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이상한 징크스가 따라 다니는 것을 감지했다.
일 복이 늘 내 앞에 먼저와서 기다리는 것.
안 좋은 말 하기가 바쁘게 오십보도 못가서 내게도 현실로 재현되는 것.
이웃집 과체중 비만아이를 보고 그 아이 식성이 주로 육식인것을 보고
(고기를 보고 허겁지겁 먹는것을 보고서...)
그 엄마가 채식위주의 식탁으로 바꾸어 주든지하지...하고 속으로 혀를 차서 얼마 안되어
우리 둘째가 식탐이 점점 커져만 가더니
나중에는 감당이 안될정도로 아이 체중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아이구...입방정이야...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할게 아니야.
그게 바로 내 일이 될수도 있는 것을.
귤밭 사던 해에는 주변 돌담을 보고 운치있다고 좋아라 하다가
돌밑에서 아기뱀이 잠자고 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하여
심지어 꿈에까지 뱀이 우글거리는 꿈을 꾸고는
귤밭에 가면 까치발로 다니면서 주변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아래를 살피며 다니니 간간히 뱀을 볼수가 있었는데
내가 놀라 기절할뻔 한것처럼 뱀도 나에게 덤빌 생각보다는 피해간다는 것을 깨닫고는
"지가 살라면 날 피해 가겠지...하고 담대한 맘을 먹기로 한후부터는
뱀이 별로 눈에 띄지가 않았다.
실은 뱀에게 관심이 줄어들고부터 뱀이 내 눈에 띄지를 않게 되었다.
별 신경을 안 쓴탓이라고는 여겼지만
올해는 뱀을 한번도 못 보았노라며 뱀들이 다 이사를 갔을까? 설마?
먹을거리가 지천인데 이살 갔을라구...
그래서 이웃귤밭 J엄마에게 나 올해 한번도 뱀을 못 봤어~~~
뱀이 나 무서워(^^) 다 이살 갔나봐...칼로휘둘러...하는것을 보고서...
그런 말을 한 다음날...소독을 하려고 물을 받고서
작은 물통에 부추꽃을 꽂아 둔곳에 천일염을 풀려고 들여다보니
아이구머니나...비얌! 이 유유히 목욕을 하고 계신다.
초록색, 까만색 줄무늬에 배쪽에는 빨간색도 간간히 보이고
손가락만한 굵기에 40cm쯤 되 보이는 비교적 어린 뱀이었지만
간이 철렁~~~하고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물속에서 혀를 날름거리며 나를 쳐다 보는데...
"나 보고 싶었쑤? 나 잘 살고 있다오~~~" 하는것처럼...
뱀이 담긴 바께쓰를 비울 엄두가 나지 않아 그날은 그냥 집으로 와버렸다.
어쩌면 줄행랑?^^
집에 와서 곰곰 생각하니...혹시 뱀이 바께스에 빠져서 못 빠져 나오는것 아닐까?
인도적 차원에서 구출해줘? 말어?
검색해보니 꽃뱀이라하고 유독성이라하니 못나오게
입구를 봉쇄하여 아사시켜야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날 가보니 사라지고 없다.
휴~~~잘 됐어.아사시키는 것도 자신없어.
뱀 인제 안 무섭다며 왜 놀라? 그렇게 뱀은 날 비웃고 유유히 떠났다.
난 비교적 게으른 편이다.
무슨 소리? 하고 의아해 하실분도 계시겠지만 실제로 그렇다.
내 사는 방식이 꼭 소같다.소띠라서인지 소와 닮은 것이 많다.
느릿느릿 되새김길하는 버릇하며...우직한거하며...
순하디 순한 눈망울도 어쩌면 닮았다.(비교적 선해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황소고집 들어 보았는가? 그것도 닮았다.
생각이 많을 때는 몇날 며칠을 뒹굴거리다가(난장판을 해두고서도)
일을 손에 들면 갑자기 태산같은 힘이 솟아서 괴력을 발휘하곤 한다.^^
서울서 온 아줌마가 뭘 모르고 농사에 덤빈게지 끌끌...
많은 이들이 날 반신반의하던 표정이 있었다.
농사 첫해에는 발 동동 구르며...풀밭이 된 밭에 안달복달 했지만
4년차...한꺼번에 미뤄 두었다가...할때는 무식하게 덤빈다~~~
오늘은 들깨밭 갈아엎고 가을 배추 심어야겠다~~~며
며칠의 칩거(^^)를 떨치고 밭으로 향했는데
아직 다 떨치지 못한 게으름 때문인지 일할 의욕이 별로 안생긴다.
내일 하지뭐~~~슬며시 안에서 유혹하기에 그냥 설렁설렁 여름순 전정이나 좀 하자며
가위를 들고 귤밭을 오락가락하고 있는데
눈 앞에 벌 한마리가 공중을 쌩하니 도도하게 유영하며 내 앞에서 날렵함을 과시하기에
따분하던 차에 벌도 친구려니 하고 들여다보며 카메라를 눌러댔다.
위에 한마리 등장한 놈!이다. 그 아래 엄청난 일이 있는 줄도 모르고서
카메라를 요리조리 벌을 잘 찍어 보려고....
아이구 가슴이야...큰일날뻔 했구나...하는 생각과 더불어
카메라를 더욱 가까이 들이대는 이 행동은 대체 뭐란 말인고.
말벌한테 쏘여서 죽었단 소리 못 들어봤네?
쓸데없는데 목숨거는 미련한 인간 같으니라구...
그렇게 도리질 하면서도 이 절호의 기회...하면서...(지금까지 용케 무사히 잘 살아왔제)
그래도 벌들이 집에 다닥다닥 붙어서 안 움직이니 조심스레 찍어보자며
카메라를 더욱 가까이...
겁나서 뒤돌아서서 오다가 다시 미련이 남아 또 한컷!
30cm 앞에서...
쿵닥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집에와서 검색해보니
벌과 벌집 약에 쓰인다 하네.
그런데 저걸 어떻게 생포한단 말인고...
근처에는 얼씬도 말다가 추워서 다 겨울잠 자러가면 집을 제거할까.
119 불러서 제거해 달라고 해야하나.
암튼...올해는 자연다큐멘터리 제대로 찍는구먼!
내가 4학년이랍시고 이젠...별로 무서븐거 읍써~~하며 고개 쳐들고 다니니
사방에서 날 지켜 보는 위협적인 존재들이
자신의 건재함을 알려 주는데...
경고를 보낼때 조신하게 살그라~~~하고
2008.9.22 英蘭
주변 사람들이 모두다 119에 도움 요청하라는 말에 전화를 했더니
1분 지체도 없이 달려 오셨다.
말벌 장례식도 순식간에...속전속결...역시 119 아저씨들이시다.
말벌로 태어난 죄 밖에 더 있냐고요?
말벌들이 쓰러져 가면서 날 원망 하는듯 해서 맘이 내내 짠했다.
그러면 우짜겠노. 내가 살아야제.
말벌과 말벌집은 이렇게 오늘...세상을 하직했다.
잠시 묵념~~~
9.24.
웹서핑 하다가 우연히 말벌의 생태를 관찰한 놀라운 장면이 있어서
첨가해 본다.휴...십년 감수 했구나.
저 말벌 엄청난 놈들이었네.
http://blog.daum.net/myfoods/6147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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