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일상 중 봄 농사가 가을 걷이 이상으로 바쁜 시절입니다.
겨울 수확과 배송으로 농한기 없이 바로 봄농사에 돌입하는지라
사계절이 거의 연중무휴인 셈이지만
그 중에도 9월 10월이 수확 앞두고 조금 한가한 편에 속하고
겨울 수확기에는 너무 바빠서 제정신이 아닐때가 다반사고
봄 농사는 바빠서 휴식이 없기는해도
발아래 풀꽃도 살피면서 소걸음으로 갈 수는 있어서
큰 몸살없이 뚜벅뚜벅 가고 있습니다.
전정 들어간 3월 25일부터 4월 5일까지 비가 없어서
쉼없이 전정을 다 끝내고 전정한 가지 파쇄까지 일부만 남기고 거의 끝내어서
지난해보다 빠르게 일을 순서대로 착착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사이 파쇄기가 여러번 고장을 일으켜서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는 했어도 그런 작은 문제는 문제도 아닌 셈이구요.
만사형통 일사천리 2주간에 전정을 마감하고나니 만만세~입니다.
아직도 1차 방제소독에 퇴비주기 예초하기 등등 일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이제 5학년 농부 이성호씨가 일의 말미를 알아서 순서대로 진행해 나가니까
저는 그동안 앞에서 이끌고 온 고충이 사르르 녹고
매사에 나를 의존하던 5학년 농부를 자립하라고 담금질한 결과
초보농부를 손가락으로 지시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ㅎㅎ...
전정, 퇴비주기, 소독하기등 큰 일은 제가 함께하고
소소한 일은 초보농부가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등 떠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두번의 생선액비 엽면시비를 혼자서 네밭을 다 하였습니다.
밭이 여러군데로 나누어져 있어서 일 하는데는 불편함이 많습니다.
남편이 영양제 엽면시비를 하는 동안 저는 믿음밭 텃밭을 정리 하고 있습니다.
질서없이 마구 심어 놓았던 종려나무와 감평 묘목을 옮기고
부추, 상추, 가지, 고추, 민들레,취나물,곰취, 당귀등을 옮기고 심고 하고 있습니다.
꽃씨도 뿌려놓고 언제 나오는지를 관찰중입니다.
머리속에 구상하고 있는 반디 힐링캠프를 실천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할일이 너무 많아서 일의 진행이 더디어 지고 있습니다.
귀농귀촌팀의 목수학교도 등록해 놓고 한번도 못가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려고 그림 그리는 강좌도 신청만 해놓고는 못 가고
고사리가 마구 올라 온다는데도 한번도 못 꺾으러 가고
봄꽃들이 만개해서 손 짓해도 귤밭을 벗어 나는 일은 마음 뿐입니다.
전정하는 일이 노동 강도가 세어서 저녁에 오면 녹초가 되어
블로그에 글 올리는 것을 못하고 왔지만 그래도 마음이 지치지는 않았습니다.
전정은 4년째 함께 해주시는 두 분과 저 이렇게 세사람이 8일을 꼬박 했고
남편은 전정한 가지를 끌어 냈습니다.
전정 하는 일도 힘이 들지만 가지를 끌어 내는 일도 단순노동이지만 만만치 않은 일인데
남편이 이제는 자발적으로 일머리를 계산하여 일을 하니까
일이 순서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리정돈을 잘하는 남편은 잔가지 하나없이 다 끌어냅니다.
그동안 남편이 일에 책임감을 가지지않고 남의 일 하듯이 하는지라
마음이 부대낀 적이 많았는데 5년차가 되니까
남편이 이제는 자기 일이라는 책임감이 들어서 자발적으로 하니까
제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올 봄에는 5학년 농부를 마구 칭찬하면서 일 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은 제가 많이 힘들었어요.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일.^*^)
그런데 미리 힘든 일을 겪고나니까 조금만 잘해도 감사하고 칭찬이 절로 나오네요.ㅎㅎ...
아래 전정하시는 분은 4년째 우리 귤밭을 전정해 주시고 계십니다.
그전에는 제가 전정을 다했는데 귤밭 평수가 늘어 나면서
저 혼자 다하기도 벅차고 그리고 제가 맘대로 잘라서
나무 수형도 잡지 못하서 어수선한지라 전문가를 모시고 하고 있지요.
2010년도에 폭설과 한파가 와서 나무 수세가 약해진지라
지난해는 따라 다니면서 약전정을 하라고 잔소리(^*^)를 하여
수세가 엄청나게 좋아졌습니다.
