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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디톡스하는 봄날

by 농부김영란 2016. 4. 9.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처음에는 조심스레 눈을 뜬 봄이

어찌나 요란하게 자축을 해대는지

멀미가 나고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온 사방 천지가 꽃동산입니다.

추위가 심했던 겨울을 난 해 봄은 더 찬란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동안 비워두었던 블로그를 이제 다시 정신 차리고 기록하려고 해요.^^

제게 3월은 해독을 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디톡스란 몸에 축적된 독을 빼내는 제독의 의미로 의학용어인데

저는 요즘 디톡스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장기간 누적된 만성피로를 풀어내고 힐링하는 시간들.

"어슬렁 거린다"는 느낌처럼 일도 하고

놀기도 하고, 두루두루 관심사를 찾아 보기도 하며...

그런데도 은근히 바쁜 봄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못한 이유는  밤에 잠을 자느라고 그랬습니다.

막내를 대학 보내고 나니 픽업할 일도 없어지고

아이를 밤 늦게까지 기다릴 일이 없어졌기에

초저녁에 잠이 쏟아지면 그냥 자면 되는 상황이 너무 좋아서

자다가 눈을 떠도 일어나지 않고 꿀잠을 청했습니다.

달콤한 잠을 맘껏 자보는 일이 또 하나의 소원(^^)이기도 하였기에

"꿀 잠 자야쥐~"하며 내게 주문을 걸고 자는 시간이 좋아서

새벽에 눈이 떠져도 일어 나지를 않았습니다.^^

전에는 한밤중에 일어나서 블로그도 쓰고 하였는데

한없이 혹사시키는 주인에게 몸이 격렬한 반항을 하는 시기가 되어서

이제는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몸을 쉬게 해주고

몸을 잘 돌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마음의 소리도 "이젠 너 자신을 돌보라"고 준엄하게 꾸짖고, 달래고 하는지라

잠을 충분히 잘 자려고 노력하는 시간들입니다.

귤농사가 겨울이 농번기다 보니

사계절 쉴 수없는 농부가 되어서

저의 봄은 항상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아득한 천상의 화원을 바라보듯 하였었지요.

그런데 올해 봄은 피로를 풀어내고 바라봐서인지

눈이 열리고 제대로 아름다움을 만끽 하고 있습니다.

단 며칠만 화사한 벚꽃이 생명이 짧다고 恨 하였었는데

그 며칠을 맘껏 즐기면 됐지 긴시간 오래하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벚꽃의 화사함을 맘껏 채웠습니다.

벚꽃...단 며칠의 축제이지만 충분히 행복했다고

벚꽃 예찬을 하게 되었어요.



















가시리의 벚꽃길은 최고입니다. 

벚꽃만으로도 찬란한데

유채꽃까지 함께 어우러져 몇km 이어지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한없는 노고로 저는 이렇게 맘껏 즐기게 되었네요.

이 화사한 계절을 맘껏 즐길수 있게

이 풍경을 만들어 주신 분들 복을 소낙비처럼 맞으시길 바랍니다.^^





산딸꽃이 지고난 후...열매 맺기 전.





뜰의 사랑초는 벌써부터 눈이 부시게 화려한 색을 뽐내며 피었는데

거의 12월까지도 피니까 굵고도 길게 가는 야생초인지라

담장밑에 심어두니 다른 꽃이 필요가 없지요.

한번 심어두면 해마다 봄부터 피어서 가을까지도 피어나는 사랑스런 아이들이지요.

때론 칙칙한 느낌도 있는 돌담을 눈부시게 해주는 아이들입니다.

그 이름하여 "사랑초"













자운영, 자운영 하다가 지난해 겨우 몇뿌리 구해  심었더니

올해 언제 나서 꽃까지 피웠네요.

올해 꽃씨 받아 두었다가 잘 뿌리면

몇해후는 소원대로 자운영 밭 하나 가지겠지요.

"자운영아~ 반가와~"

키 작고 분홍빛 보라색이나 흰색꽃들을 좋아하는 나.

키 낮은 아이들이 모여서 옹기종기 소곤소곤 행복한 뜰이 되었으면...



아래 꽃은 방림원에서 찍은 꽃들입니다.




















속초의 산들바람님.

우리의 우정은 블로그로 시작하여 10년이 넘었습니다.

그사이 우리는 한번도 얼굴은 못보았지만

10년을 한결같이...따뜻하고 은은하고, 변함없는 온도로

사랑과 우정을 보내 준 산들바람님.

우리가 드디어 만났습니다.

교육공무원인데...저는 철철이 강원도 특산물을

날름날름 받아먹는 염치없는 사람이 되게 하셨네요.

우리귤 홍보대사가 기꺼이 되어 주시고

명절때는 잊지않고 강원도 특산물을 보내 주었지요.

(저는 점점더 받는데 익숙해지는 철면피가 되어 갔습니다.^^)

한두해 그러다가 마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일진데

염치없는 저를 한없이 품어주면서 10년을 한결같이 사랑해 준 산들바람님.

그대는 제게 사랑하는 법을 묵묵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말로서가 아니고 느끼게 해 준 사람이었습니다.

"사랑은, 믿음은, 우정은

말로 하는게 아니고

베푸는 것이다~"

제게 무언으로 느끼게 해 준 사람입니다.

저는 맨날 사는데 혼비백산 하다며

언젠가는 갚을 날 오리니~ 읇조렸지만

그 언젠가가 오기나 할까~^^

하지만...잊지 않고 있으니

언젠가...그 마음빚 갚을 날 올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지요.

그녀도 나도...내 삶의 반경을 못 벗어나는 사람들이라

10년이 훨씬 넘게 우정을 나누고도 이제사 만났어요.

견우 직녀가 만나듯이...그것도 잠깐...시댁 가족들과 동행한지라

20여분 함께 손 잡고 걸었지만

우린...이제는 서로를 무한정 신뢰하므로...

그대 존재 자체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다음번에는 내가 개나리 봇 짐 지고 산들바람님을 찾아 떠나 보렵니다.

산들산들 부는 행복한 바람님을 만나러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행복해 집니다. 올해 안에는 가지려나 모르지만요.^^

언젠가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때를 벗어나면

 노년을 이웃되어 함께 하고픈 사람입니다.








이렇게...3월도 쏜살같이 가 버리고

4월도 중순경에 와 있네요.

시속 56km(나이대로 속도) 도 이렇게 쏜살 같군요.


모두 행복하게 봄날 즐기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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