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저는 이제사 조금 몸살감기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몸이 쉬고 싶다는 신호를 수없이 보내와도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몸을 달래가며 조심해서 오다가 마지막 귤을 따내리고나자
귤이 모자라고 고민하고 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약해져서인지 몸살감기가 기세좋게 들이닥쳐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는 평소의 소신을 무색하게 하였지요.
이제 제 나이에는 무조건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교훈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아프기전에 이틀만 쉬었어도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을 아파서 어쩔수없이
열흘을 일도 할 수 없고 몸도 마음도 통제가 잘 안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미련한 자의 속성을 언제나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들은 저를 귀농의 로망이니 성공한 귀농인이니 하며 부러워하지만
정작 저는 일에 치여서 넉다운 되어"만사가 다 귀찮다"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이대로 땅 속으로 꺼질 것만 같다"는 극한 체험을 하고 있었지요.
몸이 약해지니 마음이 약해지고, 마음이 약해지니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살지?" 하는 생각에서부터 "누굴 위해서?" "내가 없으면 다 무슨 소용이 있다고..."
평소에는 잘 하지 않던 부정의 생각들이 연타로 몰려 왔습니다.
심지어...귤 농사를 접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농사지어서 남편이 회사 다닐때의 월급만큼만 벌었으면 좋겠다는 열망 하나로
매진해 욌던 그동안의 시간들이 허망한 생각이 들고,
얼마나 잘 살겠다고 이 고생인가싶은 나답지 않은 생각까지 밀려 왔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온가족을 다 고생 시키며...이 방법 말고도 좀 더 쉽게 사는 방법도 있을텐데...이런 생각까지.
지축이 흔들리는 온갖 부정의 생각들이 쓰나미처럼 밀려 왔습니다.
먹고 싶은 것도 아무것도 없고 만사가 다 귀찮고 짜증이 났습니다.
이맘때 누군가가 내 사정을 모르고 불만사항이라도 말했으면 아마도 폭팔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주부가, 엄마가 앓아 누우니 집은 더더욱 태풍맞은 듯 했고
온 가족이 모두 다 한차례 몸살이 휘감고 도는 악순환이 왔습니다.
이럴때일수록 더 잘 먹고 가족들을 더 잘 보살펴야 감기몸살을 떨치는데
엄마가 아프니 아이들도, 남편도 모두 다 몸살감기에 시달렸지요.
온가족이 한차례...아프고나서...자성이 밀려 왔습니다.이래서는 안되지~
엄마는 아파서도, 아플수도 없는 존재임을 자각했습니다.
그리고 나를 지켜봐주고 응원해주고 기다려주는 회원님들의 마음의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제사 눈이 좀 떠지고, 온전한 내 의식이 조금 돌아 왔습니다.
텃밭에 심어둔 파릇한 열무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파릇한 열무에 고추장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입맛이 돌아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맛있다는 그 어떤 것도 먹고 싶은게 없던 입맛이 그제사 돌아 오고 있었습니다.
5차귤을 보내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밀려 오고...
그래서 부족한 귤이라도 어떻게 나눔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보았습니다.
열무비빔밥을 고추장에 비벼먹고 눈을 좀 떴습니다.
그리고 5차귤을 선별하여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겉이 밉다고, 껍질이 말랐다고, 껍질이 두껍다고
좀 크다고, 작다고 돌려 놓았던 것들도 귤이 부족한 상황이라서 조금씩 섞어 넣었습니다.
그동안은 그래도 좋은 것들만을 선별해서 내보냈는데 귤나무가 주는대로 한번 느껴 보시라고.
마르고 질긴 껍질을 까보면 속 알맹이가 온전한 귤을 보면서 생명의 경외심을 느껴 보시라고.
(저는 이런 귤들을 만나면 더 절절해지고 애잔해지거든요)
겨울 한파를 이겨내느라고 껍질을 단단하게 만들고
속까지 솜내복을 입은 듯 두꺼워진 자연의 현상도 살펴 보시라고.
