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이 하루가 다르게 익어 가고 있어요.
우리 귤은 조생이라는 품종으로 11월 중순경 수확하는 귤인데
우리는 그 어떤 인위적인 약을 치지않고(사람들은 색이 잘 나고 골고루 빨리 익게하는 약들도 쳐요)
자연스럽게 햇살과 바람과 이슬과 비로 익히는지라
다른 집보다도 배송되는 날짜가 늦어요. 그리고 나무에서 충분히 완숙된 귤만
골라서 따기 때문에 다른집보다도 더 늦구요.
그래도 마음 느긋하게 가지고 기다리면 귤이 알아서 익어 가지요.
시장에 귤이 지천일 때 쯤에도 안 나오는 반디귤 기다리시게 하는게 미안하지만
더 맛있는 귤을 보내드리기 위해서이니 반디 가족회원님들이
목이 한뼘 쯤 늘어 났을때에야 반디귤이 나무에서 충분히 익어서 인사 드리러 갑니다.
아마도 11월 20일- 25일경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가늠해 봅니다.
정확한 수확날짜는 그 즈음 가서 결정하고 공지 합니다.
올해 회원님 귤은 세 밭은 유기인증이고 한밭은 전환기 유기인증입니다.
내년에는 모두 유기인증이 될것입니다.
유기농으로 가면서 수확량이 점점 줄어 드는 것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관행농의 절반으로 수확이 줄어 드니 사람들이 유기재배를 도전하지 않는 것을 실감합니다.
일은 두배로 많이 하고 수확량은 줄어서 수입이 안되니
수지타산으로 지을 농사가 아닙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굳건한 소신이 없으면 참으로 지탱하기 어려운 농사입니다.
화학 농약으로 잡을 수 있는 온갖 병해충을 몇가지 안되는 친환경 약제로 소독해봤자
예방하고 소독하는 차원일 뿐 충과 균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나무의 건강한 체력인데 화학비료를 쓰지않고 재배하려니 늘 한계가 따르지요.
화학비료의 혁명은 대량생산을 가능케하였습니다.
10년동안 유기농 귤을 지향하던 지인이 작년부터는 무농약으로 돌아섰습니다.
무농약 재배는 화학비료를 허용하는 인증제도입니다.
화학비료를 주게되니 수확량이 확~ 달라졌다고 합니다.
화학비료를 먹고서 나무 수세가 튼튼하니 병해충도 덜 생기구요.
그동안 유기재배하면서 겪은 고충을 생각하니 무농약재배는 너무 쉽게 느껴진다합니다.
그래서 무농약으로 재배하라고, 시중에서는 유기농과 무농약이 가격 차이도 얼마나지 않는다고,
친환경 농산물 매장에서도 대부분이 무농약농산물이라고,
우리도 무농약재배로 가라고 권유를 하시길래,
공감은 하면서도 제 안에는 도리질을 하였습니다.
여기까지 고군분투 하면서 온게 아까와서라도 포기 못해~하면서요.
그 분도 얼마나 고심하다가 그런 결정을 하였을까요.
유기농 농부의 애환이 절절이 느껴져 왔습니다만
저는 농사를 포기하거나 유기농을 가거나...그렇게 가 볼 생각입니다.
유기농 인증은 해마다 새로 받습니다.
토양 검사, 수질검사,1년동안 농사지은 영농일지,현장 실사를 나와서 꼼꼼히 체크합니다.
그리고 잔류농약 검사도 받고, 수시로 암행으로 시료체취를 해 갑니다.
인증 신청하고 서류 심사만 하는데도 45일 정도 걸려야 인증이 나옵니다.
친환경 농산물은 국립품질 관리원에서 엄격한 관리를 받는데
더러는 속임수를 쓰다가 인증 취소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선과장을 하는 어떤 사람이 500여평 정도만 유기인증을 받고서(거의 방치수준 재배)
다른 포장에서 재배된 관행귤 중에서 모양이 깨끗지 않은 귤을 섞어서
친환경귤이라고 팔아먹는다고 옆에서 일러주는 사람이 있더군요.
