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지어 본 적도, 장사를 해 본적도 없는 내가
식물 가꾸기를 좋아하여 도시생활에서도 살림살이의 1/3 이
화분으로 갈증을 달래다가 이곳 서귀포에 오니
전원적인 아름다운 도시와 따뜻한 겨울이 너무 좋아서
(그 중에도 겨울에 지천에 피어있는 야생화에 반하여)
귤농장을 덜컥 구입해 놓고보니...내 앞에 닥친 일...
험난한(^^) 농사군의 길로 접어 들어 어언 4학년.
서울살이에서부터 나를 지켜 봐 온 지인들은 그동안의 나의 고군분투(^^)를
다 아시고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 주셨다. 그에 힘 입어 예까지
씩씩하게(^^) 달려 와 보니 이제 좀 여유를 차리는 듯 하다.
사실 내 안에는 내재된 일등주의가 도사리고 있어서
농사에 문외한이면서도 남들이 했다면 나도 할수있어~하며
맹목적으로 도전하였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하려고 밤낮으로 고민하고
내 몸을 혹사하며 달려왔던 것 같다.
장사를 해 본적이 없어서 누구보다도 고심하며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고자 했지만
막상 내 농산물 사주세요~하고 광고(^^)를 할때는 마음이 위축되고 미안해진다.
마음같아서야 선물로 다주면 제일 마음이 편하겠는데
지인들에게 값을 받고 파는 일을 하려니
죄송한 맘이 먼저 앞서서 주저되는게 사실이다.
친환경 농산물은 내가 먹거리분야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서
오래전부터 생각을 하였던 분야이고(전공이기도하고)
도시에 살때는 어디서 믿을수있는 농산물을 구입할수 있는가가
최대 고민이기도 하였는데 내가 생산자가 되어서
드디어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해 놓고나서도
내 농산물을 판매를 해야하는데 그냥 주면 한없이 기쁘겠는데
생계를 꾸려가야만 하는 현실이 있다보니 판매를 아니할수는 없는고로
판매를 앞두고서는 묵직한 고민이 다가온다.
첫해에는...절 봐서...부족하더라도...
이런식의 마음을 헤아려 주셨다고 여겼고
그후에도...늘 그런 마음에...초보농부가 정직한 농산물을 생산해 놓음에
믿음을 주셨지만 내 맘에 흡족치 못하면 내내 목이 뻐근했었다.
내안의 일등주의가 <최상의 제품>을 지향했기때문에
늘...고민이 따라 다녔다.
작년에는 9월 10월 비가 많이 와서 내내 마음 졸였다.
수확때까지 끝내 흡족치 못한 맛이라서 좌불안석...
맛이 부족해도 건강한 농산물이니 용서해주세요~~~이런 맘으로 내보냈다.
그래도...믿음으로 판매를 매진하게 해준 고마운 님들께 난 무엇으로 보답하나~~~
늘 이런 고민을 했었다.몇년 농사 지어보니 주변에서도
친환경을 한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정말 정도를 가기가 쉽지는 않구나하는 것을
간간히 느끼기에 무늬만 친환경농산물도 이해가 안가는 바는 아니나
생산현장에서 바라보는 천태만상 친환경 농산물에 우려가 될때도 있다.
작년에 어떤 분(모르는 분)이 주문을 내셔서 귤을 보내 드렸는데
이런 댓글이 올라왔다.그분이 아는 무농약 귤은 내것처럼 깨끗하지도 않고
반짝거리지도 않고 겉이 보기에도 너무 심하다 할정도였는데
내 귤은 너무 이쁘고 깨끗하여 무농약귤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드시지도 않고 주변에 다 나누어 주었다고 글을 쓰신 분이 계셨다.
하~~~입이 딱 벌어졌다. 이걸 어찌 설명하나.
난 분명 무농약인증을 받았고 제대로 절차를 밟아서 차근차근 가고 있는데
이런 멘트라니...황당하기도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사실 기분이 나쁘기도 하였다.
내 귀한 (^^)귤을 무농약이 아니라며 먹지도 않고 주변에 나누어 주어 버렸다니...
