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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태풍 <볼라벤>

by 농부김영란 2012. 8. 28.

 

나리 태풍(2007년도)  피해를 겪고 나서는

이후 태풍으로 인한 큰 피해는 없었기에

오히려 잔잔한 것이 더 불안해지는 즈음이었다.

요즘 광폭해지는 기상재해를 바라보면서

서서히 공포감이 들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오는 초대형 태풍 <볼라벤>의 위력은 무시무시하다하여

미리부터 잔뜩 겁먹고 있었다.

수십년만에 오는 초대형 태풍이라하니 초긴장으로 맞았다.

더구나 거의 제주도를 관통하는데다가 태풍의 오른편에 있어서

태풍위력이 굉장하다니...점점 더...미리부터 공포에 떨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본 막내 예인이가

베란다 창문에는 젖은 신문지를 붙이고 테이프를 하는게

유리파손을 덜 하게 하고 파손 되어도 피해가 덜하다하여

몇번이나 붙였다가 떨어졌다가하여

아주 단단하게 붙이고 나는 밤 12시까지 마르지않게 물을 뿌려 댔다.

아이들 학교때문에 농장에 살지 않고 시내에 아파트 4층에 사는지라

베란다창문을 이렇게 대비하였다.

 

오후 3시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바람이 거세어지기시작했다.

예슬이는 개강을 해서 일요일 비행기로 떠났고

학교에 가 있는 아이들이 걱정이 되었는데

예인이는 두시에 예지는 세시에 학교를 파하여 데리러 갔다.

이미 이때쯤 바람이 거세어서 우산을 쓰고 다니면 뒤집어질 기세였다.

나는 오전에 태풍후에 정상적인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 것 같아서

며칠 먹을 찬거리를 장 봐다 놓고

오는 태풍은 내가 막을수가 없으나

온가족 안전하게 다 모여서 기도하는게 상수라고 생각하였다.

 

저녁이 되자...창문에는 비가 들이치고 바람결이

보도대로 엄청 거세어지고 있었다.

공포감이 슬슬 들기 시작할 즈음,서귀포 온 시내가 정전이 되었다.(저녁 9시경)

갑자기 정전이 되어 암흑이 되었는데

나는 미리 양초랑 손전등이랑 먹을 식수를  받아 두어서

일단 안도하였는데  밖을 내다보니 양초불 켠 집은 거의 없는 듯 암흑이었다.

바깥을 내려다보니 아파트 마당에 소방차가 와서 불이 반짝거려서 웬일인가 했더니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갇혔나부다.전기 없는 세상의 불편함.

전기는 밤 12시 되어서 다시 들어 왔다가  아침 7시경에 다시 나가 버렸다.

전기가 나가고 나니 갑자기 모든 것이 멈춘 듯,할일이 없이 느껴졌는데

나는 바깥의 바람소리가 공포스러워서 잠도 오지 않고

재난상황에 잠 잔다는 것이 불안하여 좌불안석하고 있는데

어디서 신나게 코고는 소리는 남의 애를 끊는구나.(천하태평 남편의 코고는 소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었다.

부디 무사히 지나가 주기를...

내일 아침 평온하게 맞을 수 있기를...

이 무시무시한 비바람에 귤나무들이 잘 견디어 주기를...

 

그동안 늘 평온하게 맞은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새벽 세시경  제주도를 지난다하여

밤을 지새울 요량이었는데

어느결에 잠깐 잠이 든 듯...

아침은 다시 밝았다.여전히 비바람이 요란하나

바람결이 조금 약해진 듯 했다.

우리집은 무사하고 뒷창문을 내다보니

뒷동 아파트 7층에 베란다 유리가 깨진 집이 보였다.

어휴,심란하겠다.놀랐겠다.잠도 못 잤겠다.

 

 

 

 

 

3층집에는 지붕싱글이 날아와 창문에 칼처럼 꽂혔다.

마당에는 지붕 싱글이 뜯겨져서 바닥에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이런 것도 떨어져 있고...

 

앞마당으로 내다보니 그 바람에 이리저리 마구 흔들리던

나무들이 무사한 것이 보였다,

나는 우리집 베란다 앞에 서 있는 고압 전신주가 걱정되었는데

다행이 모든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귤밭 상황이 어쩐지 걱정하며 바람이 좀 약해지면

귤밭을 돌아보아야지하고 생각 하는데

호근동1밭 희망밭 옆에 하천공사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데

현장소장님이 전화가 와서 귤밭에 방풍림으로 심은 삼나무가

쓰러져서 길을 가로막고 있어서 치워야 한다고 와보라고 하신다.

