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귤밭

약속

by 농부김영란 2010. 6. 28.

 

 

마음의 빚이 가득 쌓였어요.

 

 

 

지난 몇년의 시간동안 옆도, 뒤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여전히 하루 해가 어찌 가는지도 모르고...

컴 앞에만 앉으면 졸리는 현상때문에 심중의 이야기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있다.

 

 

 

전하지 못하는 내 심중의 말을 가슴으로  헤아려 주시기를 바라며...

가지많은 나무 늘상 바람에 휘둘리느라 아득할 때가 많아서...

내 몸 하나 추스리기도 쉽지않은 봄날을 간신히 보내고

내 마음의 <약속>을 떠올리며 그 와중에 또 일하나 저질렀다.

 

 

<장판은 아직 깔지않고 바닥을 말리느라 그냥 대충 펴본 것이다.>

 

아궁이 방 하나 만들어서 오손도손 함께 보낼 시간을 상상하였건만...

손님을 맞을 시간도, 아궁이 방에서 온전히 한시간이라도 휴식을 취할 시간도 주어지지않으니...

내 염원은 언제나 이루어지려나.

 

그래도...언젠가는 내 고마운 이들에게

내 마음을 그런 식으로 전하고 싶다.

말로하지 않고...

눈빛으로,소박한 밥상으로,따뜻한 손 마주 잡으며...

 

 

(창고와 쉼터사이 빈공간을 대충 막아서 간이 부엌을 만들었다.)

 

 

수많은 선물을 받으면서도 뻔뻔하게 그냥 걸어왔다.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너무 고마와서 변변치못한 말로서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돌탑 쌓듯이 마음에 쌓아두고만 있다.

 

내가 당당하게 일어서 나가는 모습으로 보여 드리겠다고...

내게 보내 주신 응원...그렇게 갚겠다고...

그래서 입 발린 말을 자주하고 싶지 않아서 혹시나 제주도에 오실 때

내 손으로로 따뜻한 밥 한끼 대접해 드리고 싶어서 시골스런 방하나를

그 바쁜 봄날을 쪼개어서 만들었다.내 사는 것 다 아시는데 아방궁을 만들 필요는 없기에

소박하게, 시골스럽게, 자연스럽게...그렇게 꾸며 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내 안의 수많은 염원을 다 연출하고 싶었지만

밭이 늘어난 만큼 일도 늘어나서 하루도 쉴 수가 없었기에

50%만 되면 만족해야지...내 손으로 다 하는 것도 아닌데...하고 접어 두었다.

 

 

 

 

몸도 마음도 너무 내달려서 기진맥진할 때가 많았기에 나를 위해 주고도 싶었다.

하지만 늘 일을 만드는 나인지라...온전히 쉬는 때가 없다.

눈을 못 뜰만큼, 목이 뻣뻣해서 말도 못할만큼 될때에야 내 몸을 돌아보는 우매함은 여전하다.

 

 

 

 

창고를 개조해서 아궁이 방하나 만들었지만

새로운 것들의 조합이 자연스러워질때까지

방 바닥도, 벽도 충분히 건조된 후에, 그리고 오래입은 옷처럼 편안해질때까지 ...

 

 천천히...고마운 분들께 초대장을 보낼 것이다.

어쩌면 올 한해가 다 갈지도 모르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아수라장의 현장 고3엄마이기도 하고...

밭일도...끝이 없어서...

 

 

 

 

사실 고 3엄마는 명분이고...

하루해가 어찌 가는지 모르겠다. 열망하던 목공예도 여전히 못 배우러 가고

취미 생활도 하나도 못하고 휴일조차없이 봄내내 지금까지 달려 왔으니

먼저 내 몸부터 간절히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중1, 고1, 고3 엄마만으로도 사실은 늘 정신이 얼떨떨한 지경이다.

거기에 한 몫하는 강아지도 있고 유치원을 갓 벗어난 2학년 농부도 일일이 코치를 하거나

내가 솔선수범해야만 귤밭일이 완성되니 맘은 늘 부대낀다.

 

새 삶을 개척하는 일이 그리 만만치가 않음을 짐작해서 이해해 주시기를...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혼비백산 하루해가 어찌 가는지도 모르는 삶이라

고마움 하나도 못 표현하고 있다.

표현하지 않는 것을 어찌 알수있다고...그냥 느껴주시라고 늘 고백하는게 미안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내 마음 표현하려고 이런 시도까지 준비하는 중이다.

