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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태풍 후 이틀간의 전쟁

by 농부김영란 2016. 10. 8.


태풍 차바가 제주도를 향해 가장 근접하게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도

내가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강아지들이 무사히 잘 견뎌낼까 하고 주변을 돌아보고

밥을 넉넉히 먹이고, "싸나이 청복이와 홍복이의 기상을 보여주라"며 부탁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밤새 잠을 편히 잘 수가 없었다.

"내가 안 잔다고 태풍이 약해지는 것도 아니고 ,천재지변을 내가 어찌 하겠어~"하며

쿨쿨 잘도 주무시는 서방님을 보며

노심초사하며 잠을 못 자는 내가 이상한가,

저렇게 천하태평인 그가 이상한가?를 되뇌며 거의 밤을 지샜다.

늘, 결론은 내가 피곤하게 사는 인간이라며 자조 하게 되고~^^


태풍이 가장 근접하다는 3시에서 4시30분 사이는 태풍바람이 무섭게 불어댔다.

베란다 큰 창문이 부서질 듯 불어대서 창문을 꼭 잠그고 창을 잡고 밖을 내다보니

태풍바람이 한방향으로 세차게 불어대긴 해도 휘몰아치지는 않는 것을 느꼈다.

귤나무가 뿌리채 뽑히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은

이미 내가 태풍에 대해 내성이 생길만큼 제주도살이와 농부경력이 꽤 되어서이다.

 태풍이 지나가고 바람이 잦아들고, 날이 밝기만 기다렸다가

밤새 태풍공포에 혼비백산 했을 청복이와 홍복이를 만나러 7시30분경 집을 나섰다.

그때도 서방님은 코까지 골면서 주무시고 계셨다.

(경어를 쓰는 것은  대범함과(^^) 낙천적인 성격에 경의를 표하며...^^참으로 인생을 즐겁게 사는 분이셔~???")


집을 나설 7시 반경도 바람세기가 경차인 내 모닝차를 뒤흔들 정도라서

살살 몰면서 우선 강아지 있는 밭으로 갔다.

가는 중에 길에 삼나무가 쓰러졌고 가로수 잔 가지들이 나뒹굴고 있지만

내 우려보다는 피해가 덜 심각한 듯 느껴졌었다.

이미 "나리"와 "볼라벤"을 경험했던 터라 웬만한 피해쯤은

피해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있었다.

자갈돌들이 길에 휩쓸려 내려와서 혹시 타이어가 빵구나지 않을까 염려 되었지만

살살 몰면서 꿈밭농장에 도착해보니

밤새 한숨도 못자고 초췌해진 강아지들이 엄마를 보고

꼬리가 떨어져 나가게 흔들었다.

강아지집 위로 지붕이 있어서  창고에 넣지 않고  왔었는데

지붕도 날아가고 앞에 있던 큰 녹나무 가지들이 부러져서 강아지 집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아이구~~아가들아~ 울매나 무서웠냐?"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은 태풍인데 밤새 한숨도 못자고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을꼬~ 생각하니 미안하고 잘 버텨주어서 고마왔다.

강아지들 걱정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우유도 챙기고

고기도 굽고(가끔 보양식으로 먹이기도 한다), 빵도 사서 가져 갔는데

아이들을 창고로 옮기고 털을 닦아주고 우유를 덥혀주니

그 와중에도 주인 닮아서 우유를 잘 먹었다.(입맛을 잃었을 법 한데도^^)

창고 지붕도 날아가서 비가 새서 창고에 있었어도 비에 젖었을 것 같다.

밤새 한숨도 못 자고 공포에 떨었을 강아지들을 먹이고

잠이 들때까지 곁에 있어 주었다.

그제사 안도가 되었는지 두다리를 쭉 뻗고 잠든 홍복이와 청복이를 보고서야

꿈밭 귤밭을 찬찬히 둘러 보았다.

9시경이 되니 바람은 잦아 들고 하늘은 언제 태풍이 지나갔냐는 듯

날아가버린 지붕틀 사이로 청명한 하늘을 드러냈다.

(반갑기도 하고 참으로 얄미운 하늘이었다^^)


꿈밭 귤나무들은 가지가 부러진 것은 있어도 뿌리가 뽑히지는 않았고

여기저기 귤들이 떨어져 있었어도 내가 생각한 것 보다는 피해가 적었다.

