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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서귀포신문)

1.교육은 시작일 뿐 2.길

by 농부김영란 2013. 8. 8.

<교육은 시작일 뿐>
김영란 시민기자의 귀농일기
2013년 06월 18일 (화) 09:00:07 김영란 webmaster@seogwipo.co.kr

   

 

요즘 귀농귀촌 열풍이 불어 서귀포로 유입되는 귀농귀촌 인구가 많습니다.

전국적인 귀농귀촌 현상이 제주도 전역과 서귀포에서도 눈에 뜨이게 증가하고

귀농교육을 받는 인구가 해마다 엄청난 숫자입니다.

저는 미리 귀농하여 안정적인 정착을 하였다고 하여 시청 유기농 귤 멘토를 하게 되어

서귀포로 귀농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 발로 찾아서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길을 찾아야 했던 저는

종합선물세트 교육을 받게 된 지금의 귀농 귀촌인들이 너무나 부럽습니다.

모범답안을 일러주며 방향제시를 해주는 혜택을 받게 된 새내기 제주도민들이

행복하게 잘 정착하기를 저도 바랍니다.

 

 

무슨 일이나 처음 하는 일은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 어려움을 최소화하여 정착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 관계기관에서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도 멘토로서 직간접으로 참여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부분과 우려되는 부분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교육담당을 하시는 분 열정이 누구보다도 대단하여

전국 어느 곳의 귀농귀촌교육에 뒤지지 않을 만큼 내용이 풍부하다는 것입니다.

교육생들은 정착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골고루 받을 수가 있어서

 그런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멘토인 저도 심하게 질투심이 생길 정도입니다.

 

그리고 우려되는 바는 교육을 위한 교육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은 시작일 뿐, 진정한 효과를 내는 심도 있는 논의를

머리를 맞대어서 해보아야 할 시점이며, 우리들의 과제임을 깨닫습니다.

어떤 일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때는 최소한 3년이나 5년 정도 지나야 1

차적인 평가를 내릴 시점이 됩니다. 시작을 하였다고 결과가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시작은 좋은데 결과는 없는 속 빈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책임 있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길>
김영란 시민기자의 귀농일기
2013년 06월 28일 (금) 10:32:40 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농사 10년쯤이면 산마루에 올라앉아 내려다보는 여유를 부리게 될 줄 알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도전한 유기농 귤 농사. 귤 농부로 9년째 살고 있는 지금,

아득하기는 왕초보 시절 때보다 더한 것 같습니다.

모를 때는 무식하게 돌진하는 패기로 앞만 보고 달렸는데

무언가 조금 알 듯도 한 시점이 되니 오히려 또 다른 벽을 만나게 됩니다.

유기농농부로 살아남기 위해 집중했던 지내온 날,

이제는 내가 만들어 온 길이 다른 초보농부들에게는 길이 되기도 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귀농귀촌 열풍 현상으로 먼저 귀농하여 자리 잡은 제가 멘토가 되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하여 때로 부담스럽고 멀미증상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제 유기농 귤 농사의 숲이 보이는 시점이 되긴 했지만

저로서는 새로운 길을 만들면서 나아가야 하기에 늘 한계상황을 마주합니다.

제가 걸어온 길이 초보농부에게는 길이 되기도 하지만 제가 걸어가야 하는 길은

만들어서 나아가야 하는 길이므로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선구자적인 운명에 놓여 있음을 느끼고 묵직한 고민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점점 더 까다로와지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점점 더 광폭해지는 이상기후에서 편안하게 농사짓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농산물 FTA체결로 보호막은 사라졌습니다.

하우스지원이니 타이백지원이니 하는 미봉책으로는

5년 후조차 기약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생산현장에서 찾아낸 길이 아닌 탁상행정에서 만든 길은

거의가 전시행정에 불과함을 보아 왔기에 또 다른 위기 앞에 서서 벽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3대 4대 수 백년을 탄탄하게 이어갈 수 있는 강소농의 길.

그 길을 찾아내서 만들어 가야 하는 시점에 서서

또 다른 백의종군의 길을 가야하는 비장함을 곱씹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