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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5학년 농부와 유치원 농부

by 농부김영란 2009. 2. 11.

 

 올해 농사준비에 들어 갔습니다.

1월 20일에서 22일까지 남편과 EM환경센터에서 친환경농업교육을 받고서

교육내용중 콩퇴비 만드는 법을 배워서 콩퇴비 만들기위해 동분서주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규모가 작아서 모든 것을 사다가 썼지만

올해는 남편도 함께하니 제대로 해보고 싶고, 그리고 이제는 의젓한(^^)5학년 농부인지라

퇴비도 만들고 발효액도 만들고, 한층 업그래이드 해야할 때가 된것 같아서입니다.

콩퇴비를 만들기위해 상품을 고르고 난 후의 콩을 사야하는데 수확기가 지나서

사기가 어려운데 함께 교육받은 망고형님(망고농사를 지으시는)이

콩을 수배해 놓았다고해서 남편과 따라 나섰읍니다.

그날 확보한 콩은 40kg 30포대였는데 가루를 만들기위해 방앗간에서 내리고 올리고...

그날 남편 노가다 제대로 했습니다.망고형님은 방앗간에서 가루로 만들고

들고 내리고 올리는 것은 거의 남편이 했는데 속으로 전 사실 좀 걱정이 되었습니다.

1200kg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다시 올리고(중간에 기계가 고장나서 다시 올림)...

그래도 뺀질거린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우리 두부부 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남편은 평소보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간신히 일어 났어요.^^

 

이틀후 다시 망고형님과 합류한 저희는 콩가루와 쌀겨,어박,골분,맥반석, 당밀과 em 발효액을

혼합하는 과정을 하루종일 했습니다. 한번 만드는데 500 kg 을 7번이나 했습니다.

3500kg을 나르고 붓고, 묶고, 차에 싣고...

남편...초보농부 입문하자마자 너무 빡세게 단련받게 된것 같습니다.

저는 망고농장 행님이 맥반석을 거름에 섞는다기에 눈이 번쩍, 옳다구나, 나도 맥반석을...

하면서 맥반석을 확보하려고 망고형님이 퇴비 만드는 것을 도와주었는데 ...

올해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일등 귤을 맹글어 보겠다고 초장부터 진을 빼고 있읍니다.^^

 

 

 

선생님은 콩을 삶아서 시범을 보였는데

거름양이 너무 많아서 콩을 삶기가 만만치가 않아서 가루로 하라고하여

콩가루와 쌀겨, 어박, 골분,당밀과 유용미생물군 em을 함께 섞어서

상온에 20여일 발효시켜서 거름을 주는것입니다.

유기농산물은 일체의 화학비료도 쓰면 안되고

농약도 쓰지 않고 허용된 친환경약제로만 소독하는 것이라서

무엇보다도 나무의 수세가 좋아야 병충해를 이겨내고 건강한 농산물을 만듭니다.

일부 인식이 부족한 분들이 무농약귤은 전혀 아무것도 치지않고

방치된 상태에서 수확하는 것인줄로 아는 분도 계시는데

그렇게하면 나무가 몇년을 버티지 못하고 고사하고 맙니다.

우리가 아이를 키울때 일체의 인스턴트 식품 먹이지 않고

자연식품으로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것과 과정이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게 아이를 키울려면 엄마가 더욱 부지런해야하고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듯이

유기농으로 나무를 돌보는 일도 그렇다고 봐야합니다.

 

 

 

남편은 요즘,농업관련 책을 빌려다가 무지하게 열공하고 있습니다.^^

그냥 대충 읽어도 될 책을 메모까지 해가면서 읽는 것을 보고

5학년 농부 거드름을 피우면서 한마디 합니다.

대충하시지~뭘 그렇게까지... 

이론보다 실전이 중요혀~하고 넌즈시 흘리면서도

실은 속으로 감탄을 하고 있읍니다.

그동안 회사에서 거저 밥 먹여준 것은 아니구먼.

매사에 분석이라니...정리정돈 혀를 내두릅니다.

그냥 가방 들고 왔다리 갔다리 한 학생인줄 알았는데~~~

역시나 입으로 잘난척만 일삼는 저보다는 한수위인것 같습니다.^^

조만간 5학년 농부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고

칼을 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요즘 남편...제가 염려했던 것 보다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ㅎㅎ...

