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딸에게 주는 요리" 카테고리를 비워 두었다.
그만큼 내게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면 변명이겠지만
농부로의 거듭남이 내겐 극기의 기간이었고,
그동안의 변화의 바람 또한 만만치가 않았기에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둘 마음의 여유가 따라 주지 않았었다.
중복이 지나고 숨이 막히던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더위 먹어 먹먹하던 몸과 맘이 조금 제정신을 차리자,
아이들이 이미 방학이 열흘이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아이들도 너무 무료한 방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여행계획도 이벤트도 없으니...
아이들이야말로 재미없는 방학의 연속이지만
나는 늘 바쁘니 그런 아이들 맘 헤아리는 것을 잊어 버리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몹시 미안했다.
이게 아닌데...그러면서 삶은 쏜살같이 흘러가고 있다.
냉장고를 뒤지니 지난번에 만난,낚시의 달인 오빠네서
받은 미쓰이까가 한마리가 보인다.
이 귀한 것을(바다에서 낚시로 잡은 오징어과)
그냥 데쳐 먹기에는 아까왔다.
엄마가 바쁘다고 맨날 같은 반찬에, 밥에...
지겨운 밥상을 좀 벗어나서 아이들에게 예쁜 비빔국수를 해 주자는
맘이 든다. 미안하다, 내 아가들아~~~
눈도 좀 즐거워 보자며 색색이 고운 야채들을 샀다.
평소에는 집에 있는 것으로가 원칙이지만...
눈도 좀 호사해 보고, 미쓰이까도 좀 빛내 주자고.^^
여자 아이들이라 자라면서 보고 듣는 것이 산 공부인데
엄마가 과거 요리사였다고 주구장창 노래 하면서
아이들 철 들고나서부터 오히려 엄마는 사는데 골몰하여
요리다운 요리나 격있는 요리등은 손이 많이 간다고
늘상 대충, 휘리리릭 하기 일쑤였는데 이제부터라도
한달에 두어번이라도 품격있는 요리들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려한다.
비빔국수 재료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들이고 하는 법은 특별한 것은 없다.
단지 비빔국수는 양념장을 잘해야 하는데
사과나 배나 파인애플등 과일즙을 이용하면 향긋하고
맛이 더욱 감칠맛이 나지만 이것은 집에 있는대로 이용했다.
작년에 담근 매실효소가 맘에 들게 잘 숙성되어 넉넉히 넣었다.
그리고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귤껍질 고추장 양념.
(이것은 여학교 선배님인 언제나 그자리에 언니가 힌트를 주심)
지난 겨울에 곱게 채썰어 말려 두었던 것을 여러가지로 요리에 응용하고 있다.
귤껍질 채가 들어간 고추장 양념은 귤껍질이 쫄깃하게 씹히면서
향긋한 맛이 아주 상큼하고 깔끔하다.
이렇게 귤껍질은 일년 내내 차로, 시원한 음료로, 요리로 다양하게 쓰이니
귤껍질의 활용을 적극 권하고 싶다.
귤껍질을 이용한 멸치 볶음도 함께 올린다.
멸치볶음, 평범한것 같아도 은근히 어렵고 까다로운 음식이다.
나는 일단 멸치를 중간불 팬에 타지 않게 볶아서 비린내를 날려준다.
어느정도 수분이 마르면 고운채에 가루를 털어내고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멸치,마늘편,고추채,귤껍질채,해바라기씨를 넣고
약한 불에 마늘이 살짝 익게 볶다가 미리 준비해둔 양념장 소스를 끼얹어서
타지 않게 골고루 양념 배게 볶는다.
양념장은 고추장(너무 많지않게 색만 낼정도)생강즙, 매실액기스,후추가루
를 넣고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위 멸치가 어느정도 볶아지면
양념장을 넣고 골고루 뒤적여 준다. 마지막에 통깨를 넉넉히 뿌린다.
귤껍질이 들어가면 씹는 향도 좋을뿐만 아니라 비린내도 날려준다.
귤껍질에 무지하게 좋은 성분들이 많다하니
귤이야말로 팔방미인 과일인 것 같다.
모처럼...화사한 요리 올려 봅니다.
새자매맘 간만에 제정신 돌아온 날 만들어 본 비빔국수입니다.
여름 건강하게 나시고...
언제나 희망 가득한 날 되셨으면 합니다.
2009.8.2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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