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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 (건강한 밥상)

건강한 밥상

by 농부김영란 2009. 8. 8.

 

 

 

먹거리에 지대한 관심이 생긴 것은 전공이 요리이기도 하였지만

마흔을 넘기면서 소홀히 한 몸에서 의지만 가지고 몸을 다스리는 게 한계가 왔음을 느끼고 부터였다.

젊은 날은 깡다구와 의지로도 어느정도 몸을 제어할 수가 있었지만

소중한 신체를 잘 돌보지 않고,혹사만 하고 윤활유도 한번 치지않고 마구 굴린 폐차 직전의 차처럼

간신히 굴러가는 것을 느끼고 나서부터 내 몸과 건강에대해 관심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먹거리에 대해 점검했다.

전에는 먹거리의 기준이 <맛>이었는데 건강이 안좋아 지면서부터는 <맛>이 먼저가 아니라

건강한 친환경 농산물, 생명력이 넘치는 자연산등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믿음가는 농산물 찾기 순례가 시작 되었다.

 

 

 

시들어 가는 생명을 활기차게 되돌려 줄 수 있는 가장 기본은 

건강한 먹거리,적당한 운동, 맑은 공기,그리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라 생각 되어

그때부터 내 건강을 회복하기위해

본능적으로 친환경 농산물과 몸에 좋은 먹거리에 관심이 깊어졌지만 

소비자로서 다가가기엔 가격이 만만치가 않아서 서민인 내가 마음 편하게 사먹기가 부담스러웠고.

더구나  한창 자라는 세 아이들 먹성을 감당 하려면

친환경 매장에서 몇개 안든 작은 봉지를 들었다 내렸다하며 저울질 하자니 늘 감질났고,

내가 농부가 되면서 아이들에게 원없이 무농약 귤을 줄수있게 되니

에미로서 뿌듯함과 포만감에 차서 수입에 연연치 않고 달려온 것 같다.

 

 

 

 

직거래를 하면서 외쳐온 구호가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었다.

내게 유기농 농부로의 도전은 농사 지어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관점에서 출발하지 않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여 나와,내 이웃과,내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원동력이 된다면

다른 직업을 선택하여 돈을 더 많이 버는 것 보다도

더 가치있고 바람직하고 자부심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3D 업종이라 할 만한 농삿일,일은 힘들고, 몸은 고단하고, 수입은 형편없는

열악한 유통구조의 농삿일에 희망을 가지고 도전을 한 것도

생명을 살리는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이야말로 그 어떤 직업보다 가치있는 일이며

나는 자연속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기 때문에 

남은 내 삶과 직업을 농부로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몸과 맘을 건강하게 회복시키고,

도시 이웃에게 믿음 가는 농산물을 제공하여 더불어 건강하고,행복하게 살아 가기를 소망한다.

일은 힘들게 하고도 생산자인 농부는 소비자 가격의 절반의 수입도 안되는

열악한 유통구조를 뛰어넘기위해

소비자와의 직거래인 인터넷판매를 하여 수입구조를 개선하고자 한 것도

농부로 장수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기에

나는 요즘 어떻게하면 효과적인 홍보를 할 수 있을까를 고심하고 있다.

생산에 만전을 기하랴,유통과 홍보에 고심하랴  만만치 않은 여정이지만

스스로 찾아서 가는 길이라 도전을  즐기는 내 기질에 어느 정도 맞기도 하여

걸어 다니는  농업벤처기업, 샛별농부니하며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부여하고 있다.

하하하...이 부분은 내가 좀  앞질러가는 경향이 다분해서인데 혹자는 시건방을 떠는군하며

아니꼽게 여기실지도 모르지만 힘들고 혼자 묵묵히 가는 길에서 이런 자부심 하나없이

어찌 지난한 길을 즐겁게 갈 수가 있겠는가.

 

 

 

 

그간 내 모토는 <귤농부는 귤로서 말해야 한다>였는데

직거래의 초기 고객은 안면있는 지인들이었지만

그 인연이 고객으로서 오래 가려면 철저한 품질제일주의라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지극 정성을 다해 온 결과 그 길에서 작은 희망의 불씨를 보았기에

남편까지 귀농으로 인도하게 되었다.남들은 버리고 떠나는 농촌에서

경제적 여유있는 사람이 유유자적하게 전원생활을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

치열하게 추구하여 한창 자라는 세 아이를 길러내야하는 수입구조까지 도달 하려면 

앞으로도  머나먼 가시밭길을 가야만 하리라.

아직은 수입이 직장 다닐 때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그것은  차차 길을 찾아 보고자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 가라!

 

 

 

 

 제주도에 이사와서 내가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진 것은 제주도 음식이었다.

처음에는 그간 혀끝에서 감칠맛이 도는 음식들에 익숙한 혓바닥이

투박하고 밍밍한  제주도 음식을 접하니 입에 맞지도 않고

그동안 길들여져 온 음식들과 비교하여 평가절하하기 일쑤였는데

제주도살이 5년을 넘긴 지금은 제주도 음식이야말로

요즘 유행하는 웰빙(참살이, 슬로푸드) 음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제는 그 어떤 제주도 음식도 맛나게 먹을 수가 있게 된 것을 보니

내가 인위적으로 적응 하려고 애 쓰지 않았어도

제주도의 바람과 흙과 돌과 그 모든 제주도적인 요소들이

내 몸에 시나브로 들어 와 앉아서 나도 제주도사람이 되어 가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

 

 

 

 

처음에는 생된장을 푼 자리물회니,돼지기름이 둥둥 뜬 몸국이니 고기국수니

늙은 호박을 들척지근하게 넣은 갈칫국이니  시큰둥하게 표현하기 일쑤였는데

전직이 요리사인 내 입과 눈에는 온통 품위 떨어지는,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것들이 많다며,떨떠름한 표현을 서슴치 않았는데

이제는 누굴 만나도 제주도 음식 알고보니 전부 웰빙 음식이다며

앞으로 제주도 음식 홍보대사로 나서볼까하는 생각까지 들고 있다.

온갖 화려한 재료로 치장하여 원재료의 참 맛을 살리지 못한 음식보다

자연에 가까운, 우리 몸에 가장 좋은 상태로 요리하는 것이

제주도 음식이라는 것을 눈 뜨게 된 것이다.

 

앞으로 내겐 건강한 농산물 생산과,

그 농산물을 이용한 건강한 밥상을 홍보하는데 에너지를 쏟아서

자부심 가득한, 건강한 구릿빛 농부로 살아가고자 한다.

 

 2009.8.8.英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