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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1박2일 딸과 함께 걸은 올레(18코스편)

by 농부김영란 2011. 8. 23.

 

 

지난번 8코스를 함께 걸어보니 예슬이는 함께 올레동무하기에 참 좋은 동지였다.

힘들다고 보채지도 않고,내가 감동 하는 것을 함께 느껴주고,

그동안 내가 아이에게 해 주고 싶던 말들도 해 줄 기회가 필요했다.

학교 공부에 매여서 정작 중요한 삶의 지혜나  엄마마음에 일러주고 싶은 말들이 있었는데

아이와 자연속에서 걸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이 되니 좋았다.

개강이 얼마남지않아 아이와 또 한동안 떨어져서 그리워 할 시간들을 채워줄 추억도 필요했다.

 

예슬이는 학원에서 알바를 하여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노력으로 돈(^^)도 벌었다.

아이가 처음 태어나던 날 그 모습이 내겐 아직도 생생한데

내 품을 떠나서도 제 몫을 해내는가 싶어서 조금씩 안도가 되고 있다.

 

예슬이 학원 알바가 끝나는 다음날,

나는 제주도에 살면서도 제대로 제주도 여행을 못해 본 느낌에

예슬이와 1박2일 올레여행을 감행했다.

우리 둘이다 운동 싫어하고 먹기만 하는, 저질체력에 피로가 누적되어 있어서 걱정했는데

일단 떠났다가 무리일것 같으면 돌아오자며 나선 길이었다.

 

 시작이 반이라지 않은가.

시작할 때가 어렵지 시작하면 가게 되어있다.

이틀동안(18일 19일)  올레18코스 18km와 검은 오름 8km 합하여 26km를 걸어냈다.

돌아오는 길은 버스안에서 골아 떨어졌지만, 저질체력 모녀가 1박2일 올레를 해내었으니

앞으로는 기회가 오면 점점 더 난이도를 높여서 도전해봐야겠다.

 

 

 

 

 

 

전날부터 몸이 찌부둥하여 갈까말까하는 맘이 설왕설레하게 만들어서

새벽에 눈 뜨고서도 내내 마음갈래를 못 정하다가 8시나 되어서야 아이에게

"우리 올레갈까?"하니 그때까지 자던 아이가 간다고 부시시 눈을 뜬다.

전날 늦게까지 알바를 끝내서 잠이 더 달콤할텐데도 간다고 일어나니

그때부터 초고속으로 하룻밤 잘 옷가지까지 주섬주섬 챙겨서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5.16 도로를 타고 한라산을 넘어서 가는 길은 운치는 있는데 꼬불꼬불 빙글빙글 돌아가니

멀미하기 일쑤이다.한시간 정도 타지만 내릴때는 몽롱하니 휘둘려서

올레는커녕 어디가서 한숨 자고 싶은 생각만 간절했다.

순간 그냥 돌아갈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러기에는 너무 아까와서

어디가서 정신 좀 차리자며 아이와 산지천 주변을 어슬렁 대고 있으려니

조금 정신이 돌아와서 조금이라도 걸어보자며 용기를 내었다.

이렇게 출발은 비몽사몽 의욕없이 시작 했는데

걷다가보니 점점 더 눈이 또랑해지고 예쁜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추를 단 듯 무겁기만 하던 발걸음이 사뿐거리기 시작했다.

 

 

 

 

 

 

올레 18코스는 서귀포의 7코스와 견주는 비경과 재미있는 코스라는 후문을 듣고

꼭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었다.18코스 시작점인 산지천에서부터

졸던 눈이 번쩍 뜨일만큼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대부분이 건천인데 시내 한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맑은 물 산지천,

예쁜 다리들과 주변 풍경들이 그림같이 아름다왔다.

아기자기하게 예쁜 풍경들이 눈을 가득 채웠다.

 

 

 

 

 

 

파리에는 쎄느강이 있다면 제주시에는 산지천이 있다~고 자랑스레 말해도 좋을

그림같은 산지천이 펼쳐져 있었다.