그리고 한 여름 장마철에 풀잡기가 어려울 때 제초제를 살짝 친다든가 하는 행위도 있고
관행귤(화학농약, 화학비료를 주고 재배하는 귤) 중에서 관리를 잘 못하여
겉모양이 이쁘지 않은 귤을 친환경 귤로 팔아먹는다고 여기저기서
나쁜 사례들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친환경 농산물은 생산자의 인품을 잘 살피고
인증을 받은 것을 구매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는 그런 속이 알량한 사람들이 다 밝혀지겠지만
농부 중에도 순수하지 못한 사람도 있고 상인들의 농간도 있구요.
품관원에서도 관리상의 애로사항이 있지만
이제는 그런 농산물이 발각되면 형사처벌한다고 합니다.
먹는 것 가지고 장난 치는 사람들은 엄벌을 받아야 하지요.
유기농 귤은 내용을 알고보면 일반귤과는 차원이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현명하고,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백가지도 넘습니다.
우리 반디 회원님들은 이제 유기농 귤의 가치를 제대로 아시게 되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무늬만 친환경인 농산물도 많거든요.
가을이 화사하게 깊어 가고 있어요.
반디농장 신효동 믿음밭에 관리사와 창고를 개조한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요.
올해는 뒤에 공사로 늘어 놓아서 어수선하여 거의 손님을 받지 않았어요.
제가 10그루 신청하시면(누적점수 포함하여) 반디 게스트 하우스에 묵으실 수 있게 해드린다고
공약을 했는데 올해는 입 다물고 조용히 있었던 이유는
고 3, 중3 엄마이기도 했고 뒤에 공사하던 것이 6개월을 끌면서
주변이 어수선하기 그지없어서 손님치레를 하지않고 있었습니다만
내년부터는 다시 정비를 하여서 회원님들께 약속을 치키려고 합니다.
바쁜 와중에 심어 놓았던 꽃들이 요즘 화사하게 피고 있어요.
저는 작고 아담한 꽃들을 좋아하여 허리 숙이고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할
앙징맞은 꽃들이 대부분입니다.여름 장마와 태풍으로 후줄근하던 아이들이
정신을 차리고 요즘 자태를 뽐내고 있네요.
빨간 별꽃 유홍초와 자주 달개비, 사랑초, 보랏빛 나팔꽃,서양 백일홍 지니아. 채송화가
옹기 종기 모여서 피고 있어요.허브종류인 세이지와 보랏빛 쑥부쟁이도 피고요.
다육이들도 소라껍질 안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우리나라에서 제일 따뜻한 지역이라...겨울을 나는 상추, 배추도
텃밭 만들어서 심어 놨구요.아마도 회원의 날까지도 꽃들이 피어 줄것 같아요.
한켠에는 부추, 고추, 당귀, 흰민들레, 쪽파, 곰취, 취나물도 심어 놨지요.
나중에 회원님이 오셨을 때 텃밭에서 바로 따서 드시라고
귤나무 다섯그루를 베어내고 만든 우영(텃밭)입니다.
그런데 유기농 밭이라서인지 요즘 새까만 풀모기가 너무 극성이라서 걱정입니다.
살충제를 뿌릴 수 없으니 무방비로 당할 수 밖에 없어요.(감안 하시기를)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귤밭에는 귤나무가 주인공이지요.
저는 귤이 없을때도 사철 푸른 귤나무가 멋있습니다.
꽃 피고 열매 맺고 익어가고...
그런 모습들 자체가...그 어떤 관상수보다도 더 이쁩니다.
제가 유기농 농사 힘들어~하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이 아이들이 주는 행복이 크기에 내쳐 이 길을 가겠다고 맹세 하는 것이지요.
전 귤나무만 바라보면 흐뭇해서 저절로 입이 빙그레 하고 웃습니다.
이 귤나무들이 전해주는 건강한 생명력이 고스란히 제 안으로 스며들어
긍정 마인드가 되고, 비우게 되고, 마음이 충만하게 되기에
그런 기쁨을 우리 회원님들이 느껴 주시길 바라고 공유하고 싶어서
게스트 하우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너무 이뻐서 눈물이 나는 작은 꽃들이...
이 가을에 그대를 손짓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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