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농사 10년만에 올겨울같이 비가 많이 오는 해는 없었네요.
여름에 태풍 피하고 가뭄 피하고
올해는 한시름 더는 농사를 하나 했더니
수확하는 내내 비가 와서 귤 딸 시간을 안 줍니다.
매일 비상 대기 하고 있다가 비 온후 마르기만 하면
귤을 따고 있어요.
아주 얄밉게도 밤에는 비를 뿌려서 흠뻑 적셔 놓고
해가 모처럼 나도 낮에도 젖어서 못따게 하고
30분 간격으로 비 왔다가 개었다가 하루종일 반복 하기도 하고
이렇게 변덕스런 날씨가 없습니다.
아주 아주 뻐근합니다.
다음주에도 내내 눈 비에다가...
한파가 몰려올 시기가 다가 오니...
농사 짓다가 내 명에 못 살것 같다는 한탄이 절로 나오네요.
올해는 행복한 이야기만 써야지...했는데
머리는 띵하고...가슴은 뻐근하고...
"하느님, 정말 이러시깁니까?"
하고 따지고 싶어지는 날씨이네요.
세상에 쉬운게 어디 있을까만
농사 다 지어 놓고도 발 동동 구르게 하니
어느 한해라도 순탄한 해가 없네요.
사실 지난해도 기쁨밭을 송두리째 얼린 경험이 있기에
다음주는 눈 비가 와도 비 옷 입고 따서 저장에 들어 가야 할 판인데
눈비에 불어터진 귤껍질이 저장성도 떨어지니
머리가 뜨거울 수밖에 없네요.
올해 귤은 받으시는대로 상자에서 다 꺼내서
터진것 골라내고 상하지 않게 관리를 잘 해주셔야 합니다.
귤을 받으셔서 껍질을 말리고 수분을 날려 주셔야 보관이 오래 갑니다.
생산현장에서 비 맞고 3-4일은 말려 주어야 하는데
도무지 그럴 시간을 안 줍니다.
한달동안 일주일 정도 귤 딸 수밖에 없는 날씨였는데
그나마도 비 흩뿌릴 때 따기도 했습니다.
소비자님들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주셔서
귤 받으시면 잘 관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모든...울고 싶어라~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서귀포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새들이 귤잔치를 벌리고 있습니다.
한라산은 설산이 되어 내려다 보고 있지만
따뜻한 아랫녘 서귀포는 아직도
메리골드와 사랑초와 민들레가 피어서
계절을 무색하게 하고 있습니다.
귤농사만 안 짓는다면 서귀포의 겨울은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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