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고 저리고 아픈 삼사월 봄은 가고
계절의 여왕 5월이 오니 화창한 날씨도 많아서 밀린 일 대충 마무리하며
마음도 햇살따라 밝아졌다.꽃이 지천인 계절이다.
밀린 일 대충 한 풀 꺾고나니 내눈에 소외됬던 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꽃을 보면 이쁘다하면서도 가슴까지 저려오는 감성을 타고나서
나의 봄은 매년 휘청 거렸는데 귤나무와 만나고나서는
나무를 돌보느라 내 에너지가 꽃에까지 미치질 못하여서인지 심한 몸살은 피해가는 것 같다.
그래도 아파하던 자리가 덧나서 얼마간 끙끙대고나면 시나브로 나아져서
농부가 되고나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음을 느낀다.
나는 전생이 무엇이엇길래 이리도 꽃을 보면 애절해 지는걸까.
그 사이 하나 둘 모은 꽃들이 여기저기서 피어난다.
붓꽃이 한창 꽃대를 올리고 있는데 안 봐주면 섭해하겠지?
유기농 농부는 관행농 농사에 비해 두배이상 바쁘다.
유기농 재배하면 수확량이 줄어서 소득이 더 많아지는 것도 아니다.
굳센 소신없이는 오래가기 힘든 농법이다.
이해타산이 스며들면 회의를 느끼는 농법일수도 있겠다.
그래서 친환경 귀농을 한다고 요란했던 사람들이 야번도주 했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건강한 먹거리에대한 소신과 이웃사랑이 없으면 오래 버티기가 어려운 길이다.
시간만 나면 밭에 붙어 살아도 일은 끝없이 밀린다.
더구나 밭이 하나로 붙어있지 않고 세곳으로 흩어져 있으니 시간에 늘 쫒기는데
삼사월 비가 하루건너 오니까 일을 제대로 못해서 오월까지 밀려왔다.
3월초에 만든 콩퇴비가 잘 발효되어서 세 밭에 넉넉히 주었다.
일반 퇴비와는 달리 냄새가 구수하고 달콤하다.
이 영양 많은 퇴비를 먹고 맛있는 귤을 생산해 주기를 귤나무에게 부탁했다.
겨우내 나무에 귤을 달아놓고 바로 수확해서 내 보내면서
해걸이가 심하리라는 것은 예감 했었지만
최상의 귤을 내보내겠다는 욕심을 과하게 부렸다는 것을
2월 귤을 다 따내린후에 나무를 보고 깨달았다.
앙상해진 나무가 나를 원망하는듯해서 나무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거름을 듬뿍 주었어도 지쳐있는 나무가 쉬이 회복을 못하여
귤나무나 나나 봄내 기력이 돌아오지 못했다.
오월이 되어서야 귤나무도 새싹을 내밀고 나도 어느정도 기력이 돌아왔다.
봄에 지열을 높여서 개화를 촉진하려고 풀을 예초한 상태다.
거름을 주고나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이는 것이 잡초들인데
처음에는 귀한 거름을 풀이 다 먹는다고 안달했지만 이제는 순환의 원리를 터득하여
먼저 풀들이 먹고나서 풀이 쓰러져서 다시 거름이 되어주는 원리를 깨달아서
그리 안달하지는 않는다. 초생재배를 하여 장마철 한길이 넘게되는 풀들은 제압하고
뿌리 번식하는 넝쿨식물과 산딸기풀은 일일이 뽑아 주어야 하기에
풀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하는 내기는 농부가 먼저 지치기 쉽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농사가 비닐 멀칭을 하는데
나는 풀과 싸우면서 하는 농사가 가장 자연농법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땅에 다양한 유용미생물들이 살고 있어야 땅이 살아 난다고 생각한다.
유기농 귤과 무농약 귤의 차이가 유기농법으로 몇년을 농사 지었는가를 비교하면서
귤의 건강함과 맛의 차이가 확실히 있음을 깨달았다.
땅의 건강함이 해법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이번에 효돈밭은 예상보다도 훨씬 심각(^^)하게도 귤꽃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몇백박스는 나오겠지 했는데 아직 꽃은 안피었지만 이제 꽃망울을 터뜨리려는 것을 살펴보니
심해도 너무 심하게 해걸이를 하는것 같다.아예 꽃이 없다.
내가 작년 올해 심하게 강전정을 한 탓도 있지싶다.
남편이 큰 걱정을 하지만...6학년 농부는...잘 됐지뭐. 이 참에 흙을 제대로 가꾸고
귤나무도 푹 쉬게 해 주지뭐...유기농 6년 농부와 2년 농부의 차이점이다.
회원님들께 드릴 귤이 없어서 새로 장만한 호근동2밭은
나무도 실하고 관리도 비교적 잘되어 있는편이다.
올해 꽃들도 적당하게 필것 같아서 회원님귤은 충족하지 싶어서
무리를 해서 이번에 또 하나 장만하게 된것이다. 약속한 귤은 보내 드려야지 않겠는가
오직 그 생각만 하고 귤밭 찾아 삼만리를 한 봄이었다.
2년에 한번 열리는 귤을 보내 드리는 반디농장이 될 것 같다.
올 겨울은 귤뿐만 아니라 다른 과일들도 삼사월 저온현상과 잦은 비로 개화를 못하여
올 가을에는 과일값도 꽤 나갈 것이란 예감이 든다.
그래도 반디농장 회원님들은 약속한 가격에 때 맞춰 보내 드릴 것이다.