예슬아~ 그림 그리기에 좋은 소재 아니니?

나는 아이의 감성을 내 식대로 자극하려고 했지만

이미 아이의 눈은 내가 보는 것 보다 더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사라봉 가기전에 언덕을 올라가는 계단조차 힘들다기보다

"멋스럽네"를 연발하며...

 

 

 

 

 

 

천국으로 가는 계단처럼 사라봉은 계단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사라봉 올라가서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라서

기분이 절로 띵호아~~~

 

 

 

 

 

 

 

 

 

 

사라봉을 돌아내려오는 길 또한 아기자기 예쁜 오솔길로 행복길이었다.

 3박4일 제주도로 휴가온 가족이 돌아가는 날 공항에서 가까운 18코스 올레길을 걷고 있어서

올레길에서는 누구나 친구가 되는지라 통성명을 하고 함께 걸었더니

자연이 있고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절로 마음이 열린다.

금새 우리는 십년지기처럼 온갖 이야기꽃을 피우며...

40대 50대 아줌마들, 우린 이제 꽃집에서 화사하게 자태를 뽐내는 꽃보다

들판에 애잔하게 핀 작은 들꽃들이 더 예쁘다며 카메라에 담기 바쁜 공감대를 가졌다.

 

 

 

 

 

 

 

올레 표시와 재미있는 이정표도 만나고...

 

 

 

 

 

 

담쟁이 가득한 돌담길에 피어있는 문주란도 만나고

 

카메라에 담지 못한 풍경들은 눈으로, 가슴에 담아 두었다.

 

 

 

 

 

 

 

늦게 출발한데다가(10시 30분) 느릿느릿, 꼬닥꼬닥 간세다리로 걸으니

돼지 본능이 요동을 치는 점심때가 한참이나 지나서야

중간지점인 삼양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배고파~~먹고파~~~외치는 새끼 돼지 거느리고 주린 배를 채우려고 주변을 살피기 바빴다.

검은 모래해변 삼양 해수욕장에는 날이 흐리고 살짝 철이 지나서인지

해수욕 인파는 그리 많지가 않았다.

우리 가족들 먹는 즐거움이 삶의 1순위에 오르게 한 장본인 돼지엄마도

상어떼처럼 몰려오는 식욕을 주체못하여 일단 가장 먼저 보이는 식당을 찾았는데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들어가서 시킨 칡 칼국수 맛도 따봉이고

큼직하게 서비스로 나온 부침개도 입이 귀에 걸리게 하였다.

역시 우리는 푸짐한 인심을 확인할 때가 제일 배가 부르다.

배부른 돼지들, 9km넘게 걸어 왔으니 피로도 몰려오고 배까지 부른 상태이니

엉덩이가 자석처럼 바닥에 달라붙어 떨어지지를 않는다.

 

 

 

 

 

 

 

 

가로수길에 위용을 자랑하는 가로등이 보였다.

밤에 보면 이 풍경 또한 장관일 것 같았다.

 

 

 

 

 

 

제주도는 뭐니뭐니해도 물색 고운 청정 바다가 일품이라.

배 주차장에 정박해 있는 작은 조약배들도 그림같은 풍경에 일조를 하고 있다.

 

저 예쁜 배도 누군가의 삶의 버팀목이겠지.

재미있는 물놀이가 아니라 생업을 지켜내는 한 도구로서

산더미같은 파도를  몸으로 이겨내며 누군가의 삶을 지켜주겠지.

지켜내는 이는 눈물겨워도 바라보는 이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내 삶도 누군가에게 그리 비춰지겠지.

 

 

 

 

 

매일 땀으로 목욕을 하며 여름을 견뎌내는 농부의 삶을 택한 나도

오늘 하루는 코스모스 소녀로 돌아가 본다.

 

아이야~엄마도 너같이 꽃같던 시절이 있었지.

이제는 스모선수처럼, 몸 자체가 무기가 되어 세상 두려울게 없는

전사처럼 투박하게 살아 가는 듯 보여도

아직도 내 안에는 20세 청춘이 요동을 칠때도 있고,

17세 단발머리 소녀의 해맑은 미소도 간직하고 있단다.

