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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텃밭& 남편농부

by 농부김영란 2012. 6. 5.

 

저 요즘 회심의 미소를 혼자 짓고 있어요.

제가 요즘 댓글도 달고 글도 자주 올리는 거 보이시지요?

제 에너지가 충전되었음이랍니다.

저가 조용하면 대부분이 아주 바쁘거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중인데

요즘은 바쁘기는 했어도 몸과 맘이 의기충천이예요.

 

왜냐면...

아래...초보농부 4학년인 남편이 웬일인지 갑자기

책임감과 사명감과 자신감과 의욕이 불타 올라서

일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일을 잘하고 있답니다.

남편은 두달후면 퇴직후 만 4년을 채우는데요.

그 사이 저에게 이끌려 농부는 되었지만  맘은 콩밭에 가 있는지

뭐가뭔지 몰라서인지 일하는게 영 신통치가 않아서

일일이 다 말할 수는 없었지만 속 터지는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함께 가는 동행이 일을 못하거나, 꽤를 부리거나, 마음이 일치하지 않으면

 

같이 가는 사람이 두배나 힘들잖아요.

 

남편들...정말...철없을 때 있지 않던가요?

내 친구가 초등 5학년 담임 맡아서 5학년 남학생 이야기 하다가보니

그게 딱 우리 남편 이야기더라니까요.나이는 오십둘...

그런데 정신연령과 하는 짓은 딱 5학년 2반 남학생...그 수준이더라니까요.

한숨 푹푹 쉬다가 그 말 듣고 생각해보니...

내가 남자 형제없는 집에서 자라서 남자생리를 잘 모르나부다며

나를 달래기로 했어요. 그때부터 맘으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나도 남편에게 의지하고 기대고 살고싶다는 생각이 왜 없겠어요.

그런데 내 남편 이 성호씨는 나를 엄마처럼, 누나처럼 기대고

마냥 어리광을 피우려고 하니 큰 덩치가 더 크게 보이고

일 쪼금 하고와서 거실에 큰대자로 누워있는 것을 보면 

내가 곰 한마리 사육하나 싶은 생각까지...ㅎㅎ...

그런 날이 4년을 채웠으니 한편은 단련도 되었지만

한편은 애간장이 녹을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지요.

일도 잘 못하면서, 삼시세끼 갓한밥에 싱싱한 반찬 달라고 투정까지 해대니...

아이구 나 살려~십리는 달아나고 싶더라니까요.ㅎㅎ...

(내가 너무 적나라 한가요?히히...)

 

지난해까지 나를 부대끼며 오다가보니...어느 순간

내가 이렇게 가다가는 지쳐 쓰러지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 내가 쓰러지면 다 무슨 소용이 있어~

준엄한 자각이 밀려 왔어요.

이 세상은 내가 존재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내 안에서  반란하는 심정이 파도처럼 밀려 왔어요.

 

그때부터...나 못해~ 나 안해~날 잡아잡숴~ 작전으로 바꾸었어요.

내 체력도 고갈되어서 쉬고만 싶었거든요.

한사람이 열심히 하면 옆에 사람은 믿고 설렁거리게 되나봐요.

내가 열심히 하니까 남편은 내가 힘든 줄도 모르고

저 사람은 당연히 그렇게 하나부다고 생각 했던게 아닌가 싶어요.

 

 

요즘 남편은 혼자서는 절대로 안가던 밭도 혼자 가서 예초도 하고요.

이렇게 텃밭도 자발적으로 돌보고 있어요.

매일 매일 할 일을 적어놓고 일이 너무 많아 잠이 안온다고까지 하네요.

일 중독증상이 온 게 아닌가 해요.ㅎㅎ...

제가 3-4년차부터는 오직 일생각으로 머리가 꽉 찼었거든요.

 

도대체 뭔 일이 일어난게야?

내가 하도 답답해서 1월 1일 해돋이 구경하러 갔다가

성당에 들려서 남편이 변하게 해달라고 기도한 덕분일까요?^^

암튼...저는 저의 남편 초보농부 4학년을 전국적으로 공개 칭찬하고 싶어졌어요.

 

아래 텃밭은 4월 중순에 모종만 꼽아놓고 바빠서 돌보지 않은 고추밭이예요.

퇴비주고, 소독하고, 예초하고 바닷물 주고...그렇게 정신없이 한달을 보내고 가보니

텃밭이 이 지경이예요. 남편과 나 둘이서 3일이나 걸려서 이 풀 다 잡았네요.