희망밭과 믿음밭은 거의 정글이 되다시피 하여서
전정을 할일이 많았습니다.
이제 저는 전정을 멋지게 하지는 못해도
어떻게하면 나무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파악했습니다.
2년전 거의 죽을뻔한 나무들을 다 살려낸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스스로 자화자찬 하기도 합니다.(남편이 인정 하지요.ㅎㅎ...)
확실히 저와 식물은 궁합이 아주 잘맞는 상대인 것 같아요.
저한테 온 식물들은 너무 지나칠 정도로 잘 자라납니다.
네 밭 모두가 유기농 밭으로서는 최상의 수세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하루도 쉬지않고 성심껏 돌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일만 없다면 올해 귤은 잘 달릴것으로 예상 됩니다.
나무 수세가 아주 좋거든요.
건강하고 튼튼한 나무를 바라보기만해도 든든해집니다.
나무가 숲을 이루었습니다.
영양 상태가 아주 좋다는 뜻입니다.
유기농을 하면서 나무잎사귀가 작고 단단해지는 현상이 있습니다.
가지도 아주 단단해졌습니다.
저희밭에 오신 분들은 나무 수세가 너무 좋아서
유기농 밭 맞냐고 하십니다.
유기농 하면 나무 죽인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귤나무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정 사부님이 전정의 묘를 한수 가르치고 계십니다.
몇년차 뵈니까 친근해져서 처음에는 선생님 하다가
행님, 오라방~하며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말을 트자고 하니까
은근히 좋아 하십니다.
사람 사이에 신뢰를 가진다는 것은 서로가 성심껏 해주는 것이지요.
저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일했더니 저녁에는 녹초가 되었습니다.
확실히 전정은 기술적인 것을 떠나서도 힘이 센 남자일에 속하는 것 같아요.
어깨, 팔, 손목, 손가락...저녁에는 온 몸이 다 쑤시고 아픈데
그래도 다음날 아침에 또 일을 하면서 몸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함께 전정을 하면서 따라 다니면서 잔소리(^*^)를 하니까
처음에는 자기 영역을 간섭하는 기분 나쁜 존재로 받아 들이시더니
나중에는 제 잔소리가 그립다고 하십니다.ㅎㅎ...
제 지론...내 밭 상황은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원칙하에
내 밭 상황에 맞게 전정해 달라는 것이지요.
그리고...제게도...전정의 묘를 터득한 것이 있거든요.^*^
사람의 입장에서 전정하지 말고 나무의 입장에서 바라보라가 저의 지론이지요.
사실...이거 심오한 철학이 숨어 있답니다.ㅎㅎ...
3월 25일경 믿음밭 전정 시작할 때 작은 순이 나왔습니다.
날씨가 따뜻하여 일주일 후에 보니
새 순이 쑥 올라왔고 꽃눈도 많이 보입니다.
올해는 웬지 예감이 좋습니다.
만사형통 잘 될거란 희망이 생깁니다.
늘 시련만 있으면 견뎌내기 힘들겠지만
이렇게 건강한 나무가 희망의 기운을 마구 내뿜어 주고 있습니다.
파쇄의 달인 5학년 농부가 이제는 파쇄를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기계가 고장나면 속수무책이라
빨리 기계고장 수리까지의 경지에도 이르라고 북 돋으고 있어요.
우리 초보농부 5학년 이성호씨는 뽈록하던 배도 많이 들어 갔습니다.
열심히 일 한 덕분에 건강과 다이어트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지요.
요즘은 제가 마음에서 우러나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이제 파쇄 일부 남은 것 다하고 담주부터 1차 방제 소독 들어 갑니다.
그리고 예초하고 수세를 보아가며 봄 시비를 하고나면
봄 농사의 큰 불은 대충 끄게 됩니다.
그렇게 5월 중순까지 열심히 하고나면 뻐꾸기 우는 소리에 허리를 피게 될 것입니다.
벚꽃이 만개하여 꽃놀이는 못가고
일하다가 점심 먹고 신효동 벚꽃길을 차로 한바퀴 돌았습니다.
지금은 이미 다 지고 새순이 나왔습니다.
귤밭가에 심어 놓은 애기 꽃 사과 나무를 바라보며
멀리 가지 않고도 봄을 만끽 합니다.
모과꽃도 피어서 나를 바라봐 달라고 손짓합니다.
온갖 것들이 모두 다 꽃을 피우는 봄입니다.
봄이 절정에 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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