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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회원님 나무 (초대합니다)

by 농부김영란 2008. 10. 11.

 

 

 

봄 여름 비지땀 흘리며, 새까맣게 그을리며 애쓴 결실을 

이제 흐뭇하게 바라보는 가을이 되었습니다.

농부에겐 온갖 시름 다 잊는 순간이 온거지요.

귤이 노르스름하게 익어가고 있고

하루 햇볕이 다릅니다.

맛도 먹을만하여 일하다가 하나씩 따먹으며

한달 보름후에는 정말 맛있는 귤이 될거란 예감을 해 봅니다.

올해는 태풍도 없이, 장마도 길지않고 일조량이 좋아서

그 어느해보다도 맛 있을거란 예감이 듭니다만

수확때까지는 아직도 복병들이 숨어 있어서

섣불리 호들갑을 떨기가 저어 됩니다만

지금으로서는 흐뭇한 풍경입니다.

 

 

 

그동안 저를 믿고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 주셔서

제가 회원님 나무를 정한다고 약속했었습니다.

물론 믿을수없는 먹거리 홍수 속에서

제 마음과 저를 믿어주고 밀어주는 님들을 믿고

꿋꿋하게 무농약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가 되어

건강한 먹거리를 보내 드린다는 자부심으로 보답은 하였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받은 사랑을 더 많이 표현해 보고 싶어서 회원님 나무를 정하여

직접 오셔서 결실을 수확해 보시는 기쁨도 함께 누려 보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약속을 드린 것인데 그동안 어찌될지 몰라서 이름표를 매달지 못하였는데

이제 태풍도 끝난것 같아서 이름표를 매달까 합니다.

그런데 회원님 나무 신청하신 분들과 제가 보답차원에서 드리려는 분들과 합하니

수십그루가 되어서 나무마다 수확량이 달라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회원님께  할인 혜택을 드리고

일단 직접 오셔서 따가실수 있는 여건이 되시는 분들께 나무 이름을 정할까 합니다.

멀리서 오시지는 못하시는 분들은 제가 수확하여 보내 드립니다.

그리고 오실수 있는 여건이 되시는 분들은 직접 오셔서 이름표를 달아 놓을테니

농부의 일상을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농부의 일상 중 수확하는 날이 최고로 행복한 날이니 작은 노동쯤은

행복한 추억이 될거라 확신하기에 이런 행사를 기획해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초대한다고는 하지만 저는 고민이 많습니다.

단지 귤밭일 뿐인데...오직 귤 하나 농사 지어 놨을뿐인데

오시라 손짓하는 제가(그립고 감사한 마음에서 그러하지만) 몹시 미안해집니다.

제주도 한번 오기가 경비가 만만치가 않은데다가

제가 농장안에서 기거하지 않고 아이들 학교때문에 시내에 살기에

쉴공간 하나 변변치도 못한데다가 숙식제공을 해드린다는 약속을 못하기때문입니다.

살면서 시간과 경비상 호사를 부릴수 있는 여유 차리기가 쉽지가 않음을 알기에

오시라 손짓하기가 몹시 미안해 집니다.

 

단지...흔치않는 경험이므로...

제주도 여행을 겸해서 오신다면 제가  귤따는 날은 농부의 노동과,

농부의 밥상과, 수확하는 즐거움과, 건강한 먹거리를 체험하는 기회를 드리려고 합니다.

과실나무의 수확은 초보에게 맡기지 않는게 불문률입니다.

나무를 다치게 할 우려가 많아서지요.

하지만 전 제가 농사를 지으면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나무를 바라볼때 행복했던 순간도 많았기에

그런 기쁨을 나누어 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건강한 먹거리를 내 손으로 수확해 보는 즐거움과

그리고...늘 반복되는 일상과는 다른 체험으로 행복해지셨으면 해서요.

여행 일정을 잡으셔서 귤 따는 체험도 하시고...

가을날의 제주도 여행 또한 다른 고장에서 맛보지 못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농장 처음 구입했을 때는 꿈이 많았습니다.