그래서 다음주쯤 꽃이 필때 이름을 달면서 2010년도 회원님도 마감을 할까한다.
때론 가슴 뻐근하게 하는 약속, 의리...
시류에 휘말리지 않고 굳건하게 지켜내는 믿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를 배려하는 믿음...
내가 받은 사랑을 나도 그런식으로 보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애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해마다 귤밭을 장만하게 되었다.그래봐야 합하여 4천평도 안되지만...
내게 만리장성과도 같은 든든한 믿음을 주었던 고마운 분들께 나도 만리장성으로 남고 싶었다.
그 사이 세 밭에 콩퇴비를 주었고, 천일염도 미생물 먹이로 주었고
생선액비와 목초액도 두번씩 주었고
기계유제와 보르도액으로 소독도 두번씩 했다.
전정도 했고 전정한 나무가지도 파쇄를 했다.
세 밭을 돌아 가면서 하자하니 매일 매일 이밭저밭 순례를 했고
산딸기풀은 예초기로 일단 제압을 해 놓았지만 이제부터 뿌리까지 뽑아야하지만
해마다 잔뿌리가 남아서 기세좋게 확장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일년초들은 그래도 괜찮은데 이런 다년생들은 귤밭을 순식간에 딸기밭으로 잠식할 우려가 있다.
그래도 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하면서 뽑아 내는 길밖에 달리 도리가 없는게 친환경농법이다.
관행농에서는 별 걱정을 다하네...제초제 한방이면 해결되는 것을...이
유기농법에서는 이렇게 씨름해도 끝이없는 것이다.
봄날이 이렇게 바빴어도 일취월장한 유치원 농부가 있어서
나는 늘어진 몸을 마지막 한방울까지 기력을 쏟아 내지는 않아도 되었다.
실수연발 유치원 농부지만 올해는 내가 2학년 농부로 명명할까한다.
그만큼 일 돌아가는 것을 눈을 뜬 것 같지만 여전히 미숙하고 실수연발이다.
농업기술원에서 파쇄기를 빌리는데 하루 12000원을 12만원으로 입금 시키지를 않나
액비 영양제를 주는데 어쩐지 너무 약한것 같았는데 중간에 내가 점검하다보니
1/10 비율로 주어서 두번씩이나 준것을 다시 주어야 했으니 내가 혀를 차지만
(이럴때 내가 하는 말, 머리는 왜 달고 다니니?)
조직에서 오랫동안 훈련된 정리정돈 습관과 시간관리가 몸에 배여서
자유방임 나를 채근하기 일쑤이다.
나는 사실 기분 내키는대로 일을 하는 습관이 있어서
2학년 농부가 내 습관을 잔소리를 자주하니까 숨이 막혀서
각자 놀자고 제안해보지만 그래도 24시간 찰거머리처럼(^^) 붙어 다니는 신세가 되어 어찌 할꺼나.
일 할때만이라도 멀찍히 떨어져서 일하자고 제안하는 수밖에...
2학년 농부가 1년 소독하고나서 찢어진 소독복을 보면 기가 막힌다.
몇년을 쓴 내옷은 말짱한데 일년 쓰고는 너덜너덜이다.
나무 가지에 걸리면 차분히 벗겨서 가지를 않고 그냥 내쳐서 나가기때문에 나뭇가지에 걸려서
다 찢어진 것이다.일에 꾀가 없으니 몸은 더 힘들고 생색은 더 많지만
숙달된 조교가 보기에는 그래도 1학년을 거치고나니 2학년은 한결 낫다.
6학년 농부와 2학년 농부...
티격태격해도 잘 가고 있는 중이다.
2학년 농부...작년에 이어 파쇄기의 달인이 되려고 한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전정한 나뭇가지를 둘이서 손발이 척척 맞게 하루에 끝냈다.
2학년 농부는 파쇄하고 나는 데모도(조력공...맞는 말인지?^^)...
나는 가지를 모아주고 파쇄한 가루를 귤나무아래 거름이 되라고 뿌려 주었다.
가끔 환상의 콤비라고 생각이 들때도 있다.
2 학년 농부가 전국에 계신 아줌마들께 인사를 드린단다.
아줌마들께 인사 안해도 되는디...(6학년 농부의 혼잣말)
요즘 보면...울 남편 망가져가는 모습에 맘이 짠할때도 있다.
부장님이 더 좋지않아? 하고 넌즈시 떠보면...농부가 더 좋다한다.
명퇴하고 얼굴색이 더 환해졌다고들 하니...
내가 우리 남편 구제해준 것은 맞는것 같다.(6학년 농부 공치사 100단)
2학년 농부는 며칠전에 텃밭 일군다고 제법 삽질을 많이 하였는데
어제 오늘 손에 붕대를 감고 있다.영락없는 초보 농부이다.
100평도 안되는 밭을 뒤집고 손에 붕대 감으면 1000평이나 하면 사망이겠네...
6학년 농부의 빈정거림이 뒤따라도...그래도 작년보다는 일 돌아가는 꼼수를 헤아리니
나는 오매불망 안방마님으로 들어앉고싶은 맘 굴뚝 같지만
이젠 내 팔자를 족히 아는터라 일복도 복이려니 하면서 자족하려고 한다.
니가 잘났느니 내가 잘났느니 티격태격 하면서
2학년 농부와 6학년 농부의 봄날이 어느새 다 가고 있다.
2010.5.10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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