다행이 삼나무가 귤나무 쪽으로 쓰러지지 않고

길쪽으로 쓰러져서  귤나무는 괜찮다하여 바람이 여전히 쎈데도 불구하고

아침 8시경에 귤밭에 당도하였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하천공사를 하고 있는데

빗물이 넘쳐서 과수원으로 덮칠까도 걱정했는데

다행이 비는 예상보다 적어서 비피해는 없었다.

 

 

 

 

 

아파트3층보다 더 높은 방풍림 삼나무

바람 많은 제주도에 귤나무를 보호가기 위해 심었는데

요즘은 햇볕을 가린다하여 제거하는 추세이지만

북쪽 바람을 막는데는 효과가 있어서 길쪽 삼나무를 그대로 두었는데

이렇게 맥없이 쓰러졌다.

 

나는 2007년도에 나리태풍 피해를 겪으면서

면역주사를 맞아서인지 도리킬 수 없는 피해가 아니라면

견뎌낼 수가 있는 시련은 경고와 교훈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이 정도의 장면은 쉼호흡 한번 하고 가슴 쓸어 내릴수가 있게 되었다.

 

 

 

 

 

 

 

 

 

 

 

 

 

 

 

 

 

 

 

 

 

 

 

삼나무는 20여그루 정도 쓰러진 것 같고...

귤나무는 크게 피해를 본 것 같지는 않았다.

몇그루 정도 상처난 것이 보이기는 하지만

내가 걱정했던 것 보다는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이만하기 천만다행이다.

어젯밤 기도중에 생각보다는 큰 피해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느님,감사합니다.

 

 

 

 

한쪽은 이렇게 물이 고여서 빠지지를 않고 있다.

옆밭이 객토를 하여서 땅을 높인 바람에 물이 빠지지를 못해서이다.

물길이 낮은 곳을 향해서 흐르는데 인위적으로 매립을 하니

물길이 길을 잃은 것이다.이래서 이쪽에 나무들이

뿌리가 상하여서 죽기도하고 나무 수세가 안 좋아서 속상하다.

이것을 해결하자면  밭 전체를 매립하여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어려운 대공사라서 경우없는  옆밭 주인에게 화가 난다.

농사를 지으면서 자꾸만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을 더욱 실감한다.

 

 

 

 

 

아랫밭에는 삼나무가 귤나무를 덮었다.

 

 

 

 

하천공사하던 포크레인이 쓰러진 삼나무를 뽑아내고 있다.

 

 

 

 

기계의 위력.기계 한대가 사람 100명분을 해낼 수가 있다.

 

 

 

 

우리밭 삼나무를 정리하고 있다.

 

 

 

 

토평밭(사랑밭)도 둘러보니 그 무시무시한 비바람을 이겨낸 귤들이

씩씩하게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찌나 고맙고 감사한지 눈물이 질금질금 흘렀다.

앞집 삼나무가 두어 그루 뽑혀서 이쪽으로 넘어오긴 했어도

귤나무들은 전부 결연하고 투지에 찬 승리의 용사들처럼 보였다.

 

너희들,잘 이겨낼 줄 알았어!!! 역시 금순이 귤이야~

 

 

 

 

 

신효밭(믿음밭)도 전체적으로 큰 피해는 없었다.

옆집 삼나무가 우리밭 쪽으로 드러누워서 귤나무 두어그루가

짓눌리기는 했어도 이 정도는 싶다.

 

 

 

 

신효밭은 그 왕성한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나싶게  너무 왕성하여 감당이 안될 정도로 건강하다.

봄에 1/5정도는 간벌하고 전정도 많이 하였는데

통로길이 이렇게 막혔다.

올해는 해거리로 쉬는해라서 귤은 많지 않은데

내년에는 이대로라면 엄청 달리지싶은데...

그런데 사실은  그것은 하늘만 아시는 일이다.

잎이 무성하면 잎으로 자꾸 집중하는 현상이 있는 것 같기도 하여서

잘 관찰해 볼일이다.

이밭을 보면 유기농 한다고 나무 수세가 나빠진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네 밭 모두...귤나무 무탈하다.

귤 좀 떨어지는 것은 시련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올해 못 달리면 내년에 달리면 되고...

건강한 귤나무들 만나니 그저 감사한 마음만 든다.

 

 

http://blog.daum.net/yeainmam/11120988

2007.9.18일 쓴 태풍 <나리>때 이야기

 

 

 

제주도 태풍 피해상황에 함께 걱정해주시고,기도해주신

고마우신 분들 덕분에 우리 귤나무들 모두 건강하게 건재합니다.

올해 귤은 이런 시련을 잘 이겨내고 있으니(폭염,폭우,태풍등등)

더욱 애틋하고 기특하게 여겨집니다.

 

늘 마음 함께 해주시는 반디회원님.

무사히 태풍 이겨냈읍니다.

걱정 함께 해주셔서 저도 귤나무도 든든하였읍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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