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수확부터 판매까지 한달동안 정신이 없었다.
매년11월초가 되면 귤 수확 날짜를 가늠하면서 나는 컨디션 조절에 들어 가는데
작년까지만해도 전적으로 내가 다 했기때문에 두어달동안 수확과 판매를 하고나면
녹초가 되어서 일어 날수가 없었다.
수확과 저장등도 일이지만 난 개인 판매를 하기때문에
그 후 작업이 더욱 나를 녹초가 되게 하였었다.
무농약선언하여 판로가 없어 개별판매를 할수밖에 없었기에
내 주변 나를 아끼는 지인들은 지난 3년간 모두 본의 아니게(^^)
내귤 홍보대사가 되어 함께 동분서주 하였었다.
직접 보진 않았어도 장소불문, 시간불문, 체면불구...
내 귤 홍보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하였다.
그렇게 여기까지 달려왔다.
모두들, 내가 쓰러지기라도 할까봐 (^^)
내가 포기라도 할까봐서...ㅎㅎㅎ...
내 등을 떠 받치고,밀고, 끌고, 기를 불어 넣어주고...
나는 귤을 팔았는데도 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무한대의 사랑을 보내 주셨다.
나의 2008년 귤 수확 축제는 그 어느해보다도 성황리에 단시간에 매진.
이제 시작이어야 할 시점에 이미 마감이 되어 버렸다.
귤이 없어서 보내 드릴수가 없어서 간청을 하시는데도
보내 드릴수가 없어서 거절해야하는 마음...너무나 죄송했다.
기뻐해야 할 상황이겠지만...얼마나 미안하고 죄송한지...
남편이 제주도로 발령을 받아 오면서부터 남편의 명퇴를 예감했었기에
향후의 준비에대해 고심을 많이 하였었다.
세아이 무사히(^^) 대학까지는 졸업시켜야 할텐데...
고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명퇴를 했으니(늦게 결혼하여)
칼날 위를 걷는것 같은 시대상황을 만나서 초긴장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현실을 직시하면 어깨가 한없이 무거워지지만
내 나이...이젠 삶에 웬만한 내공이 쌓여 있어야 할 나이 아닌가.
그럼에도...바람앞에 등불처럼 흔들리는 나약함이 함께 할 줄이야...
내 마음이 너의 마음이었던가.
모두들...내가 가는 길을 지켜보며 응원을 해 주었다.
전직 신라호텔 한식 요리사로서 사회생활을 마감하였던 내 이력서.
큰 아이에게 문제가 생겨 부득이 직장 생활을 떠나면서도
먹거리에대한 내 관심은 지속되었었는데
처음에는 궁중요리, 호텔요리등등 고품격(^^) 화려하고 부가가치 높은 음식을 지향했으나
나이가 들면서 건강하고 소박한 먹거리에 관심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겉이 화려한 것보다 내용이 알차고 충실한 것에 더욱 관심이 가면서
먹거리나 생활에서도 나는 내용의 충실함,땀의 가치, 건강한 몸과 마음등
삶에서 심도있게 추구해야할 가치를 지향하다보니
건강한 먹거리가 기본이라는 것을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핑계를 대며 이루지 못했던 것을
내 나이에 누굴 핑계대며 누구탓이라고 하겠는가?
<우물 쭈물 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지>이런 비명을 남기지 않으려면...
그래서 겁없이 농부가 되었는데...
진짜 농부가 보시기엔 아이들 장난거리 정도로 작은 밭을 가지고
나는 많이도 헉헉대고, 낑낑 거리고, 엄살을 밖으로 마구 쏟아 내면서 걸어왔다.
그렇게 단련 되면서...이젠 제법 여유를 부리는 4학년 농부가 되었는데
그동안의 내 발걸음은 이 블로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왔었기에
나를 아는, 나와 함께한 오랜 내 친구들의 우정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했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을 통칭 친구라 부르며)
이제 슬슬 외로움이 밀려오기 시작하는 섬생활에
내가 지어놓은 농사를 보러 오라고 손짓하니
그 수많은 바쁜 일상을 접고 달려와주신 의리의 화신 섬님,
미모에, 재능에, 배경에, 의리까지 겸비한 부러움의 대상인 섬님이
선뜻 내 마음을 읽으시고 제주도까지 달려와 주신 감사함.
가족들까지 모두 보고나니...순수하고 따뜻하고 배려할줄 아는 가족들이라 더욱 감동을 하였다.
섬님 너무 너무 감사해요.가족들까지 모두 뵙게 되어
영광이었고 감사했고, 행복했습니다.
섬님 가족이 다녀간 오후에 어떤 분이 전화로 농장을 오고싶다 연락을 하셨는데
처음에는 누구신지를 몰라서 모르는 분은 사실 아무나(^^)
받아 드리기가 저어되었지만 여행을 오신 길에 들리시겠다셔서
오시라 하였는데 나중에 통성명을 하는 과정에서 초록장미님 오빠라셔서 너무 반가왔다.
여행 오시기 전에 미리 연락 주셨으면 간단한 식사라도 준비 했을걸.
초록장미님은 못 뵈었지만 친정엄마와 오빠네 가족들...모두 반가왔습니다.
작년에 판매를 하면서 느낀것인데 아무래도 회원제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어(올해도 그런 생각이 듦)
회원제로 가겠다고 공시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여러모로 문제점이 있어서 봄에 공시만 했다가 지켜 보았는데
그때 왕언니 선배님 나무와 향기언니 나무를 시범으로
두 그루 정해서 이름을 걸어 두었는데
향기언니는 작년에 일행 9명이 함께 와서 도와 주었는데
올해도 오시기로 했는데 사정이 생겨서 오시기 바로전에 취소가 되셨다.