아궁이 방에서 온전히 하루 쉴 날도 없는 내가 고마운 지인들과 만리장성을 쌓고 싶다며

이러고 있다. 천천히...하나씩 이루어지겠지....

 

 

 

 

뚝배기 사랑을 주셨듯이...내 살아있는 동안 그 따뜻함 잊지 않을게요.

 

 

 

무늬만 아궁이 방 만들어 놓고 장작불을 피워 보았다.

그 장작숯이 아까와 즉석에서 고기를 사다 구워서 막걸리 자축을 했다.올레~♪

 

 

 

 

늘 가슴 한켠에 약속이 자리하고 있다.

마음으로 한 약속!

 

 

 

 

잡초로 보는 꿀풀이 내겐 귀빈이다.

이렇게 내 감성을 달래곤 한다.

 

 

 

가장 돈  안들이는 컨셉...

그렇지만 저렴해 보이지는 않는....

내가 추구하는 자연주의 인테리어이다.^^

 

벽에다가 밭에서 굴러 다니는 자갈돌을 붙여 보았다.

감이 잡혔다.다음에는 돌집을 지어볼까?ㅎㅎㅎ...

 

 

 

거슬리는 방문은 원래는 실내용으로 한 것인데

함흥차사된 집수리 아저씨때문에 계획이 변경되어 실내용문이 실외로 나오게 되었다.

50점만 되도 만족해야지~~~언젠가부터 한눈 감지 않으면 내 명에 못살겠다는 생각에

이런식의 타협을 하게 되었다.내 맘대로 다 되는게 몇개나 있다고...

가지많은 나무되어 가끔 달관자가 되는 것 같다.철학자가 따로 없다니까...

그래서 소크라테스보다도 내 엄마가 더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다.^^

 

 

 

유홍초 꽃 넝굴이 아취를 이루면...

그림이 정겨워질거라 상상해본다.

나를 위해서...일개미인 나를 위해서...일개미의 휴식시간을 꿈꾸며...

내가 행복해져야 세상이 행복하다는 자각때문에...

빚 지는 김에 쪼금 더 지자...ㅎㅎㅎ...어이쿠...패가망신의 지름길인 생각이란 것을 익히 아는터라.

요기까지만...이제부터는 무조건 현상유지 해야쥐~~~

 

 

 

 

 

이 정도만해도...

처음에 암것도 없는 호근동밭에 오시라고 손짓하던 때와는 엄청 달라진 그림이다.ㅎㅎ...

향기언니, 섬님,왕언니님이 보시면 반디농장 변천사를 그대로 느끼실 것이다.

내 성질에 계속 진화를 하것지요.ㅎㅎㅎ...

 

내게 시간 여유가 주어지면 제대로 그림 만들어 보고 싶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세대, 가장 어깨 무거운 세대인지라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분이니...세월을 기약해야겠지.

세 아이 다 대학 가면 좀 나아질까? 그렇지만 그 바램도 그때 가봐야 된다는 것을 이젠 안다.

그래서 지금 일을 저지른 것. 자기만족이라도 해 볼려고...

 

 

 

도자기 배울 때 만든  문패가 요기에서 빛날줄이야...ㅎㅎㅎ...

하늘색 수국이 넘 예뻐서 호근동 밭에서 업어왔다.꽃대가 다 올라온 것을 옮겼더니

뿌리앓이 하느라고 꽃 크기가 작아졌다.

 

 

반디농장 회원님을 위해서 만든 쉼터이지만...

손님치레 뒷감당이 사실 걱정이 되어 언제 오픈할지는 몰라요.

내 하루는 일일이 다 열거할수도 없을 지경.

2010년도 되어서 오늘까지 휴일다운 휴일을 한번도 못 누린 상황이니까요.

제주도 그저께부터 억수루 비가 쏟아지는 본격적인 장마...

그래도 나는 공사다망한 관계로 여전히 바쁩니다.

지금 횡설수설 글 올리고 남은 것은 또 저녁에 와서 부연 달지요.

 

암튼...그림이 이 정도로 왔답니다.ㅎㅎㅎ...

 

 

2010.6.28.英蘭

 

 

'귤밭'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빛 귤사랑>에서...  (0) 2010.07.17
행운의 주인공(^^)  (0) 2010.07.11
익충 무당벌레  (0) 2010.06.17
감귤꽃 향기 바람에 날리고...  (0) 2010.05.26
봄날(3)  (0) 2010.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