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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12,28 일 귤밭일기

by 농부김영란 2013. 12. 28.

 

제가 언제 쉬었는지를 모르겠어요~

밤낮으로...쉴새없이 달려 와 보니

올해가 다 가는 시점이네요.

 

 

 

아직도...절반의 일이 남은듯 해요~~

회원님 귤 4차와 5차를 따서 배송해야 하고

비상품 골라서 귤쥬스도 짜고 말랭이도 하고

귤효소도 만들고 퇴비효소도 만들고...일, 일...

아마도 2월 초나 되어야 허리를 펼 것 같아요.

그때는 이미 봄 농사 준비해야 할 때...

저의 겨울은 해마다 이렇게 전쟁이네요~

 

 

 

 

 

 

이제는 귤나무도 쉬게 해주어야 할 시점이라서

밭마다 모두 따 내리는데 이제 사랑밭 하나 다 땄어요.

희망밭은 1/4정도 남았고

기쁨밭은 손도 안 된 상태이고요.

믿음밭은 1차 따 내리고 회원님 마지막 차 귤을 보내기위해

1월 중순에 딸거예요.

남들은 12월 전에 다 따서 팔고

이제 귤 파장하는 시점에 우리는 아직도 따고 있어요.

 

 

 

 

 

눈 맞고 서리 맞아서 더 맛있고

 면역력이 증가된 귤을 만들기 위해

사람도 귤나무도 겨우내내 고군분투 중이예요.

12월 중순이 지나면 귤나무가 추위에 얼지 않으려고

당은 올리고 몸에 수분은 빼서

껍질이 나무에서도 마르기 시작합니다.

시중의 귤은 싱싱한데 금방 따서 보낸다는 귤이

왜 껍질이 마르냐고 묻는 분이 계셨어요.

생물이 수확해서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저장약 때문이지요~

외국에서 들여오는 농산물이 싱싱하게 보존되어서

시중에 판매할 수 있는 비결도 저장약 덕분이지요.

인류가 기술이 발달하여 못 만들어 내는 약이 없을 정도가 되었어요.

자연의 상태에서 생물이 수확하여 보존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일까요?

유기농귤이 일반귤보다도 상하는 속도가 늦기는 하지만

한달을 넘기기는 쉽지 않아요.

껍질이 마르기는 해도 잘 상하지는 않는다는 관찰을 하긴 했어도

그것도 외부 기온의 변화가 크면 상황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최대한 나무에서 늦게 따내리는 방식을 취하게 되었어요.

오랜 회원님은 이맘때 저희 귤이 껍질이 마르는 현상을

아시게 되었지만 처음 회원님은 이 현상을

이해하시라고 다시 한번 올립니다.

 

 

 

 

귤이라고 다같은 귤이 아니다~

귤농부는 귤로서 말한다~며

제가 농부의 자존심을 드러내곤 하지만

사실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작은 부분이예요.

하늘과 날씨가 거의 모든 것을 좌우 하니까요~

 

저희가 다른 것은 일체 안하고

오직 유기농 귤 한가지만 농사 짓는데도

매일이, 일년이 어찌 가는지가 모를 정도라서

저희 유기농귤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유난히 강한 편이예요~

 

그렇게 심혈을 기울인 농산물이라

특별한 취급을 받기를 저는 원하지요~

유기농 농부가 생각하는 유기농 귤 가격을 매기라고 한다면

저는 5만원은 매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산물에 접근하기 어려우므로

저희 인건비를 계산하지 않고 웬만하면 우리 힘으로 농사 지어서 내보내는지라

제가 이맘때는  1인 5역을 하고 있지요~

사람 써서 대량 농사지어서 수입을 올리는 방법은

저의 정서에 맞지 않습니다.

일일이 몸으로 부딫혀서 가내 수공업 방식으로

일을 하다가보니 많이 지치지만

그것이 저의 진정성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머리와 말과 입으로 현혹되는 말을 하지는 말자고

다짐에 다짐을 합니다.

 

 

 

 

 

 

 

 

 

 

올 겨울은 많은 회원님이 다녀 가셨습니다.

회원의 날 이전부터 성윤이네가족,이기리님부부,

수선화부부, 뽀야네가족,열혈맘순영씨 가족이 회원의날에

순돌이순발이네가족,장성보님부부,유상란님부부,

박미리님 일행,조은희님 가족,

그리고 수선화가 멋지고 당찬 일꾼들을 데리고 도우러 왔습니다.

미옥씨와 현숙씨는 깜짝 놀라게 일을 잘해서

인질로 잡아둘까도 생각했답니다.^^

모두 입장하자마자 모조리 일꾼으로 ~

올레걸으러 왔다가 인사온 장성보님 부부는 다음날

인질로 잡혀서 하루 농부가 되었구요.

여우사이님은 한달동안 농부체험하고 돌아 갔습니다.

생태적인 삶을 살고 싶어하는 여우사이님에게

농부의 삶을 체험하게 해주고 싶어서 단기직원(^^) 채용 했었습니다.

여우사이님은 처음에는 옷만 농부 차림이었고^^

3주가 지나자 비로소 농부 자세가 몸에 배이기 시작했는데

저의 모습을 보고는 귀농은 안하고 귀촌만 하리라고 결심했다 합니다.^^

그리고 어제는 강원도에서 강윤미교장님께서 아이들과 선생님

11명이 귤따기 체험 했고, 지초난초님은 오빠네 별장에 머물면서

반디농장 귤농부가 되겠다고 대기하셨지만

여건이 맞지않아서 귤을 몇개만 따 보셨습니다.

 

이렇게 많은 회원님들을  만났습니다.

우리 회원님들이 제주도 오시면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바로 저라고...ㅎㅎ...꼴이 말이 아닌 몰골임에도

다들 정겹게 만나고 돌아 가셨습니다.

인연의 소중함을 느끼며 보람도 함께 했습니다.

 

 

 

 

 

교직에서 몇년전에 퇴직하신 큰아주버님도

한달 열흘정도 도와 주시고 어제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한동안 바쁠 것입니다.

귤과 더불어 온 겨울을 다 보내고 나면

봄이 내곁에 와 있을 것입니다.

 

 

 

 

 

 

겉모양이 아주 아주 미워서 껍질을 까보니

이렇게 건강한 속 알맹이가 꽉 차게 들어 있고

맛도 환상입니다.

겉만 보고 판단하고,겉치레만 번듯함을 추구하지 말라고

자연은 이렇게 일러 줍니다.

 

 

 

 

 

방가지똥 씨앗

 

 

 

 

 

 

눈덮인 한라산을 매일 바라보며...

저는 매일 귤을 따고

귤을 먹어보고

귤만 이야기하는 겨울입니다.

 

오직 유기농 귤...

제 머리속에는 귤밖에 없네요~~

올해가 다 가고 있구나~오늘 그 생각이 들어서

오랫만에 안부글 올려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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