왕언니님 나무는 봄에 꽃필때부터 이름을 걸고서 여름 가을까지 빛바랜 이름표를 달고서
나무이름 주인(^^)이 나타나시기를 기다려서인지 정말 왕언니 가족이
온가족이 다 함께 제주도로 오셨다.
귤따기 체험이 가장 큰 목적(^^)이었으므로 오시자마시자 나와 일정을 맞추었는데
나는 사실 귤 따러 와 주세요~하는 것은 명분이고
보고싶은 분들을 뵙고싶은게 주목적(^^)이라서 먼저 여행을 하시고 마지막날에 들리시어
잠깐 귤따기 체험만 하시라고 권유했는데 귤따기할 마지막 날...
어휴...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그리고 밀린 택배가 있어서 오전에 부리나케 상자포장하여 내 보내고
간단하게라도 바베큐 흉내라도 내 보아야 나중에 덜 후회할것 같아서
간단하게 주섬주섬 챙겨갔다.
그런데 왕언니 선배님이 도착하는 시간이 되자 비가 슬며시 물러났다.
처음에는 별별 궁리를 하며 시설이야 제대로 장만치 못했지만
임시로 근사하게(^^) 연출해보려고 온갖 궁리를 했었지만
막상 그날이 되자 일에 밀려서 손님맞이가 대충으로 되어 버렸다.
항상 머릿속으로는 만리장성을 쌓지만 현실에서는 용두사미가 되는...
그래도 남편도 호텔요리사였던지라(^^) 바베큐연출이 그런대로...ㅎㅎ...
(우리 부부는 신라호텔 요리사부부로 연을 맺었습니다.)
허접한 창고에 부랴부랴 장만한 창고식당에서 왕언니 선배님 가족과 섬님 가족들이
조금도 꺼려하는 기색없이, 남김없이 잘 드셔 주시니
부족하고 엉성함에 미안한 맘 떨칠수가 없었는데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가득 채워 주었다.
섬님 가족도 그렇게 소탈할수가 없었고 왕언니 가족도 아기들까지도
맛있다며 잘 드셔 주시니...너무나 감사했다.
처음에는 쉴공간을 하나 제대로 만들어볼까 궁리를 여러모로 하다가
향후 미래설계가 불분명하여서 더이상 손대지 말기로하여서
쉴공간도 변변치 못했으나 조금은 실망하셨을지 몰라도 전혀 내색없이
행복한 한 마음이 되어 주셔서 이 감사한 마음 오래 오래 잊지 않겠습니다.
베푼다는것은 말이 쉬운것이지 작은것 하나라도 선뜻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하기가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있다.
남을 행복하게하는 작은 배려들.
너의 마음이 그렇게 진실하니 나의 마음도 그러하고.
사랑은 더 큰 사랑을 낳는 것을 나는 귤 농부로 거듭 나면서 깨달았다.
오실수 있는 분들은 그렇게 내 손짓을 뿌리치지 못하시고
귤값의 수십배의 경비를 지불하고 날아 오셨는데
(섬님은 다음날이 고3 딸 기말고사인데도 약속을 지키려 달려 오셨다)
오시지못해 안타까운 마음들은 모두 내 귤 홍보대사가 되어
물심양면 나를 도와 주셔서 수확하고 한달도 안되어 귤이 동이 나버렸다.
그리고 비오는 날 손녀딸과 함께 오신 daisy42선생님,
일행이 많지않아 비도 오고 상 차리기가 난감해서 식당에서라도 한끼 대접해드리려 했는데
미처 대접을 못해 드린 점, 지내놓고나니 얼마나 죄송하고 후회스러운지...
아쉽고 미안한 마음도 가득하고 뵙고나니 충만한 마음도 가득하여
십년지기가 된것 같아 금새 또 보고 싶어지는...
나의 귤은 그냥 귤이 아니고 사랑이라고 혼자서 취해본다.
작은 귤 하나를 드리고(공짜로 드린것도 아닌데) 그 몇배를 나는 늘 받았다.
일일이 열거할수 없는 사랑을 되돌려 받았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이런 계산법에 감탄하여 수확량이 모자라서
시중 귤값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시중 최저가(무농약)로 가격을 정할 수가 있었다.
수백만원을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마음을 비울수 있었던 것은
돈으로 계산 할수 있겠어요, 우리 사랑의 가치를.
혹자는 무슨 비결이냐고 물으실라나.ㅎㅎ...
그것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예요.라고 말하고 싶다.
나를 전적으로 믿어 주었기에 나도 그대에게 최선을 다하여 드리고 싶었다고.
여기에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내게 주신 사랑을 가득히 안고
나는 또 다시 내년을 기약하며 힘을 낼수가 있을것 같다.
주신 사랑, 성원 너무 너무 감사했습니다.
2008.12.20 英蘭
다시 우직한 농부로 돌아 가려면 한동안 들뜬(수확기간에) 마음을
다시 차분히 가라앉혀야 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면 늘 자신을 담금질해야만 합니다.
모든 농부가 그렇겠지만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 하려면
자신만의 고집이 필요합니다.
세상의 저울질에 일희일비하면 초심이 변질되기 쉽습니다.
아직 마무리가 좀 남았지만...
여기서 2008년 귤 축제 마감 합니다.
올해는 효소용 귤도 많지않아서 작년처럼 많은 분들께 드리기가 어려울것 같아요.
꼭 필요하신 분들 연락 주시기 바라고 개별 연락 드리겠습니다.
2009년은 전환기 유기농 들어 갑니다.
더욱 나무를 성심껏 보살펴야하는 시기입니다.
감사한 마음 안고...고비고비 힘든 순간 이겨 내고
2009년도에도 건강하고 맛있는 귤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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