으이그, 이 세상에서 젤로 독한 것이 풀입니다.

배 나온 남편, 쪼그리고 앉아서 풀 뽑는거 쉽지 않아요.

나중에는  남편은 땅 파고 풀은 제가 뽑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저는 무지하게 감사하지요.

미리 매를 맞은 탓인지...조금만 잘해도 아이구 잘한다~하는 소리가 절로 나와요.

 

오늘 아침도 제가 오전에 천연염색 수업 있어서 눈치 보고 있는데

일찍 나가면서 흔쾌히 다녀와~하네요.

내가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했다니까요.ㅎㅎ...

 

아무리 생각해도...조상님이 도운 것인지

하느님이 도운 것인지...

저를 살게 해주시려고 설문대 할망님이 남편 맘을 움직이신건지...

하여당간에 우리 남편...이제사 제대로 농부 반열에 들어선 것 같아요.

 

쪼그리고 앉아서 10분도 못하던 남편 1시간은 너끈히 합니다.

기특해서 귀엽게 보이잖아요?ㅎㅎ...

 

 

 

 

 

 

 

 

 

무더운 날...이렇게 작품 만들었어요. 비오면 깻잎 모종 옮겨 심을거예요.

4학년 농부 일취월장 하였지요.

 

 

 

남편...담배 한대 피면서 뿌듯하게 자신의 공적을 바라보고 있네요.

뽑은 풀을 수분 날아가지 않게 도로 덮어 줬더니 깔끔해 보이지는 않지만

이제 밭이 밭모양이 되었네요.

 

 

 

 

망초꽃은 너무 이쁘지만 이게 번식력이 대단해요.

잡초로 보면 미운 놈이지요.여기까지는 지난 5년간 일구어서

심는 재미 가꾸는 재미 느끼게 해 준 호근동 텃밭이고요.

 

 

 

이 텃밭은 올해 신효밭에 귤나무 다섯그루 없애고(큰 맘 먹고)

아예 텃밭을 만든거예요. 고마운 지인들이 오셨을 때

텃밭에서 야채들을 직접 따서 드시라고 만든거지요.

남편농부 올해는 텃밭농사까지 신청해서 배우고 있는데

이 텃밭은 아주 잘 자라고 있어요.깜짝 놀랄정도로 잘 자라고 있어요.

 

 

상추

 

곰취

 

 

흰민들레,차조기, 당귀

 

 

 

 

 

 

곰취,상추,쑥갓

 

뽕잎,가죽잎

 

수퍼 상추(배추만큼 크네요)

 

가지가 열였어요.

 

 

 

 

올해는 방울 토마토도 좀 먹어볼 수 있을까 엄청 기대중이예요.

 

오이도 꽃 피고요.

 

쑥갓도 꽃 피었어요.

 

 

당귀도 꽃 피고

 

블루베리도 맛 보여 줄것 같아요.

 

 

이쁘다 하니까  점점 이쁜 짓 합니다.^^

동네 길까지 예초하고 다 쓸고 있네요.

 

 

아래는 저의 호작질 미니 정원이예요.

텃밭을 늘리고 정원은 줄였어요. 그래도 있을것은 다 있는...ㅎㅎ..

 

 

 

 

 

 

 

수국의 계절

산수국

 

 

 

 

 

 

 

 

 

 

 

 

 

 

하늘색 수국이 피기 시작하고 있어요.

제 맘 첫사랑을 만나듯 설레기 시작합니다.

점점 청아한 하늘색으로 변하지요.

저는 꽃만 보면 무아지경에 빠지지요.

 

 

보라색 나팔꽃도 피기시작합니다.

 

 

 

 

꽃이 진 자란이 너무 너무 컸어요.

남편이 귤나무에 영양줄 때 같이 줬다네요.

 

 

 

사랑초도 밤에는 자고 낮에는 깨어 나지요.

너무 이쁜 야생화예요.종려나무 아래서 웃고 있어요.

 

 

 

이 싱싱한 기운 보내드립니다.

 

 

6월 6일 드디어 노란 어리연이 첫송이 피었어요.

작년부터 학수고대하며 들여다보곤 했는데

올해는 얼굴 좀 보여줘~하고 볼때마다 말을 건냈더니

어제 까꿍, 안녕 하세요? 하고 그 귀여운 얼굴을 내밀었지 뭡니까?

하이구...뛰는 가슴이라니...

이 작은 어리연이 저를 감동케 합니다.행복하게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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