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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한알의 씨앗이 주는 기쁨

by 농부김영란 2013. 9. 21.

 

추석 한가위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남들이 부러워 할 수도 있고

한심하게 여길 수도 있는...

아래 이모티콘 같은 모습으로 해피추석 하였습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아무것도 신경 안쓰고

하루종일 뒹굴거리면서

영화 다운 받아 누워서 보면서 하루종일 두문불출 하겠다~가

저의 추석 계획이었어요.

 

 

 

 

제주도에 산다는 이유로

명절에는 남편이나 저 중에서 대표가 참석하는 것으로 정해놓고

남편을 서울 큰집으로  보내고

육지로 유학간 두 딸을 엄마 대신하여 큰집에 가서

명절 음식 만들고 해피추석 하거라~

 

그리고 저는 막내 예인이와 오로지 자유를 만끽하리라~~~

일부러 추석 음식 안해도 먹거리까지 풍성 합니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안하고.....

그렇게 소망대로 추석을 보내었습니다.

(이런 열망이 생긴 것은 여름 가뭄 이겨내느라고 진을 뺐더니

이제사 그 휴유증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쓰나미처럼 몰려와서입니다)

 

 

마누라 마누라 열 내지마~     

마누라 마누라 열 내지마~     

 

 

광고노래처럼  제게 찾아온 사추기.

 제가 요즘 아주 뜨거운 여자가 되어서

몸과 마음 조절이 잘 안되네요.

몸에 열이 펄펄 나서 땀을 무시로  뚝뚝 흘립니다.

간간히 우울증 비슷한 것이 흔들어대기도 하고

귀차니즘이 풍선처럼 팽배해지곤 합니다. 

 

어른이 되기전에 치루는 홍역 사춘기는

질풍노도를 거쳐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고

노년으로 들어서는 관문 사추기 갱년기는

몸의 기운을 빼고 마음을 비워내는 과정인 것 같아요.

몸의 기운이 빠지니 마음도 그릇에 맞춰서 내려 놓으라는 섭리라 받아들이며

제게 다가오는 인생의 황혼을 맞는 준비 과정인 것 같아요.

 

피할수 없는 과정이라 담담하게 받이들이려 하지만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할것 같습니다.

갱년기 우울증...언젠가  제게 일어나는 사추기의 변화를

내면의 소리로 풀어내 봐야지하고 있습니다.

시력이 노안으로 가면서 가까운 작은 것이 잘 안보여서

자꾸만 눈을 찡그리고 이마를 찌푸리는 것 부터...

온 몸에서 여러가지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50년을 넘게 잘 돌보지 않고 마구 쓴 기계가

고장수리 신호도 자꾸만 보내오구요.

만사가 다 귀찮다는 생각도 시시때때 밀려와서

희망을 억누르려고 합니다.

 

이 가을에  사추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저를  어떻게 달래야 할까요.

무엇으로 저를 구원할까요.

 

 

 

 

 

 

 

 

 

 

 

홑잎 토종 채송화

 

 

 

봄에 뿌린 작은 씨앗들이 요즘 꽃을 피우고

스산해지고 울렁거리는 제맘을 가라앉혀 줍니다.

작은 씨앗을 뿌리고 여름내 가뭄에 타지 않게 하려고

물 주고 가꾼 것에 보답을 하는 듯

방긋방긋 예쁘게 웃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정성을 외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땀흘려 일하면서 저의 사추기를 건강하게 이겨내기를 기원해봅니다.

 

 

저의 가을 꽃밭으로 초대합니다.

땅에서 한뼘정도만 크는 꽃들로 가을 꽃밭을 채웠어요.

 

 

 

 

 

 

 

맥문동과 흰제비꽃, 서양 백일홍 지니아,천일홍...

가을열무가 꽃과 함께 자라고 있어요.

키가 모두 땅에서 30cm를 넘지 않아요.

낮은 자세로 살아가라는 무언의 계시가 닿았는지

작고 잔잔한 꽃이 좋아졌어요.

 

 

 

 

 

 

겹채송화와 서양 백일홍이 옹기종기 정답지요?

지니아는 겨울까지 피는 꽃이라서

서양백일홍이라 하는가봐요.

 

 

 

 

 

 

 

 

 

 

 

 

 

 

 

 

 

 

햇살까지 함께 어우러져서 빛나고 있네요.

봄에 씨 뿌리고 애지중지 돌보아 주어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듯해요.

 

 

 

 

 

 

 

 

천일홍과 지니아

 

 

 

 

 

 

 

 

 

 

 

 

종려나무 아래 맥문동의 보랏빛이 햇살 받아 빛납니다.

 

 

 

 

 

 

자주 달개비는 온 몸이 자주색으로 은근히 우아합니다.

 

 

 

 

 

 

빛나는 빨강 별꽃 유홍초

 

 

 

 

 

 

 

 

 

 

 

 

 

 

 

 

 

 

유홍초 덩쿨을 긴장대로 따라 올라가게 하였어요.

 

 

 

 

 

 

 

 

 

 

 

 

 

 

 

 

 

 

언젠가 만날 그대를 떠올리며 부지런히 꽃밭 만들고

텃밭을 만들었었지요.

