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맘이 어느 한순간 정지된 지점에 서 있었읍니다.
옴짝달싹 할수가 없었읍니다.
맴맴맴 한자리에서 맴돌았읍니다.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날개짓을 할수록 내안의 에너지만 소진된다는 것을 알았읍니다.
영원한 이별이 주는 공허감과 비통함에 내 몸을 그대로 맡기고
시간이 흘러가도록 하였읍니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시간이 갈수록 더 비통해지는 심정을
억지로 추스리려 하기보다는 마음 가는대로 흘러가게 하였읍니다.
충분히 슬퍼하고.아파하고,참회하고...
그러는 것이 오히려 아픔을 치유하는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었읍니다.
이 세상에 엄마없이 태어난 사람은 없지요.
내가 세상에 존재하게 해주었던 우주.
어떤 순간에도 절대적인 나의 지지자를 잃은 상실감.
8월 8일은 우리들의 관습으로 엄마의 49제였읍니다.
이제 마음 추스리기로 하였읍니다.
내 삶에 열중하기로 하였읍니다.
그동안 블로그도,댓글도 소홀하였음에 큰마음으로 이해하여 주시기를요.
세상사,여전히 아우성이군요.
엄마와의 이별로...한걸음 비껴서서 바라보는 연습을 하였읍니다.
조금 담담해졌읍니다.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한여름에 만난 도라지꽃입니다.
땀을 흘리면서도 향기를 잃지 않고 있었읍니다.
요며칠동안 여름 텃밭을 정리하였읍니다.
수학의 즐거움보다도 보는 즐거움, 키우는 즐거움에
또 가을 채소를 준비해 보려는 것이지요.
일부러 꽃을 심지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온갖 야채들입니다.
겨울을 고스란히 이겨내고 피는 브로콜리꽃의 화사함을 꿈꾸면서...
돌위에서도 의연하게 삶을 지켜내고 있는 다육이입니다.
소라껍질 안에서도 새삶을 일구었지요.
한스푼의 흙만 있어도 살아낼 수 있읍니다,
삶을 투정하지말라고 일러주는 듯 합니다.
척박한 곳에서
삶의 숭고함을 보여주는 어여쁜 다육이들입니다.
마음이 번잡할때는 이 아이들이 위안이 되고
마음을 가라앉혀 줍니다.
이렇게 우리도 단단하게 살아내 보자구요.
서양 백일홍 지니아가 피기 시작하였읍니다.
허리 숙여서 쪼그리고 앉아서 들여다 보는 작은 꽃들을 사랑하여
지니아도 채송화도 애지중지 모셔 두었읍니다.
겨우 몇개 싹을 튀워서 더욱 애틋합니다.
씨 뿌리고,싹 틔워서 꽃 피우는 과정은
꽃만 보는 재미보다 훨씬 더 진지한 즐거움이 있읍니다.
이제 귤이 제법 컸읍니다.
탱글탱글한 얼굴들을 내밀고 앞다투어 인사 합니다.
동전을 옆에 두고 크기를 비교해 보았어요.
어느정도 컸는지 가늠이 되지요?
연두빛 줄기는 이번 여름에 난 여름순입니다.
귤나무는 봄순,여름순,가을순을 내는데
여름순 가을순은 열매가 달리지 않으면 많이 납니다.
이렇게 여름순이 무성하고 많이 났다는 것은
귤이 별로 달리지를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올해 쉬는(해걸이) 신효밭의 풍경입니다.
텃밭의 고추와 방울 토마토를 정리하고
가을배추와 브로콜리 양배추를 심으려고 하는데
이 아이를 만났어요.
"그 놈 참 잘생겼다"하면서 한참을 지켜 보았어요.
더듬이가 몸길이보다 더 길고 저 환상적인 몸매 좀 보세요.
이 아이 쳐다 보다가 장난끼가 발동하여 더듬이를 살짝 건드려 보았더니
꽁무니에서 똥을 찍~ 갈기네요.^^
이 아이 이름은 베짱이랍니다.
우리집 천하태평 예지가 오버랩 되네요.
개미와 베짱이 우화가 생각 나서요.
올해는 고추농사가 제법 되어서 고추영념찜을 많이 해먹었어요.
풋고추에 밀가루 발라서 찐 다음 양념장에 버무린 반찬.
어릴때 아부지가 좋아하시던 반찬, 물컹거리는 질감이 싫어서
쳐다보지도 않았던 반찬인데 이제 나이가 들었나봐요.
토속적인 반찬들이 땡기네요.
입맛없는 여름동안 고추반찬으로 잘 먹었는데
요즘보니 고추줄기에 다닥다닥 붙은 떼허리노린재들로
고추가 몸살을 앓고 있었어요.
고추잎이라도 먹어볼까하고 고추잎을 따려는데
이 놈들이 이렇게 알을 많이 낳아 놓아서 포기했어요.