오늘은 1학년 초보농부를 한껏 치켜주어야겠습니다.

 

 

 

위 사진도 남편의 요즘 업적입니다.

제가 귤나무 돌보기도 만만치가 않아서 미루어만 오던 것을

남편이 드디어 정리를 했습니다.

저는 요즘 전정에 들어 갔는데 그동안은 주로 가위로 가벼운 전정을 했는데

작년부터는 좀 더 과감하게 자르기 시작하다가

올해는 아예 톱으로만 전정을 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전정을 아시는 분은 톱으로만 전정한다는 말의 의미를 아실것입니다.

작은 가지를 치는게 아니라 큰 나무가지를 톱으로 자른다는 것이니

얼마나 과감해졌는지, 발전을 했는지 짐작이 갈것입니다.

처음에는 남편은 죽은 삭정이를 다듬으라고 했더니

어느사이 너무 조용하다 싶어서 혹시나 사고치는 것은?하고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 조용하다 싶으면 저지레한다고

선생님 전정하시는 것을 30분 지켜 보고나서 깨달았다나하면서

아주 시원하게~~~너무나 시원하게

마치 삼나무 가지치기 하듯이 가지를 다 잘라서 바닥에 쫘악 깔렸습니다.

아이쿠나~ 내 이럴줄 알았어~~~

전정이 그리 쉬운 것인줄 알고서리...하면서

5학년 농부가 호통을 쳤습니다.

요리사도 처음에는 설겆이부터 배우잖어~하면서

뒷정리나 하시라고...ㅎㅎㅎ...

우헤헤헤...

 

 

 

이렇게 잘난척을 일삼는 저도 남편에게 짹~소리 못내던 사건이 있었읍니다. 

둘이서 동시에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했는데

운전학원 등록하자 3일만에 필기시험이 있었기에

예전에 나도 암기하면 한암기 했다고 하면서 자아도치에 빠진 나.

남편은 한번에 붙고 전 쪼르륵 미끄러져 부렀습니다.

으~내가 한물 가버렸구나...

어쩔수없이 그때부터 저도 고개 숙인 여자가 되었는데

남편은 그때부터 " 말로만 하지말고 행동으로 보여줘~" 가 캐치프레이즈가 되었고

나는 말로만 하는 여자가 되었는데 작년에 제가 귤농사 지어서

인터넷으로 판매까지 성황리에 한것을 보고 그동안 죽었던 기가 좀 살아났습니다.

아줌마 수다와 말의 힘이 보여 준 쾌거라면서...

수다의 가치를 드디어 입증한 셈입니다.^^

말로만 하는 여자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려고

그동안 누구의 도움도 받지않고 5학년까지 올라왔으니

5학년 농부가 1학년 농부를 가르치게 됐습니다.

 

 

 

어제는 기계유제 소독을 했습니다.

그동안은 제가 혼자 하여서 줄을 끌고 다니면서하니

줄이 꼬이거나하면 푸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남편이 줄을 풀어 주니 한결 수월합니다.

다음부터는 남편에게도 소독을 가르켜서 나누어서 해야겠습니다.

저는 한번 소독할때 아주 꼼꼼히 하기때문에 시간이 거의 두배나 걸립니다.

소독을 꼼꼼히하면 횟수를 줄이더라도 효과가 더 좋은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전정을 아주 과감하게 합니다.

전정이 끝나고나면 수세회복을 위해 목초액과 생선액비를

일주일에 한번꼴로 계속 주어야하고 거름도 주어야하고

번식력이 장난아닌 딸기넝쿨과 억세풀도 다 캐야합니다.

그리고 올해는 작은 텃밭에 푸성귀들을 제대로 키워볼까합니다.

그동안은 심어만 놓고 수확하니 벌레들에게 다 먹혀서

올해는 제대로 재배해 보려고 합니다.

다른 소소한 계획은...장차...뜻하는대로 풀려지면 공개하기로하고...

우선은 초보농부 1학년과 5학년이 사이좋게 농사를 잘 지어 보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하루해가 짧은 농부의 일상입니다.

 

그동안 바빴었습니다.^^

 

2009.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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