다.

걱정이 되었지만 멀리서 어찌 할 수도 없어서 청복이 생각을 꺼 버리고 있었다.








그 즈음에 청복이와 홍복이는 지독하게 싸웠다.

홍복이가 기선제압을 해서 대장이 되려고 그러는지 청복이만 보면

잡아 먹을 듯이 으르렁 거리며 피 터지게 싸우는 일이 종종 있었다.

(덩치는 청복이가 더 큰데 홍복이는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전에 흰둥이와 얼룩이 두마리를 키워봐서 서열을 정하려고 그런다는 것은 알겠지만

수컷들의 싸움은 목숨을 걸만큼 치열해 보여서 한편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생명있는 것들의 권력욕은 동물적인 본능인가부다.

어쩌면 홍복이가 묶여 있으면서 청복이가 가까이 오는 것을 견제하고 으르렁 거리니까

못 돌아오고 서성대는지도 모르는데 나라면 밤새라도 찾아 다녀서 묶어 둘 것인데

남편은 안 오는 것을 어떻해~ 하며...그냥 놔 두었다.



4일만에 돌아 와보니....

청복이가 피투성이가 되어서 대문까지 왔다가 다시 가버렸다 한다.

4일째 안들어 온 청복이가 밥이나 먹었을까~

더구나 피투성이가 되어서도 안들어온다니까 기가 막혔다.

귤 수확중이라 개에게만 신경 쓸 겨를이 없기도 하였겠지만 남편과 내 성격의 차이였다.

나라면 밤 새도록이라도 찾아 다녀서 데려다가 묶어 두었을 것인데

남편은 지가 오고 싶으면 오겠지~ 하는 태평론자라...

그 사이에도 귤 따는 남편 주변을 배회하며 어슬렁 거렸다는데 잡히지는 않았다 한다.

(잡을려고 머리를 써야 하는데도...)


그러는 사이 홍복이는 청복이가 돌아 오지를 않자 의기소침해서 밥도 먹지 않고

청복이 집에 들어가서 웅크리고 나오지를 않았다고 했다.

홍복이도 청복이가 돌아오지를  않자 자신이 혼자서는 대장도 필요 없고

외롭고 쓸쓸하고 무서운 것을 느꼈는지 청복이 집에 들어가서

풀어줘도 나오지를 않고 식음을 전패하고 있었다 했다.

나는 기가 차서 홍복이를 앞세우고 청복이를 찾아 나섰다.

그사이 난장판 쑥대밭이 된 느낌.

"청복아~ 청복아~ " 하며  엄마 목소리에 나올까하며 찾아 나서니

어느 집 창고 뒤편에서 상처 투성이 청복이가 엉거주춤 걸어나왔다.

"아이구, 이게 웬 사단이냐..."

피투성이는 말라 붙었지만 한 눈에도 심한 부상을 입었음을 느꼈다.

내가 이때 안 찾아 나섰으면 청복이는 이 세상 개가 아닐 뻔 했다.

며칠을 굶었을지도 모르는데다가 큰 부상을 입고서 혼자 쓸쓸히 죽어 갔을지도 모른다.

제 발로 집을 나가서 만신창이가 되어서 돌아 온 청복이는

첫날은 배가 너무 고팠는지 아픈 몸으로도 막 먹었다.

이내 긴장이 풀렸는지 탈진하여 일어 나지를 못했다.

내가 보기엔 개들끼리 싸워서 부상을 입은게 아니고

누군가가 개를 잡으려고 몽둥이로 때리고 칼로 찍은 것 같은 상처였다.

급한대로 근처의 쑥을 뜯어서 찧어서 즙을 발라 주었다.

보통의 상처는 이렇게 하면 낫는데 워낙 상처가 크고 깊어서 동물병원 가서 약을 타 왔다.

이때 고민을 했다. 내가 형편이 넉넉해서 개를 두마리나 키우게 된게 아니고

제 발로 걸어 들어온 강아지를 내치지 못해서 키우게 된 터라

사료값만 해도 조금 부담이 되는 터였는데 동물병원 가면 의료보험도 안되니

입원 시키면 분명 수십만원은 기본일텐데...하는 현실적인 고민이 왔다.

콩 한쪽을 나누어 먹어야 하는 가족이 된 개를 그냥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고

병원에 가서 "개가 집을 나가서 외상을 입고 돌아왔는데 좀 세게 치료약을 지어 달라"고 했다.

제가 형편이 넉넉지 못하니 입원 할 수가없어서 그러니 약을 세게 주시라고 했다.

일단 3일치를 받아 와서 먹이는데 첫날 먹이를 먹은 청복이는

이틀째부터 누워서 기진맥진 해졌는지 일어 나지를 못했다.

물 먹을 기력도 없는 것 같아서 물에 꿀을 타서 주사기로 물을 먹었다.

탈수 현상이 일어나면 아예 기력을 잃을 것 같아서  검색을 해보니

설탕물을 먹이라는데 어떤 사람이 천연 항생제 꿀물을 먹이라는 소리에 공감하여

나도 아끼는 꿀을 물에 타서  하루에도 몇 차례나 먹였다.

주사기로 먹이니 억지로라도 먹게 되었다.

집안에서 잠만 자던 청복이는 3일 후에는 집 밖에 나와 앉아 있었는데

덜덜 떨길래 털옷을 입혀 주었다. 조금 기력이 돌아왔나 싶어서 산책을  시켰다.

그냥 누워만 있으면 기력이 더 안돌아 올것 같아서 산책을 시키니

휘청거리면서도 풀 냄새를 맡고 정신을 좀 차리는 듯 보였다.

