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회원님,감귤꽃이 피는가 싶더니
어느새 지는 꽃이 더 많습니다.
다음주면 거의 다 지고
꽃잎 진자리에 아기귤이 예쁜 모습을 드러낼 것 같아요.
귤꽃을 바라보면서 올해 다시 이름을 걸 귤나무들을 살펴보고 있읍니다.
귤꽃이 피는 상황을 봐가면서 올해 수확량을 가늠하느라고
꽃피는 시기에는 귤밭 전체를 매일 한바퀴씩 돌아봅니다.
신효동 믿음밭은 수세는 아주 좋은데도
올해 해걸이가 심한해라서 꽃이 그다지 많지 않아요.
(주변 일대가 다 그런것을 보니까 지역별로 해걸이가 심한것 같아요)
해걸이라는 말은 나무가 한해를 거르고 다음해에 열매를 맺는 것이랍니다.
신효밭은 유기재배 4년차에 들어서서 수세가 안정 되가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호근동2밭 기쁨밭과 토평동 사랑밭은 유기재배 3년차 2년차라서
나무가 몸살을 하는 시기라서 수세가 약한데도 귤꽃은 많이 왔읍니다.
나무가 약한데 꽃이 많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고 위험한 상태임을
제가 경험상 깨닫게 되었읍니다.
귤나무가 그동안 관행적인 재배에 길들여져서 온실의 화초처럼 살다가
갑자기 유기재배로 들어서면서 시련을 겪으면서 몸살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귤나무가 종족보존의 본능을 발휘하여
열매를 최대한 많이 달려는 의지라고 저는 깨달았읍니다.
나무가 말해준 것도 아니고 누가 일러준 것도 아닌데
나무와 소통을 한다고 생각하는 제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기재배 2년에서 5년사이가 나무가 가장 힘든시기인 것 같아요.
그동안 제가 관찰한 바로는 수세가 떨어진 나무가 꽃을 많이 피우면
특별관리대상에 포함시켜서 지극정성 돌보아야 합니다.
이때 관리가 소홀하면 자칫 건강이 기울어진 나무가 회복을 못하고
명을 달리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관찰했읍니다.
(남편은 아직 이런 말을 누누히 해도 잘 모르고 관찰도 잘 안되지만
저는 이제 그런 것이 눈에 보이는 경지(^^)에 왔지요.)
그래서 기쁨밭과 사랑밭은 올해 특별히 더욱더 잘 보살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것을 모를 때는 꽃 많이 피었다고 좋아했지요.
나무를 세심히 관찰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다가는 나무를 죽게 하기 쉽습니다.
지지난해 70년만의 혹한이 와서 귤나무가 동해를 입고 죽은 나무가 주변에 많습니다.
저희도 몇나무는 죽기도 하고 가지별로 상하기도 하고 나무가 많이 초췌했었는데
지난해 각별히 보살펴 주었더니 올해는 보니 거의 수세가 돌아오고 있읍니다.
동해를 크게 입은 윈인중에는 제가 나무에서 늦게 따서 새끼를 보호하려고
귤나무가 안간힘을 쓰다가 에너지를 소진한 탓도 있어서
제가 귤나무에게 얼마나 미안하고 안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 나무들이 이제 거의 다 회복 되어 갑니다.
더 맛있는 귤,더 특별한 귤을 보내드리겠다는 일념에 그리 하였는데
귤나무가 얼마나 큰시련을 이겨내었는지 모릅니다.
유기농 7년차 호근동1밭 희망밭은 이제 온전히 자신의 사이클이 생겼읍니다.
처음보다 수확량이 30%가량 줄어 들었지만
해걸이하는 나무와 열매 달리는 나무가 스스로 알아서 조절하니까
평균적인 수확량이 되었지요.유기농이 되어서 수확량이 준다는 것은
나무가 일반 화학비료를 주지않고 유기질 퇴비를 주어서
대량생산하던 과정을 벗어나 원래 나무의 속성으로 돌아간 것이지요.
맛도 맹물에 감미료 탄 인공적인 맛이 아니고
새콤달콤 살아있는 자연의 싱싱한 맛으로 돌아 왔지요.
(사료만 먹여서 살을 찌우는 비육우와 들판에 뛰놀면서 풀을 뜯는 소를 비유하면 될지요)
이 과정을 겪으면서 함께 소통하고 응원해주신
회원님들께는 각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저와 귤나무가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보내드린 귤을 마음에 안들어 하시고
최고로 좋은것만 달라시던 회원님은 제마음 한켠 몹시 서운하여
그냥 흘러가는 인연으로 놓아버렸읍니다.
제 마음에 그런 생각 있었읍니다.
유기농 귤 만들기도 쉽지않은 일인데
그 중에도 최고로 맛있게,건강에 더 좋은 귤을 만들어 보려고
남다르게 쏟았던 나와 귤나무의 노력이 전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함께 갈수가 있을까?
지난해도 그런 분이 계셨어요.처음에 보낸 귤이 시다고 하셔서
제가 다른 한박스를 보내드릴테니 그 귤은 제가 효소 담게 반품해달라고.
그랬더니 그 분이 그냥 효소 담겠다고 하셔서 새 귤을 보내고
세번째 귤을 또 보냈는데 너무 알이 굵다고 그런 귤은 먹고싶지 않다고 하셨어요.
그 날이 녹초가 되어 돌아온 크리스마스날이라 그 쪽지를 보니
맥이 탁 빠져서 나머지는 환불해드리겠다고 했어요.
제가 그때는 너무 피곤해 있는데다가 크리스마스날 그런 소리를 들으니
더 야속한(^^)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이분은 내 생각은 조금도 안해주시는구나...싶은 생각에...