나도 너처럼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단다.

 

 

 

 

 

 

용천수 맑은 물에 빨래를 하는 여인을 발견 못하고

올레 이정표를 놓쳐서 한참이나 돌아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올레표시를 찾아서 길을 떠나기를 몇번.

숨바꼭질 하듯, 보물찾기하듯 그렇게 올레 표시 찾아가며 걷는 길이 재미 있었다.

길을 놓쳤을 때 사람들에게 묻지말고 올레 이정표를 꼭 찾아서 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예슬이는 올레표시를 찾아가는 길이 너무 재미있고 길도 예쁘다고

제주도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 한다.

나도 이하 독문이여~~~

 

두 발로 걸으면서 햇볕도 바람도 맞으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풍경들.

 몸은 무거워지지만 정신은 점점 맑아지는 이런 경험,땀 흘리는 여행이 너무 좋다며

우리는 길 나서길 너무 잘했다고 두 손뼉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미 몸은 노곤해지고(점심 먹고난 오후 두시반경)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지는데

한참을 헉헉거리며 올라간 급경사 산길 끄트머리 쯔음.

우와~~~역시 명당자리구먼...그곳에 원당사라는 절이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꽤 큰 절이라 한폭에 담을 수가 없어서 고추가 예쁘게 말라가고 있는 쪽으로 한컷 찍었다.

사람들의 기원, 기도, 염원은 한 세상 행복하게 잘 살아내고픈 소망이라

이렇게 곳곳에 절, 교회, 성당...등이 또 하나의 그림이 되고 있다.

종교는 달라도 시간이 넉넉하면 참선의 의미로라도 부처님께 경배를 드리고 가겠는데

갈길이 멀다며 아이를 재촉하여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앞으로~~~

 

 

 

 

 

가끔은 이런 간세표시 올레 이정표도 만나고...

 

 

 

 

 

눈을 들어 멀리  바라다보니

오름의 능선들이 한폮의 병풍이 따로 없네~

 

 

 

 

 

 

발바닥도 화끈거리고 발목도 시큼 거릴 즈음에서 만난 오늘의 하이라이트.

우리들 추억에 대박을 안겨 준 장면을 만났다.

돼지 눈에는 먹을 것만 보인다고...

추수 다 끝나고 비상품되어 밭에 나뒹굴고 있는 참외 수박밭 발견.

먹을거 앞에 두고 지나치는 돼지는 돼지가 아니다.(돼지 어록중에서)

우리는 한달음에 달려가서 일단 수박 한개를 돌에 내리쳐서 갈증을 씻었다.

한동안 골아서 신선한 맛은 부족해도 먼길 걸어온 지친 돼지들에겐 웬 횡재냐 싶었다.

 

 

 

 

 

 

 

 

 

 

공짜 수박앞에서 이성을 잃은 돼지 모녀.

옷에 달린 모자에도 하나 담고, 간식으로 사온 빵 봉지에도 담고

목에 두른 스카프도 풀어서 두개나 담았다.

그리고 등에 멘 배낭에도 하나 담고...

그냥 걷기에도 이제는 부대끼는 판에  크지는 않아도 수박을 네개나

이고 지고 욕심엽기모녀 장면을 연출 하게 되었다.

수박 횡재에 갑자기 힘이 불끈 난 그 엄마에 그 딸은

팔이 아파서 장대에 매달아서 물지게처럼 수박을 매달고

그 후로도 몇km를 수박을 운반하는 투지를 발휘하였다.

 

이게 바로 산 교육이네.ㅎㅎ...

딸아~~~이런 정신으로 엄마가 이렇게 살아 왔느니라~

 

 

 

 

 

발은 힘들어도 펼쳐지는 풍경이 아기자기 이쁘고

바람이 내내 함께 불어주어서 가을 날씨인듯 상쾌한 올레가 계속 되었다.

