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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 (건강한 밥상)

동지팥죽과 송구영신

by 농부김영란 2007. 12. 24.

11월 중순부터 귤 수확에만 정신이 팔려서 한달이 훌쩍 가버렸고

시간개념이 없는 요즘...수확이 거의 끝나고, 택배도 조금 한가하니

한 숨 돌리고 여유를 갖게되어 돌아보니 어느새...올 한해가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귤은 수확할때...몰아서 한꺼번에 빨리 다해야 하기때문에 귤 주산지인 이곳 서귀포는

어른 아이할것없이 일손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 나도 삼년차 경험을 해보니

처음부터 계획을 잘 세워서 수확을 하지 않으면 낭패가 될것 같아서 올해는

서울에 계신 큰 언니를 일찌감치...제발...구원군이 되어 달라고 청을 넣어

큰언니가 한달간 오셔서 도와 주셔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한결 마음이 가볍게

수확을 마칠수가 있었습니다. 중간에...달려와서 도와주신 김미정님 일행, 향기언니 일행...

고마운 이웃등...수확, 택배...모두 십시일반 도움을 주시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올 일년...남편의 명퇴등....정신적으로 혼란이 있었고, 농사도 여름에 태풍등으로

마음이 심하게 스산했었는데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남편도 재취업을 했고

수확도 작년과 비교할수는 없지만 기특하게도 최선을 다해준 귤나무들이

내 마음을 안정 시켜 주었고,무농약인증도 받아서 끝마무리가 잘 되어가기에

쓰러지지 않고 버틸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택배 첫출하라서 너무나 조심 스러웠었는데 다행이 일조량이 좋아서

저의집 귤이 맛이 좋아서 드신 분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몹시 기뻤는데

작년에 드신 분들이 올해는 먹어 보기도 전에 무조건 믿고서 구입해 주시는 바람에

얼마나 마음이 든든하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아직도...남았지만...그것은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다 팔지 못해도...고마운 분들과 나누면 될것이고,제게 주시는 그 큰 사랑을

어떻게든 나도 보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기에 수입과 관계없이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은

모두...제게 주시는 응원과 사랑, 배려 덕분이었습니다.

작은 귤 하나로...이어지는 큰 사랑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작년 우리 귤을 드신 분들은 다른 귤은 먹지 못하겠다고 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제 입에도 흡족치 못한 것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의 믿음을 주셨기에

올해도 마무리 정리 되는데로 감사 이벤트를 할 예정입니다.

무농약농산물이 흔한 것이 아니기에 맛이 좀 부족한 것이 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잘 응용하셔서 알뜰하게 이용해 주시기 바라며 껍질까지 잘 활용하시면

농사짓는 사람도 보람이 배가할것입니다.

 

 

 

올해는 귤농사가 풍년이라 합니다.

지나 다니다가 보니 정말 가지가 찢어지게 달린 나무들이 아직도 귤밭에 있는 것을 많이 보고

넘치는 귤때문에 가격이 폭락하여 비상품은 버리라고 방송을 연일 해대는 것을 보고

농부의 가슴이 쓰립니다. 일년내내 어떻게 지은 농사인데 버리라고 하다니...

농사행정의 졸속함도 여전히 가슴을 치게합니다.가공이나 수출등...보다 더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대책없이  버리라는 말만 하는 현실도

농민의 입장에서 씁쓸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됩니다.애써 지은 농사를 버리고나서

비료값도 나오지 않는 농사를 어찌 마음 추스리고 다시 지을 마음이 나겠습니까?

농촌 현실이 이러한 것을...소비자는 일일이 모르지요.

저는 수확량이 그리 많지도 않고 친환경 농사로 전환을 하여 개별판매를 하지만

시중에 넘쳐나는 귤이 값이 폭락하니 함께 타격을 입을수밖에 없고

친환경농사도 극소수라 판매까지 일일이 신경을 써야하니 그 수고로움도 만만치 않기에

농사행정의 선진화와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한 현실임을 느끼게 됩니다.

