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쯤
지난 초겨울에 담근 김장 김치가 다 먹어갈 때 쯤이거나
군내가 나서 봄동 겉절이가 먹고 싶을 때이지요?
저의 겨울은 모든게 수확과 배송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을 때라
김치는 여기저기서 얻어 먹거나 사 먹거나 그러고 겨울 나지요.
지난해도 1월말에 김장 담그었고, 올해도 텃밭 무우가
주인 손길 기다리며 싱싱하게 겨울 잘 났습니다.
신효동 믿음밭...따뜻한 지역이라서 더욱더 싱싱합니다.
오늘에사 뽑아서 동치미도 담아 보려고 하고
큼직하게 석박지도 담그고 무우청김치도 담그고
무우잎은 우거지 해장국도 하고...
이제 김장합니다.
이제사 저의 시간이 좀 나기도 하고
텃밭 무우도 조금만 더 있으면 꽃대가 올라오고
무우심이 박혀버리기 때문에 이제는 더이상 미루면 안될 시점이거든요.
제주도는 따뜻하고 습하여 배추나 무우가
섬유질이 단단하지 않아서
김장김치를 오래 저장할 수가 없는데
겨울을 밭에서 지낸 배추와 무우로 한 김치는 아작거리고 단단하여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기도 해요.
저는 어쩔 수 없이 늦게 하기도 하지만
늦게하면 초여름까지는 두고 먹을 수가 있기도 해요.
그 전에도 김장 다 떨어질 때 쯤 겨울배추 들어가기 전에
김치를 다시 하곤 했어요.
텃밭 무우가 이렇게 싱싱해도
쳐다보기만하고 제대로 요리해서 먹을 겨를도 없었네요.
12월까지도 피어있던 서양 백일홍 지니아씨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도 못 받고 그대로 말라있어서 이제 받아서
바로 씨 뿌려야 할 형편이 되었어요.
가을에 씨 뿌린 무우가 이렇게 탐스런 무우로 자라서
흙의 위대함을 다시 느낍니다.
돈으로 치면 5만원어치가 안 될것인데도
내가 씨 뿌려 거둔 결실이라 어찌나 뿌듯한지요.
동치미 맛있게 담그어서 잘 익혀서
봄내 시원한 국수도 말아먹고 너무 맛있다 싶으면
초대장 날립니다~~~ㅎㅎㅎ...
동치미도 하고, 석박지도 하고
장아찌도 하고,무우말랭이도 하고
우거지해장국도 하고...
벌써부터 봄 타느라 입가가 헐어 터지는데
김장하여 맛있게 먹을 생각에 맘까지 설레네요.
제주도는 이미 봄이 설 명절 전부터 와 있었어요.
바람결이 다르다 싶더니 곧바로 매화꽃이 만발했구요.
겨우내내 살아있던 잡초들은 더 기운을 차렸고
겨울 잠자던 식물들도 모두 움을 티우고 올라오고 있지요.
브로콜리 5포기 심었더니 너무 탐스럽게 잘 자랐어요.
따서 먹어보니 시장에서 산 것과 맛이 달라요.
싱싱하고 아작거리고 달아요.
그래서 내년엔 30포기 심어야쥐~ 하는 맘이 앞섭니다.
겨울에 심는 야채는 벌레 피해를 덜 입어서 좋아요.
2월5일 기쁨밭 일부 남아있던 귤 따던 날 풍경입니다.
새들이 잔치를 했어요.
일부는 얼어서 따 내렸어요.
귤이 얼 정도로 추운 겨울을
풀잠자리는 용케도 잘 이겨내었더라구요.
익충 풀잠자리를 보면 언제나 너무 반가운데
이렇게 겨울까지 이겨낸 풀잠자리는 너무너무 대견합니다.
풀잠자리는 깍지벌레나 진딧물을 먹는 이쁜 곤충입니다.
친환경약제중에도 진딧물을 죽일 수 있는 약도 있지만
이 아이들까지 죽을까봐 진딧물이 가득하여 발 구르면서도
소극적인 방제를 하며 이 아이들에게 마구 응원을 날리거든요.
지난 가을에 묻어 두었던 접씨꽃 씨가
언제 이렇게 싹을 튀웠는지 깜짝 놀랐어요.
봄이 이 접시꽃 새싹만큼이나 내곁에 와 있었던 걸 몰랐어요.
겨울잠 자던 자란, 새우란 새싹도 성큼 올라 와 있더라구요.
이제 귤은 더이상 저장이 안 될 시점이지요.
저의 겨울이 끝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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