개복숭아 나무들이 쓰러지고 돌담이 무너지고,  콩밭이 절단나긴 했어도

이 정도는 아주 심각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일본의 쓰나미 태풍을 보고난 후 나는

"사람만 안 다치면 된다~"하는 긍정 마인드가 되어서이기도 해서다.


강아지들이 안도하며 잠든 모습을 보고 신효동 믿음밭에 와보니

의외로 이곳이 더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옆밭 삼나무가 우리쪽으로 쓰러져서 텃밭이 아작났고

난로 굴뚝도 부러지고, 전기도 나가고, 귤들도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지만

귤나무는 건재하고 있었다.

귤밭에서는 귤나무가 주인공이므로 귤나무가 뽑히지 않았으면 되었다~ 하는 생각.^^



그리고 다시 토평 사랑밭으로 갔다.

토평밭은 한라산이 가깝고 고지대에 있어서 피해가 많을것 같기도 하였다.

얼핏 봐서는 귤나무들이 건재해서 큰 피해가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땅을 내려다보니....

아이구....

이건 또 뭔 상황인고~~~

귤들은 의외로 단단하게 잘 매달려서 웬만해서는 잘 안떨어지는데

어찌나 바람이 세게 불어 댔는지

바닥에 귤들이 쫘악 깔려 있었다. 철푸덕~ 저절로 주저앉았다.


"다 키워 놨는데...이제는 가을 햇볕만 잘 받아서 깊은 맛만 들면 되는데..."

"이건 너무 심하구나~ "싶었다.

앞의 두밭을 둘러 보았을 때는 큰 태풍에 비해 생각보다는 피해가 적다며

그나마 안도했는데  귤이 떨어져서  바닥에 쫙 깔린 것을 보니

머리가 정전되듯 암흑이 되었다.

아무 생각이 안나서 귤밭에 주저앉아 있는데

히말라가 갔던 친구가 전화 와서 피해가 없냐고 물었다.

때마침 적절한 시간에 전화한 친구는 귤이 다 떨어졌다는 내 말에

"팔아야지~ 팔아서 효소라도 담아야지, 다 키워서 너무 아깝지 않냐?"고 말했다.

나도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일년내내 공 들여서 거의 다 키운 귤들이

바닥에 즐비한 것을 보니 "정말 농부 못해 먹겠네~"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농부 하다가 어디 제 명에 살겠나~ "하는 한 숨.

폭우에, 폭서에, 태풍에, 혹한에...정말 정말...

농부로 살면서  가슴 졸이다가 협심증 걸리겠네~ 하는 자조감.


삼성생명 다니는 내 친구는 그 자리에서 주문을 받아서

내게 문자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발단은 그리 되었다.

"그래, 아까운 귤 팔아야지~

다 키운 내 자식 누군가에게 가서 쓰임이 되어야지~

긴긴 장마도 이겨냈고, 그 뜨거운 가뭄도 이겨낸 귤인데

그 귀한 유기농 귤이 바닥에 떨어져서 썩게 할 순 없지~"

그러면서 나는 일어섰다.


일단 카스에 상황을 올리고 홍보를 요청했다.

해가 뉘웃하게 지는 시간이었고 시간은 주말이 끼여서 하루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주말에 또 비예보가 있었다)

택배 상자를 사 나르고...몇분 지인께 도움을 요청했다.

만사를 제치고 달려 와 주시라고...

태풍 다음날(목요일) 세분의 지인과 우리 부부는 하루종일 기어 다니며 귤을 줍고

흙이 많이 묻은 것을 닦고 하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나의 카스를 본 지인들이 널리 홍보도 하고

주문을 내주어서 하루밤새  깜짝 놀라게 주문이 들어 왔다.

주문에 비해 귤이 모자라서 나는 또 긴급공지를 했다.

이 특별한(^^) 귤을 한박스씩만 받으시라고...

나를 도와주시려고 여러박스를 주문해주신 고마운 분들도 한박스씩만 받아 주시라고...

하루종일 전화도 문자도 못받고 연락도 못하고 간신히 주워보니

성한 것이 100박스 정도 되었다.

깨진 것과 심하게 못생긴 것은 빼고...

토평밭이 대략 1500kg 떨어진 것 같고

다른밭까지 합하면 2000kg(2톤) 정도 떨어진 것 같았다.

농부에게 자신이 키운 농산물은 자식이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일부 건져서 쓰임새가 되게 되어서 감사했다.

