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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서귀포신문)

1.왜 귀농 하셨습니까? 2.자식과 농사

by 농부김영란 2013. 8. 8.

 

<왜 귀농 하셨습니까? >

 

김영란 시민기자의 귀농일기
2013년 07월 15일 (월) 09:40:33 김영란 webmaster@seogwipo.co.kr

귀농귀촌 유기농 귤 멘토를 하다가보니 난처한 질문을 받곤 합니다.

귤 재배 과정이 관행귤과 친환경(유기농)귤이 있다가보니

관계기관에서 나오신 강사님들께서 초보자는 친환경을 하지 말라고 하신답니다.

나무를 죽일 염려가 있고 가는 길이 일반 관행귤에 비해 어렵고

판로도 어려워서 좌절하기가 쉽다고 한답니다.

본인은 친환경을 하고 싶은데 이런 말을 들으면 혼란이 온다고

친환경 농부인 저에게 토로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친환경농사가 아니면 농사 짓지 않겠다고 작심하고

길을 찾다가 em센터를 알게 되어 그곳에서 유기농 귤 재배 교육을 받고

 그대로 따라하여 유기농 귤 농부가 된 사람이라

“나는 왕초보에서 9년째 유기농귤 농사 도전하였지만

귤나무를 죽이지도 않았고 망하지도 않았는데~“ 하며

질문에 어떻게 답변을 해야할 지 고심합니다.

 

 

 

 

 

선배님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걸어 오면서 생산재배의 어려움보다도

판로를 개척하기위해 고군분투한 과정은 있습니다만

그 정도 어려움은 그 무엇을 하든 겪어내어야만 할 과정이라고 생각 하였습니다.

귤농사만큼 쉬운 농사가 없다는 말은 관행농귤 재배방식을 두고

이르는 말이라는 것을 압니다.한달에 몇 번만 가고도 수확하고

쓰리잡(three job)까지 병행하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쉬운 길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친환경 농사를 기피하고

말리기까지 하는 이유를 저는 압니다. 친환경을 해야하는 이유를 알고는 있으면서

힘들다고 말리는 이유도 알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굳이 대립각을 세우고 친환경농사를 역설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는 하고자하는 바를 정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지도 않았고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관행농과 비교 하지도 않았습니다.

유기농 농부로 살아내면서 힘든 순간 없지 않았지만

자긍심은 저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었습니다.

친환경 농사 강의시간에는 열광하다가 막상 농사는 관행을 택하는 귀농인들을 보면서

왜 귀농하였는지 자신에게 엄격하게 질문해 보시기를 권유합니다.

우리가 도시의 삶을 버리고 귀농 하였을 때 돈만 추구하는 삶을 살기위해

귀농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고 친환경 농사가 망하는 농사도 아닙니다.

10년 넘게 유기농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희망의 등불을 밝혀 주고 있는 지금은

하고자 마음만 굳게 먹으면 얼마든지 친환경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제가 유기농 귤 농사 시작할 때 나무 죽인다고, 친환경 하면 망한다고 하신 분은

지금도 똑같은 말을 하고 계십니다.

그사이 저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자식과 농사>

 

김영란 시민기자의 귀농일기

2013년 07월 26일 (금) 09:31:37 김영란 webmaster@seogwipo.co.kr

장마철에 비는 오지 않고 흐리면서, 습도는 아주 높은 고온의 날도

장마 이상으로 농작물 관리하기가 힘이 듭니다.

올해는 봄 가뭄으로 진딧물도 극성이었고 다른 해보다도 충들도 훨씬 많아서

벌써부터 외관상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주 많이 보입니다.

유기농 귤은 어느 정도 못생긴 것을 봐준다고 해도 심하면 상품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습도가 높은 고온현상이 지속되니 온갖 병충해가 기승을 부립니다.

고온다습한 서귀포는 친환경 농사짓기에 가장 열악한 환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느끼는 가장 큰 위기는 한중FTA가 아니고,

점점 광폭해지는 이상 기온입니다.

 

 

   

 

 

 

제주도는 봄 가뭄과 마른장마가 지속되는데

중부지방은 연일 물폭탄 수준의 장마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장마철에 비가 오지 않고 가물다는 현상이 오히려 태풍전야 같은 불안감을 들게 합니다. 강력한 태풍이 몰려오거나, 수확기에 내내 비가 쏟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경험상 생겼기 때문입니다. 하늘보고 웃고 우는 농사다보니

날씨에 관심이 가장 많습니다.

 

귤농사 중 연중 가장 바쁠 때는 수확기이고 가장 일하기가 힘들 때는

이맘때인 것 같습니다. 방제소독은 새벽이나 저녁때에나 해야 더위 먹지 않습니다.

여름퇴비를 먼저 섭취한 풀들이 일주일에 한길은 자라서

순식간에 정글이 되어 이맘때 제초제 치지 않는 밭을 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넝쿨풀들이 순식간에 귤나무를 덮어 버리니

제초제를 치는 심정이 이해 안가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맘이 듭니다.

 

엊그제는 풀을 헤치면서 방제 소독을 하다가보니

뱀이 똬리를 틀고 나무 위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해는 말벌에게 입술을 쏘여서 안젤리나 졸리처럼 섹시하다고

칭찬(^^)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몇 해 전에 진드기에게 물린 자리는

아직도 가렵고 시커먼 독이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농사짓는 동안에 이런 저런 어려움이 가슴 뻐근하게 하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쁜 얼굴을 드러내고 탱글탱글 자라고 있는 귤들을 바라보면

나는 귤사랑에 눈 먼 사람이 되어 그 모든 시련을 다 잊습니다.

예쁜 귤들과 귤나무의 건강함에 감사한 마음이 너울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자식과 농사는 지난한 어려움 중에도 키우는 기쁨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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