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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보름간의 007작전)

by 농부김영란 2014. 7. 6.

 

10년 후...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10년 전 5월 8일

남편 직장에서 제주도로 발령이 나서 서귀포로 이사온 날.

큰아이 초등6학년,둘째 4학년,막내 1학년을 데리고 왔다.

 

10년 세월만큼 많은 이야기가 쌓였다.

 

블로그에 거의 기록했으니 기억은 흐려졌어도

기록과 사진이 남아서 뒤돌아 보며 미소짓게  되었다.

그래서...지금도...10년 후를 생각하며 기록을 남겨 두려고 한다.

 

 

 

 

5월 8일을 넘기면서 지나간 서귀포살이 10년을 돌아 보았다.

계획없이 왔다가 이듬해부터 귤농부 되어

내달려 온 시간.

 

농부가 되어 세아이 모두 교육 시킬 수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어서

처음부터 무리수를  두지 않고 조금씩 연습하듯

밭을 장만하다보니 작은 밭이 세 군데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아시는 분이 귤밭을 장만하시곤 우리더러 관리해달라고 하셔서

모두 네개의 밭으로 나누어져서 동.분.서.주....

더욱 더 바쁜 삶이 되었다.

 

몸이 기우는 나이에 들어서는데 일은 더욱 더  많아지고

몸으로 그 일을 다 감당하고 나니 

해마다 겨울을 보내고나면 탈진하는 기분이 들었다.

적당히 일을 하는 성격이 못되어 내 몸과 마음을 더욱

들볶게 되니...자성이 왔다.

 

이건 아니다~

 

 

1차 생산만의 한계, 몸으로 하는 노동력의 한계,

몸으로 하는 노동에 내 진을 다 쏟고나니

내가 가진 다른 재능은 모두 퇴화되고 사장되는 것도 안타까왔다.

여하간에...변화가 필요했다.

 

시대가 농업의 6차(1차+2차+3차) 산업화를 방향 제시하고 있기도 하고

내 개인적으로 꾸는 꿈이 구체화 되고 있어서

몇년 전부터 꿈꾸게 되었다.

귤밭을 하나로 통합을 해야만 하겠다고... 

귤밭을 하나로 만들어서 내가 그리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

 

그런데 귤밭을 하나로 뭉치기가 진퇴양난이었다.

 

 

 

 

 

 

 

첫번째 귤밭(희망밭)을 사서 귤농부 연습한지 3년 후에

남편이 명퇴하여 두번째 밭을 사야하는 상황에서

희망밭 옆밭을 사고 싶어 했다.

바로 옆밭을 사면 일 효율이 월등할 것 같아서였는데

뜻대로 되지않아 할수없이 신효밭 <믿음밭>을 사게 되었다.

유기재배하면서 수확량이 점점 더 떨어져서 세번째 밭을

장만하게 되었을 때도 희망밭 옆밭을 사고 싶어 했지만

옆밭을 팔지 않으니 살수가 없었다.

결국은 세번째 밭도 나누어지게 되었었다.

 

밭이 나누어져 있으니 기후적인 피해는 분산되어 줄일 수가 있었으나

한곳에 시설 투자를 하기도 어려워서

모든 일을 몸으로 다 감당해야만 하니까

이런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하기도 어렵고

장차 다가올 한중 FTA와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대안을 마련하기도 해야 하는 시점이라서

선택과 집중을 더 미룰 수가 없는 시점이기도 하였다.

 

 

 

 

 

 

 

2014년 5월 20일...잊지 못할 날이 되었다.

예슬이가 졸업작품전 하는데 꽃다발 보내 줄 수가 있냐고하여

엄마가 직접 날아가기로 하고

예슬학교로 찾아가는 버스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7년전부터 희망밭 옆밭을 사 달라고 아는 부동산에 부탁한 터라

이제 그밭이 나왔으니 살거냐고 묻는다.

 

어떻게 사? 돈은 하나도 없고 밭만 있는데...

귤밭을 팔고 사야 하는데 나온 밭이 기다려 준다는 보장도 없고...

부동산언니가 내가 안사면 그 언니네가 대토로 산다고 했다.

안타깝지만 대안이 안 떠올라서 못 산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은 예슬졸업작품전 축하하고 

저녁 비행기로 돌아와서 골아 떨어졌다.