떼허리노린재는 고추를 아작을 내는 해충이라는데
알은 보석처럼 예쁘게 생겼네요.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저의 남편 이 성호씨, 초보농부 4학년이
올해 농업 기술원에서 밭작물 교육 받고
영광스럽게도 이렇게 책자에 표지 모델로 나왔답니다.
전국에 계신 아줌마 여러분들께 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하여
이렇게 대서특필합니다.ㅎㅎ...
이성호씨는 이제사 좀 농부다워졌읍니다.^^
그동안은 제가 건달농부라고 힐난했었지요.
이 사진은 그저께 아침에 소독하다가 발견한 말벌집이랍니다.
소독은 남편과 둘이서 나누어서 하는데
소독하다말고 남편이 말벌집을 보고 기겁을 하고 달려 왔읍니다.
남편과 저 이럴때 성격 드러납니다.
어드메 있어?
간 큰 저는 50cm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까지 유유히 찍습니다.
말벌의 기세가 모습에서도 나타나는군요.
온 몸에서 전의가 느껴지네요.
남편 빨리 119에다가 신고하라고 채근합니다.
일요일 이른 아침(아침 7시30분경)인데 출동해줄까 반신반의하면서
혹시나하여 연락해보니 제까닥 달려 오셨네요.
말벌들이 생명까지 위협하는 존재라서 이렇게 긴급 출동해주시나봐요.
우주복같은 옷을 입고서
살충제를 뿌려서 말벌을 제압했읍니다.
말벌집도 제거해야해서 떼어냈읍니다.
그런데 말벌집을 들여다보니 부화하려는 유충과
앞으로 깨어날 말벌군단들이 가득하네요.
저 말벌이 다 태어나서 떼거지로 공격한다면 오싹합니다.
아직까지 한번도 벌이나 뱀에게 물리지 않은 것만해도 천만다행이지요.
뱀도 일년에 몇번은 만나지만 내곁에 가까이 오지만 말기를 바라면서 공생하지요.
지천에 먹을게 많은 친환경밭이라서 온갖 곤충과 동물천국이지요.
계요등이라는 덩쿨식물인데 귤밭에 많아요.
제가 좋아하는 예쁜꽃이지만 귤밭에서는 제거대상입니다.
장마철에는 풀도 엄청 잘 자라고
이런 덩굴식물들이 순식간에 귤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휘감습니다.
귤나무로서는 덩쿨들이 휘감기 시작하면 몸서리를 치는데
덩쿨들은 자신이 살아남기위해 며칠만에 귤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귤나무위를 다 덮어 버리고 햇볕을 독식합니다.
덩쿨식물들의 생존전략이지만 귤나무로서는 엄청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덩쿨이 휘감은 귤나무는 탄소동화작용을 못하게 되어
영양을 만들수가 없으니 이 상태로 오래 방치하면
나무가 끝내 죽게 됩니다.
여름에는 이런 풀과의 전쟁입니다.
아래 좀 보세요.하늘타리가 귤나무를 다 덮었어요.
귤나무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저는 다 들려요.
그런데 초보농부는 이 소리가 안 들리는지
한꺼번에 제거한다고 미루다가 이렇게 되어서
저한테 싫은 소리 들어야 했어요.
저는 소독하다가도 이런 넝쿨을 보면 보는대로 제거하고 지나가는데
4학년 농부는 한번에 두가지를 못한다며 나중에 한다고 하다가
이렇게 귤나무를 뒤덮은거지요.
아무리 교육을 받아도 현장에서 이런 기초부터 잘 닦아야 한다고 야단을 쳤어요.
이런면에선 아직 4학년 농부가 더 연마를 해야 합니다.
"귤나무 입장에서 바라보라"가 제가 누누히 하는 말이랍니다.
이러면서 뜨거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어요.
귤나무는 어떤 상황에서도 묵묵히 제 역활을 하고 있구요.
feel꽂히면 한수다 하는 저이지만
한동안 말문이 막혀서 그냥 서성 댔어요.
철들고나서 엄마는 제게 아픔이고 연민이었어요.
가족사이며 내인생 전부를 휘감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도
말문이 턱 막혀서 화살 맞은것처럼 마비된 것 같았어요.
지독하게 아프고나서 고요하게 맑아지는 경험을 한지라
시간이 흘러 가기를 기다리며...
무언가 땀 흘려 열중하다가보면...
다 잊혀지리라.다 지나 가리라.
내 인생은 얼마나 남았을까?
비워야 맑아지고,맑아야 아름다운 거.
남은 삶...고요하게 맑아져 보고 싶습니다.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촌여성 신문><농민신문><제주 mbc>에... (0) | 2012.08.19 |
---|---|
산수국,예슬이,1m 피자 (0) | 2012.08.19 |
감물 천연염색 축제(1) (0) | 2012.08.04 |
천연염색 제품(2) (0) | 2012.08.04 |
귤요리 창업교육 심화과정 (0) | 2012.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