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추운 겨울이 실감나지요?
저는 영하로 떨어지지않는 서귀포에 살아서
아직도 5차귤을 나무에 달아놓고
내일부터 수확 들어 가려고 하고 있어요.
4차까지 끝내고나니 긴장이 풀리면서
자꾸만 졸음이 몰려 오네요~
장거리 마라톤을 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회원님 마지막 5차귤도 내보내고
귤말랭이도 하고 귤즙도 짜고 귤효소도 담고
퇴비귤효소도 담고...1월말까지 끝낼 수 있을지...
앞으로는 4차까지만 끝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한나절 쉬고나서 마지막까지 최선 다할게요.
귤편지 4차까지 썼고, 남은 5차귤편지는
무식한 인생 김영란 이야기를 써볼까해요~
돌아보니...왕무식하게 살았거든요.ㅎㅎ...
유기농 귤을 농사짓는 것은 농사의 절반,
수확과 판매가 또 절반 이상의 노동력과 신경을 쓰게 합니다.
전에는 내가 열심히 농사 지은 결과라고 생각 하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하늘이 도와주는 결과물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농사 햇수가 늘어 갈수록 말수가 줄어드는 까닭입니다.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얼마정도일까 가늠해 봅니다.
어떤 나무는 한 나무에서도 맛이 다르고
밭마다 맛과 모양이 다르고
해마다 기상에 따라 다르고
택배 도중에 처한 환경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하고...
바람결 지나가는 방향에 따라 맛과 모양이 다르고
토양에 따라서 맛이 다르고, 미생물의 활동에 따라서 맛이 다르고...
맛과 모양이 달라지는 수많은 변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여러명의 아이를 키워보면 한지붕 같은 부모아래서 자란 아이들이
다 다른 것과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저는 어제 그 사실을 확실히 알았어요.
어떤 분은 너무 맛이 없다는 분과 어떤 분은 너무 맛있다는 분들이 계셔서
맛이 부족한 것도 있기는 했지만 너무 맛이 없어서
반품을 할 정도가 있었나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는데요.
잘못 보내서 돌아온 귤이 있었어요.
이 귤은 두번 보내서 돌아온 귤인데 되돌아오는 시간이 일주일 걸렸고
그리고 제가 바빠서 한구석에 돌려 놨다가 잊어 버려서 일주일 정도 지났어요.
어제 상자가 눈에 띄어서 개봉해보니 아랫쪽은 깨진것이 옆에 것까지
상하게하여 반은 상해 있었고 윗쪽은 겉은 말짱한데 먹어보니
니맛도 내맛도 아닌 김빠진 맥주맛.
달아도 맛없는 밍밍한 단맛,속껍질만 질겅질겅 씹히는 그런 맛이었어요.
여태 먹어본 중에 최악의 귤맛이었지요.
귤을 내보낼 때는 괜찮았는데 받는 분에 따라서 맛이 있고 없고의 차이중에
개인적인 입맛도 있고, 배송도중의 환경의 차이도 있고
배송후 관리중에 달라지는 맛변화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야채가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상자속에서 며칠이 지나면
누렇게 뜨고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처럼
귤도 껍질이 상하지는 않았어도 알맹이가 맛 변화를 일으킨다는 생각 들었어요.
10도 정도의 선선한 곳에서 지내다가 후덥지근한 상자에 갇혀서
며칠을 보내고 배달되어서도 통풍이 잘되는 선선한 곳에
보관 되어야 맛과 신선도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 들었어요.
배송후에도 최적의 상태에서 보관되어야 맛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
택배를 받자마자 개봉하여 아래까지 깨진 것을 골라내고
통풍이 잘되는 선선한 곳에 보관하여야 되는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어요.
귤이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가 하루중에도 몇번씩 귤 맛을 보는데
아침에 먹는 맛, 양치후에 먹는 맛,
땀 흘려 일하고 난 후 먹는 맛,
햇살이 가득한 기분 좋은 날 먹는 맛,
날씨가 흐리고 음산 한 날 먹는 맛,
단 감을 먹고 난 후 먹는 맛...
아주 피곤 한 날 먹는 맛
등등등...같은 귤맛이 아니었거든요.
저의 몸 상태에 따라서 맛의 차이를 느끼는게 달라지기도 하고
그리고 귤나무에서도 날씨에 따라 온도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고 귤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관찰 했어요.
살아있는 귤이기때문에 다양하게 변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귤이 상하는 지점 전까지는 환경에 따라서 변한다는 생각이
몇년째 들고 있었거든요.
하여간에...그 모든게 쉽지 않구나 하고 느끼기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결점에도 불구하고...
해마다...묵묵하고...든든한 믿음 보내 주시는 우리 회원님 덕분에
아무리 힘든 상황도...잘 견디고, 잘 이겨 나가고 있습니다.
농사...내 맘대로 안 되는 부분 있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하려고 합니다.
그 이상은 장담하지 못합니다.
한 숨 돌리고 , 하고 싶은 이야기...잔잔하게 풀어 보겠습니다.
귤도 귤이지만, 인간 김영란,
귤농부 김영란을 사랑해주시는 회원님이 너무 많이 계시기에
저는 내면의 이야기를 종종 들려 드리곤 합니다.
우리는...마음으로 통하는 사이라고 생각 해서요.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여기까지 오기가 힘들었을거예요.
지금도 귤나무에 귤을 달아 놓은 것은 거의 저 밖에 없는,
그 이유는 단 하나...
건강하고 좋은 귤을 그대에게 보내 드리겠다는 일념으로...
귤나무의 조상은 탱자나무입니다.
간벌하여서 귤나무 베어낸 자리에
원뿌리에서 탱자가 다시 올라와서 열매를 맺었습니다.
어린 탱자나무 묘목에 귤나무를 접 붙이거든요.
열배 큰 귤이 아니고 열배 작은 귤이 달렸네요.
100원 동전만한 귤이 자기도 본분을 다하겠다고
노랗게 익었기에 사진 찍고 따서 까 보았더니 속까지 익었더라고요.
한 가지에서도 이렇게 다를수가 있어요.^^
맘 먹고 글 올려 보아야지 다짐 하는네
저녁에는 골아 떨어져서 글 포스팅이 늦는 점 이해해 주시고요.
귤말랭이와 귤즙이 올해는 우리 회원님들께
또 다른 기쁨을 주시기를 바라며 준비중에 있어요.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 주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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