스스로 살아내느라고 온갖 투혼을 발휘한 금순이 귤들의 진가를 면면히 살펴 보시라고.
화학농약 주고, 화학비료 주고 , 온갖 약제로 상품으로 길러지고 저장된 시중귤과는 차원이 다른
온 몸으로 살아낸 건강한 삶의 결정체의 진가를 다시 한번 보아 주시기를 바라며
제 마음까지 담아서 내보냈습니다.
껍질이 질겨서, 알맹이가 큰 것이 있어서, 맛이 없는게 있어서...이런 불만이 생기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세상은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이 보인다"는 말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큰것도 시원하고 달고 맛있구나, 껍질이 말랐는데도 안은 고스란히 보존되어 놀랍구나,
추위에서 알맹이를 보호하려고 껍질 두꺼워졌으니 껍질에 더 좋은 성분이 생겼겠구나,
겉은 미운데 안은 놀랍도록 맛있구나...너희들 참으로 애 썼구나...이런 마음이 우러 나왔으면 합니다.
부족한 귤을 보면서 귤농부가 얼마나 안타까와했을지, 절절한 마음도 헤아려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몸살을 앓으면서 내 몸이 곤하니 매사에 부정적인 생각이 밀려 오다가
기운이 회복되니 또 다시 감사의 마음이 물밀듯 밀려 왔습니다.
노동에 지쳐서 몸이 곤하여 똑같은 상황임에도 부정의 생각이 들었는데
삶의 기운이 조금 모이자 다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서 감사하고
따뜻한 회원님들이 계셔서 든든하고,아무리 추운 겨울도 온 몸으로 이겨내고 있는
푸른 귤나무를 바라보니 눈물겹게 감사하였습니다.
내 아이들이 엄마를 돕겠다고 힘든 것도 참고 도와주는 것도 감사하고
겨우내내 무거운 귤박스를 수천박스 들고 나른 남편도 감사하고
무엇보다도 "귤이 모자라요~"했을 때 모든 것을 내 결정에 따라 주시겠다는 넉넉하고 따뜻한
우리 회원님들이 감사했습니다.내안에서 꿈꾸던 작은 행복한 꿈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따뜻한 그대가 내게 주는 사랑처럼,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해드릴까~~~그런 꿈을 꿀 때...
저는 즐겁고 신이 났었습니다.내 안의 그 꿈이 다시 새싹처럼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올해는 귤이 모자랄 것 같아서 나눔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귤이 넉넉할 때는 효소귤도 보내 드리고 말랭이 귤도 보내 드리고 하였는데
처음부터 귤이 모자랄 듯, 될 듯 하여서 가늠하다가 선물도 하나 못 보내 드렸어요.
귤이 넉넉한 해에 또 나눔 하겠으니 부족할 때는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5차귤을 1박스씩만 보내 드리고(여러그루 하신 분들도 한박스씩만)
일단 어느정도 정리가 되면 다시 가늠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1월 10일 이후에는 마지막차만 남기고 여러 상자남은 분들은 미리미리
신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귤나무도 저도 혼비백산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내년에는 귤을 뒤로 미루시지 말았으면 합니다.
내년부터는 1월 중순까지만 귤을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저희를 생각해서 부득이 환불신청해주신 회원님들께 더욱 깊은 감사 드려요.
2월초에 제가 다시 개별적으로 연락 드리고 환불은 정리가 되는대로 넣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대의 따뜻한 마음이 저를 다시 기운나게 해주었습니다.그대가 내 곁에 있어서 살맛이 납니다.
추위에서도 건강하고 싱싱한 귤나무를 바라보니 새희망이 샘 솟습니다.
구정때까지는 이러저러한 뒷정리로 소소히 바쁘겠지만
미리 몸살을 앓았으니 멀리서 달려오는 봄을 두 팔 벌려서 맞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희망 편지를 다시 쓰거든 내 마음안으로 따뜻하게 걸어 와 주세요.