거의 일주일을 밥도 못 먹었는데 워낙 건강하던 아이라 아직 탈진 하지는 않았다.

누워만 있다가 좀 걷자 배변을 하는데 피똥을 싸서 깜짝 놀랐다.

똥에 피가 섞인게 아니라 그냥 피를 줄줄 흘렸다.

속탈도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생리 하듯이 피를 줄줄 흘리는 것을 보고

나는 이제 청복이는 살리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아득한 생각이 들었다.

 과수원에를 가면 혹시 청복이가 저세상으로 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고 가보면

청복이가 집 밖에 나와서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반가운지....

피똥을 싸도 그사이 꿀물도 먹이고 밥을 먹지 않아서 고기를 삶아서 그 물을 주사기로 먹여 주었다.

하루 세번씩  약을 먹이고...

기력 떨어지면 못 이기니까 청복이에게 매일 힘 내라고, 이겨내라고 속삭었다.

아침마다 청복이가 밤새 죽었으면 감나무밑에 묻을 각오를 하고 가보면 살아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청복이는 조금 기력을 차렸는지 집밖에 나와서 앉아 있기도 하였다.

조금 회복을 하는 듯 보여서 고기를 푹 고아서 죽을 끓여서 숟가락으로 떠 먹였다.

누군가에 얻어 맞은게 분명한게 한쪽 입쪽이 부어서 씹는 것을 잘 못했다.

뼈가 보일듯 찍힌 한쪽 다리 상처도 조금씩 아물고 있었다.

청복이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생 쪽으로 걸어 오고 있었다.







청복이가 아파서 누워 있으니까 홍복이도 의기소침해져서 밥도 먹지 않고 같이 아픈 것처럼 굴었다.

청복이만 보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릉 거렸는데 청복이가 집 나가서 돌아 오지를 않고

상처 투성이가 되어서 돌아와 일어 나지도 못하는 것을 보고

홍복이가 느낀게 많은 모양이다.

청복이와 함께 산 시간이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 같다.

청복이가 아픈 동안 홍복이는 개과천선 했다.

홍복이에게 당부했다. 앞으로는 청복이와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너가 대장이 되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 할 것 같지만

청복이와 함께 행복하지 않는 세상은 함께 지옥이 될 수도 있다고.

죽도록 싸우다가 둘 다 망하는 경험을 해 보았으니 청복이가 일어나면 사이좋게 지내라고.

개라고 못 알아 듣는다고? 그것은 사람의 생각이다.

홍복이는 알아 들은 것 같았다.







이후...청복이는 살아났고ㅡ 내가 청복이를 살뜰히 보살펴주는 동안

홍복이는 소외감을 느꼈어도 자숙하였다.

청복이가 기력을 조금씩 회복하자 홍복이도 밥을 잘 먹기 시작했다.

청복이가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자 나는 몸을 보해 주려고 우리도 못 먹는 사골 곰탕도 끓여서 먹이고

북어국도 끓여주고 심지어 홍삼도 약에 타서 먹였다.









누군가에게는 침 흘리는 먹이감인 개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개가 가족이다.

반려견이란 함께 가는 가족이란 의미이다.

청복이가 기력이 돌아오자 또 한쪽 눈이 하얀 백태가 끼여서

마치 유리눈알을 낀듯 되었다. 몸이 살아나자 눈이 실명될 상황이 되자

나는 또 동물병원에 가서 내가 입원시킬 처지는 되지 못하니 약을 강력하게 주시라고 했다.

시설 좋고 남들이 잘 한다는 동물병원에서는 약을 약하게 주어서 잘 낫지를 않았는데

내가 간 동물병원 선생님은 양심껏 약을 듬뿍 주었다.

세가지 약을 수시로 눈에 넣어 주라고 해서 처음에는 수술하지 않고 나을까 싶었는데

일주일 쯤 지나자 조금씩 차도가 있어 보였다.

눈에 하얀 꺼풀이 덮어 쓰여서 수술로 걷어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는데

20여일 눈 약을 하루에 몇번씩 넣어 주었더니 조금씩 조금씩 하얀백태가 엷어지기 시작했다.

목숨을 건진 대신 애꾸눈 개로 살아 가나부다고 한숨 쉬었는데 이제는 눈도 낫게 되었다.

청복이는 외관상으로는 완전히 회복하였는데

아직도 소화기관이 완전 회복하지는 못했는지 변을 볼때 변비가 자주 걸리고

소변도 노인처럼 약하게 오래 눈다. 내 생각에 온 몸을 얻어 맞으면서

장파열이 있었지 않았나 싶은데 우리 청복이는 이제 생사를 넘어서 생의 길로 완전히 돌아 왔다.

홍복이는 이제 청복이에게 절대로 덤비지 않고 싸움을 피하는게 역력하다.








청복이도 홍복이도 죽을만큼의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살아나서

전쟁 후에 평화가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전쟁하기 전에 평화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면 더 좋았을 것인데...

전쟁 후 치료해 줄 사람이 없으면 그대로 폐허가 되었을 터인데

청복이 홍복이는 내가 있어서 다시 평화의 세계로 돌아 왔다.

대신에 이제는 풀어 놓지를 않고 하루 두번씩 배변하고 잠깐의 산책을 시켜주고 있다.

목숨과 바꿀 자유를 선택할래? 적당한 구속을 감수하며 평화를 고수할래? 하고

그들에게 묻는다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잖아~~

살아서 누릴 수 있는 많은 행복을 누리자꾸나~~~

행복과 평화를 누리려면 어느 정도 절제가 필요해~












가지 많은 나무는 늘 이래서 바쁘고 한편 고달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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