너도 나도 반디농장 유기농귤 구출작전(^^)에 동참해주시니

낙심했던 마음이 태풍 지나간 후 맑은 하늘처럼 되었다.


금요일에  비가 온다하니 택배를 실고 가는 것도 큰 문제라

밤새 택배 포장을 할까 하다가 내가 연이틀 잠을 못자서

주운 것을 닦고 하느라 저녁 8시에 일단 철수했다.

나는 주소 작업도 해야해서 일단 집에 가서 한숨 자는게 급선무였다.

목이 뻐근하고 눈이 가물거리는게 쓰러질 것 같아서였다.

 나는 잠깐 눈을 붙였다가 새벽 1시 30분에 일어나서 주소 작업하고

날새자  다시 토평밭에 당도하여 택배 포장을 했다.

"매의 눈으로 상한거 빼고, 꼭지가 노란거 빼고, 아주 못난이 빼고..."

나의 주문은 늘 까다로운 편이다.

내 자식들이 나가서 귀한 대접을 받아야지~ 하는 맘이기 때문이다.

12시에 온다던 비가 9시경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참...하늘...너...나를 왜 이렇게 들 볶냐? " 하고 삿대질을 하고 싶었다.

비오는 날 택배배송도 큰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가지 가지로 날 괴롭히는 하늘.

"이제 고만 나를 좀 괴롭혀~" 하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심술 궂은 하늘은 날 못살게 들 볶는 재미 들였고

혼비백산한 내가 "핼프 미~"하면

인정 많은 사람들은 김영란을 도우려고 깃발을 든다.

매번...나는 이런 것을 느낀다.

"정말 울고 싶어라~ " 하고 주저앉고 싶을 때는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그렇게 그렇게 늘 극복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렇게 휘청거리며...늘 걸어 왔다.

택배를 다 싸서서 부칠 때도 비가 와서 트럭위에 포장 치고 날라서 싣고

간신히 우체국에 가져다가 주웠다~~~

휴~~~~~~~

3일 밤낮이 온 일년만큼이나 꽉 채운 시간들이었다.


"나도 슬프고, 아프고, 그럴 시간이 필요하다"고 잠시 마음호사를 부리려고 했더니

그 꼴을 못 봐주고 내게 치도곤을 주는 하늘에게 항의를 하고 싶지만

늘...그래도 견디고 이겨낼만한 시련임에는 틀림없다.

시련은 늘 은총으로 통하는 뒷문도 열어 두는 것을 이젠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태풍 뒷 설거지를 찬찬히 해야겠다.


이번 태풍에 낙과한 반디유기농청귤을 발효청용으로 구입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대때문에 늘, 기운내고 씩씩하게 걸어가게 됩니다.

이제 한달여 후면 태풍 이겨낸 옹골찬 반디 유기농 귤을 수확하게 됩니다.

그때도 기억하시고...반디 유기농 귤을  주문해 주세요.

저도 모든 역경을 잘 헤치고 나아 가겠습니다.^^

늘...그대가 고마와서 눈물이 납니다.





























































비가 와서 트럭위에 포장 치고 상자를 날랐다.





택배배송도 이렇게 난관을 극복하고~





태풍 이겨내고 핀 굳센 민들레가 웃고 있네~

언제 태풍 왔었니?






*하느님께 보내는 나의 말

"하느님...이젠 좀...저를 편하게 해주심 안될까요?"

"안된다~ ~~~

김영란은 시련을 헤치고 이겨 나가는게 김영란 답다~~~"

"기래도 넘넘 하시잖아요. 평생을 혼비백산  뛰게 하시잖아요.~

나도 좀...여유롭게...살게 해 주세요~~~"

" 그래~ 평생 열심히 살았으니 생각해보마~~

그래도 아직도 네 앞에 인생이 몇십년 남았으니

이겨내는 것을 즐기도록 하여라~~~"

"엉엉엉~~~나도 우아하게 좀 살고 싶어요~~~으흐흐흑~~~"

"인생은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그러면서 품도 넓어지고, 커지는 거란다~~"

"이젠 더 커지고 싶지 않아요~~~ 아가처럼 보호 받고 살고 싶어요~~"

"꿈 깨거라~ 아직도 못 깨달았냐?  각자가 지닌 이라는 게 있는 법

너가 가지고 있는 복을 돌아 보아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를..."

"훌쩍~ 그렇긴 하지만서도...훌쩍..."

"알았어유~~~또 힘내서 잘 살아 갈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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