또 다른 한분은 네번째 귤이 갔을때 귤껍질이 말라서 잘 안까진다고
그런 귤을 왜 보내냐고.처음에는 좋은 귤이 오더니 실망했다고.
귤나무에서도 말라간다고 상황 설명해도 듣고 싶어하지 않았어요.
친구에게 우리 귤 홍보해 주느라고 선물한다고 귤두상자 주문 하시고는
한상자값만 받으라고.
귤농부가 귤 한상자에 얼마나 남는다고 싶은 야속한 맘이 들어서
거기까지만 함께 가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또 다른 회원님 한분도 환불해 드렸어요.
눈이 와서 귤 수확이 밀리고 그분이 먹고 싶다고 연락을 두번이나 했는데도
미처 못 보내드렸더니 화를 내시면서 먹고 싶을때 먹으려고 주문했는데
그렇게 안보내주면 어떻하냐고 하셨어요.맞는 말씀이었지만
저도 섭섭해지더라고요.내가 미리 따서 저장해두고 가지 않는 이유가
나무에서 완숙시키고,나무에서 눈을 맞히고 시련을 이겨내면서
면역력을 증가시켜서 더 몸에 좋은 귤을 보내 드리기 위함이었는데요.
저의 이런 마음을 조금도 헤아려주시지 않음이 서운했었지요.
지내고나니...마음 여유가 생겨서 그분들도 다 이해가 되는데
그때 당시는 너무 너무 피곤하여 녹초가 되어 있는데다가
수고한단 말한마디 할 줄도 모르고 권리주장만하는 것 같아서 야속했네요.
사실 일일이 농장상황을 어찌 회원님이 다 아시겠어요.
시중에는 미리 다 따서 저장했다가 언제든지 주문만 들어오면
바로 보내주는 귤들이 대부분인데 나무에서 따다가보니
눈이 오면 며칠을 못따고 기다렸다가 일일이 다 익은것만 골라 따느라고
인건비도 두배나 더 들어가는데도 그 사정을 회원님들이 세세히 어찌 알겠어요..
요즘 인건비도 많이 올라서 농사가 겨우 내 인건비도 못건지는 상황인데요.
그래서 유기농 농부가 1%에서 더 늘어나지를 않는데도
소비자는 그 생산현장의 고충을 잘 모르지요.
유기농 귤, 주변에서 만나기 쉽던가요?
그래서 저는 올해 일일이 농사과정을 공개하고
회원이 되신 분들은 오셔서 재배과정을 지켜봐주시기를 당부하지요.
귤농부와 귤나무가 어떻게 열매를 맺어가는지를 함께 느껴 주시면
겨울에 만나는 귤이 더욱 특별한 귤이 될것입니다.
저희귤을 만난 많은 분들이 우리 귤을 먹다가 다른귤을 못 먹겠다고 하셨어요.
그것은 맛의 관점에서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게는 그 이상의 찬사가 없읍니다만(제가 바라는 바이기도 하지만)
저는 저희 귤이 유기농 귤 임을 먼저 느껴 주셨으면 합니다.
남들이 생산이 어렵다고 기피하는 유기농 귤을
수고는많고 수확량이 줄어 들어서 돈이 되지 않는다고 피하는 농사인 유기농 귤을
생산하는 유기농 귤농부의 생각을 함께 해 주시기를 바라지요.
고독하게, 누가 뭐래도 한길을 달려 왔지요.
유기농 농부로 거듭나는 동안 타협하지 말아야 하는 순간들과 마주하고
저는 마음을 수없이 동여 맸더랬지요.
쉽게 가는 길을,남들이 다 가는 길을 놔두고
내가 옳다고 믿는 길을 꿋꿋이 가는 것.
그것이 수입과 직결되는데도 소신을 세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농부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회원님들과 함께
어깨동무하며 가는 길은 즐겁습니다.
주변에 친환경 매장에 가서도 유기농 귤은 흔하지 않아요.
무농약 귤은 그런대로 만날수가 있는것이 재배 1년차에도 인증 받을수가 있어서예요.
그런데 과수유기농은 3년이 지나야 유기농 인증을 받는데다가
2년이 지나고 5년까지 가는 동안 나무가 심하게 몸살을 합니다.
(유기농 하다가 나무 죽인다는 말이 이맘때 나오지요)
일년산 농산물은 한해가 피해를 보지만 과수농사는 나무가 죽으면 끝입니다.
그래서 유기농으로 가는것을 생산자가 두려워 하고 기피합니다.
그래서 더 귀한 농산물이지요.
그런 유기농 귤을 만나면서 관행적으로 기른(화학농약과 화학비료로 기른)
귤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유기농 귤로서는 화가 날 일입니다.
사람도 겉모양이야 다 같게 생겨도(눈,코,입 구조가)
사랑과 정성을 듬뿍 받은 사람은 내용이 다르잖아요.
그렇게 차원이 다른 귤을 만나면서 그 귤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음은
소비자로서도 유기농산물을 드실 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유기농산물을 드시는 소비자의 의식도 남다르고
가치관도 남다르고,먹거리와 삶에 대해서도 남다른 생각의 소유자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이면 반디귤은 모두 유기농이 될것입니다.
아마도 우리 회원님도 정원이 다 차서
더이상 신규회원님을 받을수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반디귤의 가치를 아시는 분들이 입소문으로 홍보가 되어
제가 이제는 블로그에만 조용히(^^) 공지로 올려두고 마감을 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저는 일년내내 반디귤의 생산과정을 이야기처럼 여기에 올려 놓을겁니다.
무엇이 다른지, 왜 다른지를 알려 드릴겁니다.
반디회원님들의 남다른 혜안으로 이심전심될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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