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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총량의 법칙(소회1)

by 농부김영란 2016. 6. 21.



장마가 시작됨을 실감한다.

열대우림기후로 바뀐다 싶게 스콜처럼 비가 퍼붓는다.

봄 내 그렇게 많은 비가 왔는데 마른 장마가 되지나 않을까 했는데

장마 시작되자마자 운전하기 힘들 정도로 퍼부어 댔다.

몇년전부터 나는 농부들이 FTA가 위기가 아니라

이상기후가 가장 큰 적이 될거라는 예감이 들고 있다.

농부가 1차 생산에만 의존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이상기후로 인한 기상재해가 될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돌파구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 내내 따라 붙고 있다.


예쁘게 싹이 나서 자라주고 있는 콩이 기특해서

장마에 풀이 한길 되기전에 콩밭을 매서

 콩밭이 초록으로 넘실대게 해주고 싶어서

콩밭 매는 아낙네가 되기로 했는데

이렇게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서야 어찌 일 하겠는가?

 비 핑계로 꽃미녀(꽃에 미친 또 다른 녀자^^) 지인께 밥도 먹고 차도 마시자 연락 했다.

우리를 구원해 주는 꽃.^^

우린 꽃 이야기만으로도 무궁무진 이야기 꽃이 핀다.

꽃이 없었다면 나는 무엇으로 나를  달랠 수 있었을까?

상처 받지 않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위로 받는 대상은 늘 꽃이었다.

내게 꽃은 지칠때마다 생기를 주는 삶의 돌파구였다.


내 속내를 풀어놓고 응석(^^)까지 부려보는 관계가 된 꽃미녀 지인께

"지금 내가 내 인생에서 가장 평화로운 땐데

왜 아프고 슬픈 느낌이 들까요?"

내가 생각해도 모르는 일이다.


먹고 사는 일을 해결 하느라 늘 "바쁘다, 바빠~"

"아플 새, 슬플 사이가 어디 있어~"

팔자 좋아 보이는 누군가가 아픈 표정 슬픈 표정이라도 지을라 치면

"꽃방석에서 포시라운 소리 하고 있네~"하며

일축하기 일쑤였던 내가 모처럼 내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 되었는데

(아이들은 내 곁을 떠나있고, 귤밭은 남편과 멘티가 일해주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꽃밭 만드는 일을 하며 안식년을 누리고 있는데...)

이 허전하고,적막하고, 슬프고, 아린 감정은 뭐지?

막내까지 대학을 보내놓고 나니 기진맥진 해서인가?

미루어 두었던 사추기의 감정인가?

갱년기인가?


나도 무쇠탈을 쓴 인간이 아니고

슬플 줄도 알고, 아프기도 한 인간이란 말이야~하며

내 안에서 아우성을 치며 잊어버린 감정들이 촐 궐기를 하는 듯 했다.

사느라고 혼비백산 해서 미처 슬퍼보지 못한 감정들이

나도 여기 있어~하며 밀려 오고

어느덧 생의 오후 3시를 넘어 선 시점...

무쇠처럼 부린 몸이 고장난 신호를 보내며

"가는 것은 순서가 없어~" 하는 깨달음을 주니

비우고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음을 깨달아선지

아프고 슬픔 감정들이 밀려 오는 듯 싶다. 


감정도 총량의 법칙이 적용 되는 것인가?

충분히 슬퍼해보지도 못했다고 이유도 불분명하게 슬퍼지는 것인가?



내가 이렇 듯...

그대도 그러한가?


내가 나를 들여다 보느라고 미처 그대를 헤아려 주지 못했을 때도

내 곁에서 묵묵히 기다려 준 그대가 고맙다.

엄마를 떠나 보내고 마음으로 통곡을 하느라고

몇년 세월 제대로 맘껏 웃지도 못하고

간신히 내 삶만 지탱해 온 시간들.

무심한 내 곁을 떠난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

기다려 줄 수 없었나?

내가 그대에게 무심했던 것은

내 삶을 추스리기도 너무 바빴었기에...


내가 유기농 귤에 내 마음을 담아 보낸다고...

그렇게 마음 전한 것이 통하지 못했었나?

유기농 농부로 살아 낸다는 것도 일종의 고행의 길이었는데...

내 노고를 알아 달라고...내 진정성을 알아 달라고...내 신념을 알아 달라고...

같은 말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10년 세월을 묵묵히 유기농 농부로 살아낸 것만으로도

난 그대에게 진심을 전했다 생각 했건만...

일일이 마음 전하지 않았어도...그렇게  온 마음을 다 쏟은

유기농 귤을 보내는 것으로 나는 마음을 전한다 생각 했는데....

돌아보니...내 곁에 있는 사람, 내 곁에 없는 사람들이 다 떠 오르네...


그대도 나처럼...있는 힘을 다해서 터널을 지나느라고...

자신을 들여다 보고 지탱 하느라고

나를 잊었나?

떠난 그대까지 생각나는...오십육세...한 여름 날...


농부로 살았지만...내가 지은 농산물을 판매도 해야 하는 운명이다 보니

행여나  부담을 줄까봐 연락도 못했던 내 심정을 알아 주었으면....

일일이 다 말하지 않아도

이젠...눈빛만 봐도 알아~ 하는 심정이 되어서

언제나 그 자리에 남아있어 준 지인들이 새삼 고마와 지네.































콩밭 김매기를 하면서...






















한결같이 곁에 계셔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대 덕분에 유기농 농부로 여기까지 올 수가 있었습니다.

10년을 유기농 농부로 살아 낸 것.

아이들을 농사를 지어서 키운 것.

내 삶을 스스로 다독거리면서 지난 날도 돌아 봅니다.

지독하게 퍼 붓던 비가 그치고 주변이 안개로 둘러 싸이고

어둠까지 깃드는 귤밭에서 내 삶을 돌아 보았습니다.


그대가 떠 오르니...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도 했습니다.

장마철은 생각할 시간을 제공 하는군요.

슬픔도 아픔도...모두 삶에서 적당하게 경험해야

기쁨이 다시 몰려 오는 총량의 법칙을 느낍니다.




(사진 인터넷 발췌)




이런 나무 하나 뜰에 들여서

그 나무아래 작은 차탁을 놓고

고마운 그대와 차 한잔 마실 날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꿈은 이룰 수 있는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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