힘든 지난해였지만 그래도 그대와 함께 걸어 온 길은 행복하고 신이 났습니다.
그렇게 또 걸어가 보겠습니다.
<5차 귤편지)
마지막 5차귤 편지를 쓰려니 막막하여 글말미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지난 1년간 온갖 시련에도 굳세게 이겨 나왔는데 마지막 5차를 남겨두고
저는 몸살감기를 이기지 못하고 거의 일주일을 정신을 잘 못 차렸습니다.
마지막 귤을 따내릴때까지도 잘 버티어 주던 몸이
5차 귤이 모자란다는 결론에 도달하자 마음 한 곳이 무너져내리면서
그동안의 노독이 쓰나미처럼 덮쳤습니다.
지난해 귤은 예상보다 훨씬 적은 양이 나왔습니다.
갯수로는 부족하지 않았는데 태풍 이후 귤이 거의 성장을 멈추어서
크기가 자잘한 바람에 상자에 들어가는 숫자가 많다보니
마지막 귤이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겨우내내 밤낮으로 달려온터라 피로가 극에 달해있던 상황에
귤이 모자라는 상황까지 맞게되니 온 몸에 힘이 쭉 빠지고
곧바로 감기몸살이 엄청난 기세로 달려 들더군요.
억지로 앓아누운 며칠동안 마음 정리를 하였습니다.
모자라는 것은 환불 해드리는 것이 가장 깔끔한 방법인데
전체가 다 모자라는게 아니고 절반정도가 모자라니 누구에게 보내는가가
또 고민이었습니다.첫번째로는 저희 귤이 가장 도움이 되는
암투병 지인에게 보내 드리는 것이고 그 다음은...
그래서 블로그에 고민을 올렸습니다.저의 상황과 고민을 알게 된
회원님들은 반디귤이면 아무귤이나 주시면 받겠다는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시면서 아낌없는 응원을 해주셨습니다.
귤나무가 주는대로 받겠다는 말씀과 제가 결정내리는 어떤 상황도
받아 들여 주시겠다는 말에 며칠 고민한 끝에 결론을 내렸습니다.
농부가 최선을 다하고, 나무가 최선을 다해도, 기상재해를 이겨낼 수는 없습니다.
저는 귤나무가 온 몸으로 이겨낸 태풍 오던 날을 떠올리며 귤나무의 투혼을 생각했습니다.
온갖 자잘한 시련 외에도 연타로 3번이나 초강력 태풍을 이겨낸
지난해 귤이야말로 모두가 투혼의 귤입니다.그리고 귤나무에서 눈 맞고
서리맞고 한파를 이겨내느라 얼지 않으려고 껍질이 마른 귤들까지
귤나무의 투혼이 전해주는 감동을 우리 회원님들께 골고루 드리려고 합니다.
작은 귤, 큰 귤, 겉이 마르고 미운 귤,상품귤까지 귤나무가 키워낸 귤을
골고루 보내 드리어서 크기가 다르고 모양이 다른 귤들을 골고루 맛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맛을 떠나서 귤나무의 투혼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시시때때 애간장이 녹던 귤농부의 애환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새 순이 돋는 봄이 오면 새 희망이 샘솟아서
열심히 농사지어 올 가을 건강하고 맛있는 유기농 귤로서 또 찾아 뵙겠습니다.
힘든 지난해였지만 회원님들과 함께 가는 따뜻한 동행은 늘 행복했습니다.
회원님들께서도 가내 건강 하시고
소망하는 모든 것 만사형통 이루어지는 한해 되세요~
'귤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정 (0) | 2013.04.07 |
---|---|
em센터 유기농 심화교육 (0) | 2013.02.18 |
12월 27일 사진일기 (0) | 2012.12.30 |
귤편지(1,2,3차...) (0) | 2012.12.15 |
귤밭일기(12월 12일) (0) | 2012.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