지나는 길에 아직도 대책없이 나무에 매달린 귤들을 보며...

저 귤에 생계가 달린 분들의 심정이 어이할꼬~하며...아린 가슴이 됩니다.

 

 

 

 

 

제 일손을 도와 주시러 오신 큰 언니가 이제 돌아 가셔야하기 때문에 이삼일 제주도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관광지 보다는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 드리려고 했읍니다.남다른 색깔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며 사는 사람들이

이제는 관심대상입니다.누구나 염원하지만 바램으로만 끝나기 쉬운 그런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관심이 가는 것은 내 삶도 이제 황혼을 향해가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이제는 넘치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차라리 조금 부족한 듯이, 아쉬운 듯이

조금 작은 것을 택하고 싶습니다. 과유불급의 부대낌을 경험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사랑 표현도...요란한 것보다도...은은하게 오래...식지 않는 것을 바라게 됩니다.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져 있음을 시시때때 확인하지 않아도 그냥 믿음을 가져 주는 것.

그런 사랑을 하고 싶어 하지요.

 

큰 언니 덕분에 아주 오랫만에 동지팥죽을 쑤었습니다.

몇년전에...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셨던 팥죽과 그 맛을 되새기면서 아이들에게 동지팥죽을

끓여 주었는데 아이들이 그 깊은 맛을 모르고 잘 먹지 않기에 그 만드는 법이 번거로와서

나 먹자고 만들기가 번거로와 그냥 보냈는데 올해는 엄마같은 큰언니가 오셨기에

제가 제대로해보자고 졸라서 하게 되었습니다.언젠가 제가 헌번 해본다고 하다가

 팥을 다 걸러 놓고선 다시 그 껍질을 팥죽에 넣은 사건이 있었기에 그 황당함을 되새기면서

웃었습니다.요즘은 깊은 맛 찾기가 어렵고  요즘 자라는 아이들은 깊은 맛을 잘 모르지요.

모처럼 큰 언니가 해주는 깊고 제대로 된 팥죽을 먹고나서...올 한해를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팥물을 거른 후 위에 고인 물을 매매 달인 후에 다시 아래 가라앉은 팥 앙금물을 나무주걱으로

10여분 이상 달인후에(팥 비린내가 가시라고 매매 다린답니다)

불려논 쌀을 끓여서 밥알이 반쯤 익었을때 찹쌀가루1:맵쌀가루1로 반죽한 새알심을 넣고

새알심이 동동 떠오를때까지 저으면서 익혀야 하는데(밑에 눌면 팥죽이 타는 냄새가 나서

낭패니까 잘 저어야 합니다) 저을때 팥죽이 튀면서 데기 쉬워서 면장갑을 끼고 해야 합니다.

팥도 국산팥을 사야 맛이 구수하기때문에 좀 비싸더라도 꼭 국산을 사야 하더라구요.

(신토불이가 왜 좋은지 먹어보면 압니다.)

이렇게 진하고 구수한 팥죽을 얼마만에 먹는지...저는 두그릇을 먹었으나

아이들은 단팥죽을 만들어 먹겠다는 것을 윽박질러서 먹였습니다.팥죽 고유의 제 맛을 모르고

자라는 요즘 아이들이니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팥죽맛을 보아야 어디가서도 팥죽 이야기 나오면

들은 풍월이라도 읊지 않겠냐면서...너무 단맛에만 길들여진 요즘 아이들 입맛을 우려했습니다.

몇년만에 팥죽까지 든든하게 먹었으니...바람 많던 올 한해도...잘 마무리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새옹지마인 인간세상...만사 마음먹기 나름이라고,너무 욕심 내지 않고

분수에 맞게...내 몫, 내 그릇만큼만 충실하게 감당하며,

내 이웃과 따뜻하게 어깨동무하며 살아가게 해달라고...소망하며 기도하게 됩니다.

 

제게 주시는 사랑과 응원...너무나 감사합니다.

 

2007.12.24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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