 

아~ 이제사 그땅이 나오다니~~~

발구르는 심정이지만 어쩌겠나~

 

 

 

 

 

 

그런데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날부터 내게 일어난 일은 지금 생각해도 오묘하기만 하다.

 

귤밭을 하나로 모아서 이제 제대로 그림 한번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하면 그 밭을 살 수 있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5월5일 연휴를 끼고 포항의 초록님네 가족이 

친정 어머니 모시고 여행을 오셨는데

연휴때 숙소를 못 구하셔서

혹시 우리 과수원 방을 좀 빌려 줄 수가 없느냐고 하셨다.

나는 과수원에(믿음밭) 방을 만들어 두었지만

아이들때문에 이사도 안 들어가고

빌려 주기도 번거로와서 특별한 경우에만 종종 빌려 주었었다.

일하다가 손님치레까지 하는게 너무 버거워서였다.

그런데 초록님은 몇년째 회원이시기도 하고

조용한(^^) 회원님이셨지만 웬지 모르게 믿음이 가는 회원이시라

부족하지만 방을 빌려 드리기로 하였었다.

두부부가 친정 어머니를 모시고 제주도 일주를 하는데

그 부부도 이쁘고 친정 엄마도 조용하시면서도 맑고 기품이 있으셨다.

무엇보다도 착한 딸 초록님과 장모님과 여행하는 착한 사위도 보기좋아서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분들이 돌아 가시면서 몇년 후 퇴직하면 제주도에 와서 살고 싶다고 하셨다.

믿음밭같은 곳이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도 나는 그때 팔 생각이 전혀 없었으므로

그분들이 구하는 땅을 부동산에 부탁해 두었었다.

 

그런데 갑자기 희망밭 옆밭이 나오자

그분들이 떠올랐다.

나는 장차 분산된 귤밭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게

최고의 과제였는데 지금이 기회가 아닌가 싶었다.

초록님께 전화하여 믿음밭을 나누어 팔면 사실거냐고 물으니

흔쾌히 YES 했다. 5일동안 머물고 가셨기에

주변을 찬찬히 둘러 보았기에 전화만으로도 다 의논이 되었다.

부족한 돈은 일단 대출을 받고 차차 밭을 정리하여 빚을 갚기로 정했다.

 

 

 

 

 

 

그런데 암초는 의외로 남편이었다.

그리고 내가 처음에 그 밭을 살 여력이 없어서 포기하고

못 산다고하자 부동산언니네가 계약을 해버린 상태였다.

 

남편은 돈 한푼없이 빚을 내서 땅을 사는 것에 결사반대했다.

나는 먼저 빚을 내서 잡아두고 나중에 남은 땅을 팔거라고 해도

남편은 그런 위험한 짓은 할 수가 없다며

자기는 절대 도와 주지도 않겠다며 돈도 대출도 협조하지 않겠다 하였다.

나는 땅을 늘리려고 하는게 아니라

하나로 모아서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만 힐 일이며 지금 때가 왔다고 해도

남편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리고 부동산언니네도 대토땅을 찾고 있는데

두달만에 겨우 칮아 계약한 땅이라

내가 양보해 달라고 사정하자

참으로 난감해서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말하시는데

차마~ 거절하기가 어렵지만, 거절하고픈 맘을 읽을 수 있었다.

내 손에 쥔 떡을 조건없이 달라고 하는데

누가 선뜻 그러고 싶겠는가~이해가 충분히 되었지만

나는 웬지 이것은 내땅이라는 생각이 더욱 더 간절해져서 잠도 오지 않았다.

 

돈도 없고,남편은 반대하고, 땅은 이미 남에게 넘어간 상태...

그런데도 나는 포기는커녕 점점 더 "기회가 지금인데~" 하는 생각만 들었다.

 

특별한 유대감을 느끼는 분께 상담을 드리니

내 생각이 맞다고 밀고 가라고 하셨다.

기회는 자꾸 오는게 아니라며 용기를 주셨다.

 돈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갖고 계신 통장을 꺼내셔서 이거라도 보태라고 하셨다.

심지어 월세 놓으신 방을 전세로 돌려서 빌려 주시려고 하셨다.