오시기에 쉽지않은 먼 길에...그래도 늘 꿈꾸며

화단을 만들었었지요.우영밭에는 온갖 야채를 다 심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저를 위해  꽃을 심습니다.

저를 치유하려고 저를 위안하려고

꽃씨 뿌리고 우영밭도 가꾸었습니다.

<내가 행복해야 세상이 행복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추기를 맞아 자꾸만 침체되려고 하는 저를 위안하려고요.

그러면서도...늘 그대를 떠올리지요.

내게 참으로 고마왔던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힘들었던 순간도 기운나게 해주셨던 언니들,친구들,아우들...

꽃보다 더 아름답고 정겨운 마음을 늘 보내 주셨던 분들.

 

그대가 계셔서 제가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음을

다시 한번 조용히 떠올려 봅니다.

돌아보니...참으로...멋진 날들이었습니다.

유기농 귤농부 김영란...그대가 만들어 준 자랑스러운 명함입니다.

 

흔들리고 울렁거리는 맘을 추스릴 수 있게 하는 꽃밭과

우영밭과 귤밭이 저의 사추기를 잔잔하게 다스려줍니다.

식물이 구원투수입니다.

녹색은 언제 보아도 마음의 평화를 선사합니다.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고 마음부자를 만들어 줍니다.

 

 

 

 

 

 

 

 

 

 

 

 

올해는 저희 고추 농사도 제법 했답니다.

가을풍경 중

한 몫하는풍경입니다.

 

고난의 여름을 보내고나니

이렇게 멋진 가을날이 다가왔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심은 야채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이 부추입니다.

제주도 말로 <세우리>라고 하더라고요,

경상도 말로는 <정구지>라고 하지요.

그 어떤 약도 안 뿌려도 벌레도 안 먹고

한번 잘라 먹으면 쑥쑥 잘 올라오고

그리고 이 가을에는 이렇게 청초하고 아련한 하얀 꽃까지 피워서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최고의 야채입니다.

 

 

 

 

 

 

 

 

가을과 겨울에 먹을 야채밭입니다.

제주도 말로는 텃밭을 우영밭이라고 합니다.

제주도는 겨울에도 배추와 상추 브로콜리등의 야채가

우영밭에서 자랍니다.

겨우내내 텃밭에 푸른 야채가 있어서 싱그럽습니다.

 

 

 

 

 

 

 

 

 

 

 

취나물 꽃이 눈부시지요?

이 꽃이 씨앗을 퍼뜨려서

감당못할만큼의 취나물밭이 되었답니다.

올해도 씨앗을 많이 퍼뜨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취나물 씨앗 필요하시면 나누어 드릴게요.

한알의 씨앗이 주는 기쁨이 엄청 나군요.

 

 

 

 

 

 

 

가을 우영팥에는 배추, 무우,브로콜리,쪽파

적양배추, 상추, 쑥갓,시금치등을 심었어요.

그리고 당귀, 흰민들레,취나물도 있습니다.

쑥갓은 내년 봄 꽃을 기대하며 심었지요.

야채들은 예쁜 꽃까지 선물해줍니다.

봄에 화사하게 피는 유채꽃도 지금 씨 뿌리는데

유채가 아니라도 배추, 무우도 모두 노란 꽃을 봄에 피우니

야채도 먹고 꽃도 피우는 아이들이 너무 대견하고 이쁩니다.

 

 

 

 

 

 

 

검질(잡초)이라고 뽑아내야 하지만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우는데

녹색융단처럼 자라게 내버려 두었어요.

민들레 종류인 것 같은데   이름은 잘 모르구요.

잎사귀가 땅으로 융단처럼 깔리는 모습도

나쁘지는 않군요.

 

 

 

 

 

 

 

여기저기 기어 올리가는 나팔꽃이 어수선하여

뽑아버렸더니...어머나...

죽어가는 줄기에서 꽃을 피워냈습니다.

꽃을 피운다는 것은 씨앗을 맺어 자손을

퍼뜨린다는 것이지요.

나팔꽃의 눈물겨운 투혼을 보고 심하게 미안해졌습니다.

 

 

 

 

 

 

 

쑥부쟁이도 눈부시게 환하게 웃고 있어요.

쑥부쟁이도 씨 받아서 뿌린 것인데

감당못할만큼 번식을 잘합니다.

봄에는 나물로도 먹고 가을에는 꽃도 봅니다.

멀지않아 하얀 구절초가 바통을 이어 받을겁니다.

가을이 결실을 맺기위해 여기저기서 분주합니다.

 

 

 

 

 

 

 

깻잎밭에 방아개비는 사랑중인가 봅니다.

연상연하도 심하게 나는 듯...^^

 

 

 

 

 

 

햐~~~누구의 집일까요?

귤나무잎에 달려있는 곤충집입니다.

너무도 앙증맞네요.

 

 

저의 올 가을은 자연과 함께 치유의 시간으로 정하려고 합니다.

햇살이 눈부신 가을날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혹독한 여름 보내고 나니 이 가을이 더 소중합니다.

사춘기도 사추기도 삶의 과정인데 성숙을 위한  진통이겠지요.

맑고 화사하고 평온한, 최고의 9월입니다.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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