그 분도 참...싶었다.그 분이 아시는 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생산지인 이곳에서 보면 천태만상이다.그 분이 먹었던 귤도 분명 무농약은 맞는것 같다.
다만 관리를 전혀하지 않는 방치된 귤나무에서 생산한 귤.
이곳 제주도 땅 절반이상이 외지인의 땅이라고...
외지인들이 투자용도로 사둔 과수원이 많은데 직접 관리를 하지 못하니
남에게 병작을 주든가 본인이 하더라도 나무는 관심이 없으니
나무가 죽을때까지 열매만 서너해 수확하면 그런 귤이 나온다.
겉이 말할수없이 흉한 모습이지만 맛은 좋은...
그런데 그런 귤이 과연 진정한 친환경 귤이랄수 있을까.
나무가 죽어 가면서 마지막 혼신을 다해 열매를 맺을때 귤이 최고로 맛있어 지는데
나무가 죽어가면서 내 뿜는 건강치 못한 기운이 과연 내 몸에 득이 될까? 싶다.
며칠전에 그런 과수원에를 가게 되었다.
지인이 몇사람과 함께 사 둔 과수원인데 직접 경작을 못하여
다른분이 경작을 하는데 친환경 귤이라면서 나무가 다 죽어간다고 하소연을 하여서
가보게 되었는데 3년째라는데 정말 나무들이 다 죽어가고 있었다.
친환경 인증까지 받아서 학교급식까지 들어간다는데 경작하시는분이
육지에서 와서 일년에 세번만 소독하고 수확한다는데 나무가 다 죽어간다고
공동소유자인 분이 너무나 속상해 하셨다.이일을 어쩌면 좋으냐고...
헛~ 참...나도 헛웃음만 나왔다. 저 나무들 어이할꼬.
친환경이라며 비싸게 팔아먹고 싶은 맘에 이렇게 나무 생각은 않고
제 욕심만 차리는 사람들이라니...
나무가 죽어가면서 비명소리를 마구 지르는것 같다.
이렇게 잘못된 친환경 농산물이 외려 진짜 고민하며 연구하며 가는 진짜를
비웃으며 활개를 치는게 현실이다.
내가 봐도 내년에는 이상태로 가면 나무가 다 죽을것 같았다. 말기암 2기정도.
주변에 이런식으로 친환경농업을 하니
사람들 인식이 친환경 하면 나무를 다 죽인다고 섣불리 못 덤비는것 같다.
친환경을 하려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만 한다.
소득에 연연치 말고 일단 나무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한 후에야 친환경에 도전해야만
나무 스스로가 자생력을 갖추게 되는데 사람들이 먼저 소득에 급급하여
나무가 자생력을 갖추게 되기를 기다리지 못한다.
그리고...이런식으로 무늬만 친환경 농업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관행 농산물과 섞기도 하고,관행농법을 쓰면서 친환경이라 살짝 가리기도하고...
나는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흑점병(죽은깨같은 점)을 완벽하게
방제를 못하였는데 친환경농산물 박람회에 가보니 어떤 분은 아주 깨끗한 것도 있어서 놀라웠다.
그분은 경지에 달하신거다. 나도 작년보다는 나아졌지만
친환경 약제로는 한계가 있다.
사람들은 친환경 농산물이 관행농산물처럼 겉도 이쁘고
속도 최상으로 맛있기를 바라지만...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제대로 친환경 농사를 하시는 분들은 다 아신다.
어려운 길을 가면서도 현실적인 지원없이
(친환경 농산물은 자기 스스로 다 알아서 판매해야만 한다)
고독한 길을 가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들이 겨우 1%에서 늘어나지도 않는데
갑자기 웰빙 바람이 불어 여기저기 친환경 매장은 늘어만 가는것을
생산자가 보기에는 또 어떤 편법이 난무할까하는 우려가 앞선다.
가짜가 진짜보다 더 활개를 치는 것을...넋을 잃고 바라보아야 하는 현실을.
2008.10.30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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