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지으면서 예측 불가능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
지난 여름 90년만의 가뭄도 고온 다습하던 그동안의 제주도 기상으로서는
예측 불가능하던 일 중의 하나였다.
제주도에는 봄 내내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많아서
고사리가 쑥쑥 잘 자라서
고사리장마라는 말도 있는데
몇년전서부터는 고사리 장마도 잘 모르고
봄이 건조하게 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봄 충도 극성을 부리고
새로운 충들도 출몰하여 피해를 입히고 있다.
특히나 서귀포는 고온다습이 대명사였어서
친환경농사지로서는 적합하지는 않다.
온갖 벌레가 왕성하게 성장하고 서식한다.
우리 귤밭 네개중에서도 가장 따뜻한 신효밭도 다른밭에 비해서는
진딧물들이 말할 수 없이 극성을 부려서 애간장을 태우곤 했다.
그래도 그런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었어서
부지런히 방제소독하여 지금까지 큰 탈없이
유기농 귤농사를 지어왔었다.
그런데 이상기후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일은 대비도 어렵고
앞으로도 어떤 현상이 일어날 지 걱정도 된다.
지난 여름 90년만의 가뭄으로 귤나무도 귤농부도 혼비백산 했었다.
그 뜨거운 여름 내내 비가 오지를 않으니
8월달에는 귤나무를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나무를 다 죽일 것 같은 위기에
매일 물 주느라고 귤농부도 진이 다 빠졌었다.
그때 상황으로는 귤이 성장 하지를 않아서
절반은 소과가 되어 비상품이 될 확률이 많다고 생각 했다.
굴나무도 시련을 많이 겪어서 수세가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었다.
농부 입장에서 보면 귤이 적당히 커줘야 상자를 채우는데
귤이 작으면 한상자에 120개 들어갈 것이 150-160개 들어가면
일만 많고 량은 적은 셈이 되어 버리니
귤이 모자라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그렇게 예측 했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반대의 상황이 발생했다.
9월이 들어 서면서 강수량이 그리 많지는 않았으나
적당히 비도 뿌려주고 햇볕도 잘 나서 아주 좋은 가을 날씨가 계속 되었다.
가뭄덕분에 귤맛은 최상이 될거라고 했고 가을날도 좋으니
귤나무도 회복하고 귤도 적당히 자라줄거라고
기대하고 예측 했었다.
8월말에 맛 본 귤은 전해에 맛보던 귤보다는 당이 확실히 많았다.
신맛이 강했지만 당이 많아서 그때도 벌써 먹을만했다.
속으로 슬며시 회심의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미리부터 발설하면 코 깨지는 일 발생할까 걱정되어서 조심스레~~
올해 귤맛은 유례없이 맛있는 해가 될거로군~~하면서...)
새 순은 보통 봄에 집중 되어서 나오고
열매가 많은 나무는 여름순 가을순이 거의 없다.
그런데 9월 들어서면서 비가 한번씩 올때마다
귤나무가 때아닌 새순을 엄청 내기 시작했다.
귤이 많이 달린 나무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리고 귤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컸다.
귤밭은 여름순으로 물결을 치고 정글이 되었다.
(여름순,가을순, 이듬해 나올 봄순까지도 내밀고 꽃도 피었다.)
어느날 귤맛을 보니 물맛이 많이 잡혔다.
물때문에 엄청 고생했던 귤나무와 귤이 물을 잔뜩 몸에 비축한 것이다.
새순도 과하게 내고, 귤도 과하게 물을 저장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팽창하니 여기저기서 밤송이 터지듯 귤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과가 되리라던 귤들이 쑥쑥 자라서
오히려 대과가 많아져 버렸다.
관계기관에서도 얼마전 발표한 통계를 보니까
오히려 전년도보다도 더 귤이 커졌다 한다.
비가 많이 안 왔어도 가뭄에 놀란 귤나무가
비만 오면 최대한 몸에 물을 비축한 증상이라고 생각 된다.
오른 당을 떨어 뜨리지는 않지만 농도를 희석시키니
그 달달하던 맛이 시원한 단 맛으로 변했다.
아직은 수확이 한달정도 남았으니 귤나무가 겨울 위해서
수분을 조절해주기를 기대해보지만
하여간에 여러가지로 놀라는 농심이다.
농부는 이래저래 놀래는 새가슴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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