농장주변을 꽃밭처럼 만들어야지...그런 생각이 있었는데

귤나무 돌보다가보니 항상 일에 치여서 이제 그런 꿈은 접었습니다.

대신 그 어느 꽃나무 보다도 황금빛 귤이 주렁주렁 달렸을때 그 아름다움은

견줄수가 없었기에 귤나무만 건강하게 잘 돌보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귤따기 체험 축제를 한다고는 해놓고 보니

초라한 구석구석을 손 보아야하나 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간은 누구에게 보여주기위한 귤밭이 아니었으므로 귤나무 건강하게 만드는데

만전을 기하여 나무는 아주 건강하게 되었는데

돈을 들여서 휴식공간을 만들어야하나하는 고민을 많이 하다가

나라경제도 어지러울뿐만 아니라 저의 가정경제도 위기상황(^^)이므로

그냥 있는 그대로에서 깨끗이 청소만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주변 어수선한 것을 정리하느라 태울것은 태우고 있는데

친하게 지내는 이웃j엄마가 근처에 귤밭이 있어서 지나가다가

내가 나무를 태우는 것을 보고 삼겹살구이하면 맛나겠다고 하는 말에

그럼 그래보지 뭐...즉석에서 막걸리 받아 오고...^^...삼겹살 구어서 띵까띵까~~~

둘이서 막거리 두 병을 먹고 아리까리...하여서 그날 일은 접었습니다.^^

삼겹살 두툼하게 썬것을 처음에 센불에 겉을 익혀서 연기로 훈제 시키고

그다음에 안까지 서서히 익히니 기름은 빠지고 육즙은 갇히고, 훈제까지 하여서

처음 먹을때 그 느낌...우와...너무 너무 맛있다며 어느새 막걸리 두병을 비운겁니다.ㅎㅎ...

(막걸리 두병 적은게 아닌데...)

히야~~~끝내준다.여기다가 바베큐 음식점 차릴까? 둘이 낄낄 깔깔대며

각자의 근심 걱정 다 날리고 희희낙락 하였습니다.

 

 

 

 

삶이 얼마나 치열한 전쟁같은 것이라는 것,

저도 몸소 체험하여서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나라 어수선하기가 말할수 없는 이때 이렇게 신선놀음하는가 싶으시겠지만...

일년내내 정말 주저앉고 싶을때도 많았지요.

땀 흘린 후에 오는 결실의 기쁨을...함께 누렸으면 합니다.

지나는 길에 오실수 있는 분도, 일부러 절 만나러 오실 분들도, 환영합니다.

가슴에 바람이 많은 여자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무명의 이름의 여자가

그래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의 양심을 절대 속일수 없다고 믿으며

지은 농산물을 자랑하고 싶어하며 손짓합니다.

그대를 떠 올리며 투지를 불 태웠노라고...

쉽지않은 외로운 길을 묵묵히 걸어낼 수 있었노라고...

 

귤따기 체험일자는

11월 마지막 일요일(2008년 11월 30일)로 잡았습니다.

오실수 있는 분은 개별적으로 연락 주십시요.

(비밀댓글이나 메일, 전화등등)

귤나무에 이름표를 달아 놓겠습니다.

복장은 편한 복장과 운동화가 좋겠습니다.

가능하면 하루종일 농부의 체험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제 일손도 돕거니와 일하다가 먹는 새참,꿀맛점심,

자연속에서 마시는 차한잔, 새소리,바람소리, 풀벌레 소리 ...

겨울에도 피어나는 앙증맞은 풀꽃들, 돌담,오름,쪽빛바다,

한라산...

내 자신 자연의 일부가 되어 경건하게 체험농부의 삶을

경험해 보시면 일상으로 되돌아가서도

그 여운이 향기로우리라 생각합니다.

땀 흘린 댓가만 바라면 삶이 그다지

위태로울게 없다 생각 합니다.

자연 속에서 나와, 삶을 한번 더 진지하게

바라보는 기회도 될것입니다.

 

 

 

2008.10.11.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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