사람에게 감동하여 눈물이 나려고 하였다.

용기백배하여 일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부동산언니께 매달렸다.

10년을 이어온 우리의 우정(^^)과 신의에 호소했다.

그동안 우리 세밭도 다 그곳에서 계약했고

다른 분들도 소개해 드리고,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전부터 사게 해달라고 청을 넣었던 밭인지라

내가 왜 그 밭을 사고자 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시고 계시기 때문이었다.

 

부모형제지간에도 돈이 걸린 문제는 냉정해지는 것을

많이 보아왔기에 의리와 신의에 기댄다는 것조차

내 무모한 발상인지도 모르나

나는 그래도 생떼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나도 10년을 한결같이 의리를 지켜온 아주 괜찮은 고객이 아닌가?^^

 

밤낮으로 턱 밑에서(^^) 그것은 제땅이예요~하며

그 땅을 제가 사야하는 당위성,꿈을 이야기하니

마음 약하고 순수한 면이 있는 사장님과 부동산언니가

며칠만에 백기를 들었다.ㅎㅎㅎ...

( 낮에는 부동산에 가서 조르고,밤에는 문자로 계속 조르니

양보 안하고는 내가 큰병이 날 것 같더란다.)

 

부동산언니네는 결국 나를 위해 그 밭을  잡고 있어준 셈이 되었다. 

내가 일을 추진해가는 동안  남에게 넘어갔으면

끝났을 일을 부동산언니네가 잡고 있다가 양보해주어서

결국에는 오래도록 염원했던 옆밭을 붙이게 되었다.

초록님과도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여서

보름만에 나는 돈 하나 없던 상태에서

귤밭을 바꿔치기 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일년에 가껏해야 몇번 방을 빌려 주는데

초록님네가 5월 연휴에 5일을 머물고 갔기에

일은 논스톱으로 처리 될 수 있었다.

초록님네는 금방 이사오실게 아니라서  나는 새로 산 밭을

경지정리와 유기농 밭을 만드는 동안에

지금 그대로 농사를 지을 수도 있으니

나에게도 초록님네에게도 다 좋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나는 10년 연습한 농부 수업과 내가 가진 꿈을 결합하여

다시10년을 불태울 열정에 행복해 할 것이고

초록님네는 퇴직 후 제주도 살이를 꿈꾸면서,

남은 직장생활이 다시 활기를 찾으며 행복 할것이다.

더구나 초록님네 딸도 예슬이라니 이런 인연이 있을까?

 

내게 손에 쥔떡을 양보한 의리의 부동산 사장님과 언니는

더 좋은 대토땅이  나오기를 기도하며

"김영란에게 투자하세요" 하고 큰소리 쳤었기에

앞으로 10년을  그 모습을 보여 주기위해

나는 또  내 용기에 불을 붙일 것이다.

 

이 일이 거의 다 성사되었을 때에야

남편이 알게 되었지만 반대의 명분을 잃게 되어

마지막에는 대출에 협조를 해 주었다.

나는 이번이 나에게 온 마지막 열정을 불태울 기회라는 것을 직감했었기에

이혼을 불사할 용기를 내어서 일을 성사 시킨 것이다.

그리고나서 나는 한동안 진이 다 빠져서

멍한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내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누가 나를 도운 것이지?

어떻게 이런 일이 순식간에 일어나서 성사가 된 것이지?

 

 

 

 

 

 

 

블로그를 이렇게 오랫동안 비워둔 적이 없었는데

초집중하여 일을 성사하느라고 애를 쓰고 나니

무중력 상태가 되어서 기운을 모으고 있었다.

지난10년을 지탱해 준 내 정신의 고향같은 블로그,

그리고 블로그로 내 안부를 보고 계시는 회원님들.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그림 그릴까 고심하던 내게

밑그림을 그릴 기회를 주신 하느님,조상님,부동산언니네,

또 충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고마운 지인언니,초록님...

앞으로 10년을 열정 불 태워볼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또 천천히,소처럼 우직하게,제방식으로

그림 그려가 볼게요.

지금까지는 연습이었다고...ㅎㅎ...

또 호기를 부려 볼랍니다.

아직은 제가 50대 중반 청춘이니까요.^^

 

반디농장의 재도약이 내년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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