길가다가 바닷가에서  외롭게 서 있는 한그루 소나무를 만났는데

누구의 쎈쓰인가...한가닥 걸쳐있는 나무 벤치,

올레길 곳곳에 이런 미소짓게 하는 쎈스를 무심히 지나치지 말라.

목표를 향해, 완주를 목표로만  가지 말라.

 

곳곳에 올레 보석이 숨어 있단다.

 

 

 

 

 

 

 

참 예쁜 길,

참 행복 했던 길.

하루종일 누워서 뒹굴면 피로가 가실줄 알았는데

이렇게 자연속에서 내 피로를 풀어내는 것이 훨씬 더 상쾌한 피로회복제가 되었다.

 

 

 

 

 

 

한참을 걸어 오다가  길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아서

수박 하나 깨서 먹고...깔깔깔...

 

 

 

 

 

 

제주 전통 가옥들이 많은 정겨운 마을길도 지나며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올레표시를 찾고 있는데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길을 일러 주신다.

감사 드린다며 수박 하나 드리고...

 

 

 

 

 

 

 

 

언제쯤 끝이나나...이 생각이 마구 밀려 올때 쯤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발걸음은 질질...땅바닥에서 간신히 떨어지는데

어머나...샘물이다~~~

제주도 샘물들은 거의다가 용천수라  얼음물처럼 차다.

발 좀 담그고 잠시 쉬었다 가자꾸나~

무릎까지 욱신 거리기에 물에 한참을 담그니 열이 가시고 피로가 말끔히 날아갔다.

가다가보니 이런 용천수가 군데군데 있어서 18코스를 걷는 올레꾼들은

꼭 이곳에서 발을 담그고 피로를 풀고 가시기를.

 

 

 

 

 

해안길 따라 너무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은 길.

제주도 옛날 집들이 많이 있는 아기자기 재미있는 18코스였다.

너무 여유를 부리며 천천히 걸어서인지 이미 여섯시를 향해가는 시계 바늘.

 

꼭 들려 보고픈 곳이 있어서 발 걸음을 재촉 했다.

 

 

 

 

 

 

 

제주올레 18코스에서 꼭 들려보고팠던 집

시인 손세실리아님이  18코스 개장 즈음에 문을 연 북카페였다.

어디쯤인가 기웃거리며 걷다가보니

시인의 집이 보이고 사진에서 보던 시인님이 마당에서 채송화를 살피면서 검질을 매고 있었다.

시인님은 저를 모르지만 저는 손세실리아님을 알고 있답니다며 인사를 드렸다.

여러 경로로 듣고 있었던 시인님과 북카페인지라

내 눈으로 보고 듣고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었다.

소박하고 단아해 보이는 시인님의 미소가 집과 잘 어울렸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채송화를 좋아하는 시인님의 감성이

어느 한자락 나와 통할것 같기도 하였다.

 

 

 

 

나는 커피를 예슬이는 키위쥬스를 마시고

시인님과 담소를 나누느라 카페풍경은 담지를 못하였다.

카페 바깥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은 백만불짜리 풍경이었다.

시인의 집 북카페는 다음에 여유있게 다시 한번 찾으리라 아쉬워하며 나온,

18코스 올레길을 예쁘게 장식해주는 마지막 장소였다.

 

이미 날이 어둑해지는데 내가 꼭 묵고 싶었던 민박집 <바우네 집>언니께서

저녁을 해놓고 기다리신다기에

시인의 집 북카페를 뒤로하고 마지막 종점 만세동산까지는 조금만 남겨두고

동일주 버스를 타고 한동리 바우네 집을 향했다.

바우네 민박집은 부부 선생님이 명퇴를 하시고 제주도에 반해서 이사 오셨다가

집이 제주도 스러우면서도 운치있고, 안선생님 바우네언니가 음식 솜씨가 좋고 인심이 넉넉하여

이미 올레꾼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하여 예약하기도 어려운 집인데

아무데나 재워주시라고 떼를 써서 바우언니와 함께 자는 조건으로 예약한 곳이었다.

 

바우네 집과 다음날 거문 오름은 2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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