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이성호 씨와 여름순 제거 작업을 하고 있는 김영란 씨.>
유기농 감귤농사 8년…소비자에게 믿음 줘
회원들에게 나무 분양… 올 물량 전량 계약
귀농멘토 활동하며 후배들에게 길라잡이 역할
“귀농 전, 제가 소비자였을 때 농약을 치지 않은 건강한 먹거리를 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유기농에 도전했죠. 유기농업이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아마 이 길을 택하지 않았을 거예요.(웃음)”
제주도 서귀포 신효동에서 유기농법으로 감귤을 재배하는 김영란(51) 씨는
지난 2004년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던 남편 이성호(52) 씨가 제주도로 발령이 나면서 이곳 서귀포로 내려왔다.
길어야 3년이라고 생각했던 제주도 생활. 하지만 그녀는 제주에서 유기농감귤 농사로
인생의 4막3장을 새롭게 써내려가는 건강한 삶을 택했다.
인생의 주체가 되는 삶을 살다
김영란 씨에게 제주도는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곳이었다. 기후, 교육, 관광, 경관 등 모든 조건이 그녀를 매료시켰다.
게다가 유난히 자연친화적이었던 그녀의 눈에 돌담이며 사계절 피고 지는 야생화, 황금빛 감귤 등등
제주의 구석구석이 황홀하기만 했다. 이러한 환경에 마음을 사로잡힌 그녀는 2004년 겨울,
제주도에 눌러 앉아 살기로 결심했다.
“감성적인 이유로 제주생활을 선택했지만, 건조한 도시 삶에 염증을 느껴온 터라
자연 속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인생의 주체가 되는 삶을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이 들자 이듬해 주저없이 귤밭을 하나 샀다.
평소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았던 김영란 씨는 유기농법으로 감귤을 재배하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한국에 최초로 미생물농법을 도입한 이영민(77) 이사장이 운영하는 EM환경센터가 인근에 있어
그곳에서 친환경농법 교육을 받고 유기농감귤농사에 입문했다.
“13년간 전업주부로 살다가 스스로의 힘으로 결실을 맺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첫 수확 시 마땅한 출하처도 없었던 저에게 블로그는 큰 매장이었고,
블로거들이 고객이자 홍보요원이 돼 주었어요. 무엇보다 ‘좋은 감귤’이 가장 큰 홍보였어요.”
처음 4,290㎡(1,300평)에서 농사연습을 한 것에 자신감을 얻은 그녀에게 3년 후인 2008년
남편 이성호 씨가 명퇴를 하고 감귤농사에 합류했다.
<세자매네 반디농장은 5년 전부터 감귤나무를 소비자들에게 분양하는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
건강한 먹거리 위해 유기농 택해
이후 땅을 더 구입해 지금은 18,810㎡(5,700평)에서 유기농 감귤을 생산하고 있는 김영란 씨에게
남편의 합류는 천군만마였다. 뒤늦은 귀농이었기에 이성호 씨는 농사기술 배우는 것에 더욱 열심이었다.
농업기술원에서 실시하는 친환경미생물교육, E-비즈니스교육, 감귤재배기술교육, 귀농교육 기초와 심화교육 등
감귤농사와 관련된 교육을 빠짐없이 받아오고 있다. 김영란 씨도 농업기술원의 가공교육을 이수하고 있는데,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과 서비스분야까지 연계해 수익구조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농사도 남들과 차별화된 최고의 귤을 생산할 자신이 있어요.
그래서 유기농은 기본이고 감귤의 맛을 더 좋게 할 방법을 찾고 있죠.”
실제 세자매네 반디농장은 남들보다 감귤 수확시기가 늦다. 한꺼번에 수확해 저장하는 일반농가와는 달리
감귤이 익는 순서대로 11월 말에서 1월 말까지 수확한다. 눈을 맞고 추위를 탄 감귤이 경험상 더 맛있다고
김영란 씨는 말한다.이 같이 철저히 자연에 순응하는 농법을 고수하다보니
그녀의 고집에 반한(?) 소비자들이 꽤 많다. 블로거 친구들이 그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5년 전부터 회원제로 나무 분양
세자매네 반디농장의 판매전략은 남다르다. 5년 전부터 감귤나무를 일반인에 분양한 후 나무를 관리해주고
수확기에 10㎏짜리 5박스를 택배로 보내주는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도 전체 나무의 80%를 회원제로 분양했다. 나머지 20%의 나무는
작황이 안 좋아 물량이 부족할 것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이중 일부는 일반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재배과정 중간중간에는 회원들의 나무를 사진으로 찍어 블로그에 올린다.
회원들이 농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감귤이 커가는 것을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회원들은 휴가철이나 수확기에 농장을 직접 방문해 자신들의 나무를 보고 감귤 수확체험도 한다.
이와 함께 1년에 한 번 ‘회원의 날’도 운영해 농장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등 고객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
“작년 조수입이 약 8천만 원 정도였는데, 목표는 순수익 5천만 원이에요.
둘이 버는데 그 정도에 성이 차겠냐고 하겠지만 돈이 삶의 목표가 아니잖아요.
돈과 일의 노예가 되기 싫어요. 농사지으면서 저절로 생기는 건강한 삶과 긍정적인 사고가 더 의미 있죠.”
김영란 씨는 지난해 서귀포시가 신설한 귀농귀촌지원팀에서 귀농멘토로 활약하고 있으며,
서귀포신문에 시민기자로 귀농관련 고정칼럼을 쓰는 등
후배귀농인들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이정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성공적인 귀농의 기준이 사람들마다 다르겠죠.
저는 친환경농사로 8년을 버티며 이 길을 계속 가겠다고 결심한 그 자체가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생산과 판매, 홍보를 혼자 힘으로 개척해 온 것이 저만의 성공이랄까….
‘영원한 유기농감귤농부’, 그것이 제겐 가장 자랑스러운 명함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