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시작이라는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늘에 구멍난듯 폭우가 일주일 내내 쏟아지고나니
장마전에 소독을 끝내고 잠깐의 망중한을 가지려고 하였건만 비가 너무 많이 온다싶어
다시 소독해야만 함을 절실히 느꼈다. 무농약 농산물이라하면
어떤 이들은 소독도 아니하고 비료도 아니주며 거의 방치수준으로 내버려 두었다가
수확하는 줄로 아는 이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무농약 유기 농산물들은 더 세심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멀지않아 나무가 고사해서 죽는 현상이 발생하기에 더욱더 노동량이 많은 것임을
농사에 종사하는 이들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것 같다.
소독도 일반 농약을 치지않고 저독성 친환경 제제를 쓰다보니 더욱더 자주 소독해주어야
그나마 양호한 결실을 얻을 수가 있어서 장마철에는 친환경 농산물이든 아니든
각별히 소독에 만전을 기해야만 한다.
그래서 장마가 잠깐이라도 멈추면 달려가서 소독을 게을리하면
순식간에 상품에서 탈락하는지라 농부들은 하늘을 보며 노심초사하게 된다.
초보농부 4년차...이제 이론을 달달 외우지 않아도 이미 경험에 의한 어느정도의
know how가 생긴지라 마음 달아하지않고 어느정도 여유를 부리며 가게 되었지만
장마철 관리는 내게도 비상시국이라 하루정도 장마가 소강이라는 예보에 소독을 하게 되었다.
소독을 하다보니 열흘전에 소독할때는 보지 못했던 새집을 발견하게 되어
혹시나하고 새집안을 들여다보니 어머나...
그토록 내가 한번쯤 보기를 원했던 산새알이 두알 있었다.
해마다 새집은 두어개 새것을 보았지만 도대체 새들이 언제 살고 나간 것인지 가늠이 안되고
새들이 집을 짓고 부화시키기나 하는지 그 시기가 언제인지
궁금하기만 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싶었다.
평소에는 늘 메고 다니는 가방에 디카를 넣어 가지고 다니는데
오늘따라 소독하는데 웬 디카가 필요하겠나 싶어 집에 두고 왔는데
혼자보기 아까운 이 장면을 놓치고 싶지않아서 소독하다말고
집으로 달려가서 디카를 가지고 와서 얼른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새가 도망가면 어쩌나싶어서 나름대로 조심을 하였는데
제 집 주변을 맴도는 사람 인기척에 집주인 새인지 높은 가지에 올라서
내가 소독하는 내내 야단법석으로 짹짹 거렸다.
비상경계경보발령인것 같았다.(난 그럴 의도가 아니건만)
큰 집에 비해 달랑 두알이라니...하고 의아해 했지만 어쨌튼 새집과 새알을 보고나니
가슴이 두근 거리기까지했다.
비오기전에 일도 빨리 끝내야하고 자꾸 서성거리면 새가 불안해서
집을 포기하고 이사라도 할까봐서 자꾸만 들여다보고싶은 맘을 꾹 눌렀다.
오후에 큰 밭을 소독하고 다 끝내고 수돗가에서 씻고 있는데
새가 나무 꼭대기에서 내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고 있는것 같았다.
짹짹짹...보통 수다쟁이가 아니었는데
같은 어미맘으로 듣자하니 근심어린 경계경보인것 같았다.
"난 너희들이 무사히 잘 새끼 까서 잘 키우기를 바래거든"
멋진 다큐멘터리 하나 찍고 싶지만 그렇게되면 불안한 새가
안절부절할것 같아서 최대한 내 호기심을 자제키로 하였다.
그런 마음과 보고싶다는 호기심과...
결국...23일(하루뒤에) 작은밭 소독을 끝내고 새집 근처를 살금살금 가보니
마침 새가 집에 없기에 얼른 들여다보니 새알이 또하나 있었다. 세 알.
새가 날아 올까봐 부리나케 도망치고는 그새 하나를 낳았나? 닭처럼 하루 한알씩 낳나?
혹시나 미운 뻐꾸기가 자기알을 몰래 낳은 것은 아닐까?
몰래 카메라가 있으면 한번 관찰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기도하고
한동안 근처에는 얼신도 말자는 다짐이 오락가락 하였다.
같은 어미 입장에서 배려해 주어야지 하는 맘.
집에 와서 무용담처럼 남편과 아이들에게 말하니
남편이 왜 자꾸 새 불안하게 들여다 보나 한다.
맞는 말씀...한동안 멀찍이서만 보다가 새가 부화하면 한번만 더 카메라에 담아야지.
요런 생각이 든다.보는 나야 신기하지만
당하는 새 입장에서는 얼마나 노심초사할것인가?
(그래도..다큐멘터리 하나 찍고 싶다,쩝!)
하지만 참자!
마음은 변화하는 과정을 일일이 카메라에 담고 싶지만
새를 위하여 꾹꾹 참고...
부화하고 딱 한번만 더 찍으면 안될까요?여러분!
2008.6.24 英蘭
드디어
7월6일...
직박구리 아기들이 태어났다.
요즘, 지난 봄 전정한 귤 나무 가지들이 장마에 썩어서
병해충이 발생할까봐서 조금씩 태우고 있는 중인데
유난히 새들의 지저귐이 소란하여
아기들이 태어나고 있는구보군.하고 느꼈다.
6월 22일 소독하다가 두알 발견하고
23일 세알 24일 네알...그렇게 본후 보름후이다.
그래서 짐작키를 새들도 닭처럼 하루 한알씩 알을 낳나부다하고 추측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장작구이 통닭같다고도하고
나는 골룸 비스무리...ㅋㅋㅋ...
이쁜 내 새끼들도 태어날땐 외계인 같았기에(^^)
며칠후면 이쁜 아기들이 될것이라 생각.
직박구리 아가들아, 탄생을 축하한다~~~~~
다음날 나머지 한개가 부화했나하고 들여다보니 이런 자세...
혹시들 다 죽은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이틀후에 보니 다들 쌩쌩한것을 보니
경계경보가 떨어졌나부다.어쩜 요런 자세를.^^
이틀전 사진이 모두 기절한듯하여 (아니면 죽음)
가슴이 철렁했었는데
이 장면을 보니 전략적 생존 관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틀 사이에 많이 컸다.
그 사이 지인이 다녀가고 장마 끝나고 소독이 있어서
며칠이 지나서 이젠 제법 컸을게야하고
오늘 들여다보니 어머나...두 마리뿐이다.
10일날 소독하면서 잠깐 봤을때만해도 네마리 그대로였는데...
혹시나 아래로 떨어졌나하고 봐도 흔적이 없고
뱀이 먹어 버렸나...아니면 성장이 빠른 형아들이 먼저 집을 떠났나?
그 사이 무슨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리고 두마리만해도 집이 가득하여 이사를 했나?
별 생각과 걱정이 되어서 되돌아서다말고 다시 들여다 보았다.
아까는 죽은듯이 가만히 있던 두마리가
다시 되돌아 서서 들여다보니 경계심을 풀었는지
밥 달라고 입을 쫘악 벌린다.
아기새 치고는 큰 편이고 심지어 사나울것 같기도 한데...
두 마리는 벌써 성장하여 떠났을까?
궁금하기만 하였는데
일 끝내고 돌아서 오려고 차 시동을 켜고 앞을 바라보니
어미새같은 새가 길에서 꼼짝을 않기에 처음엔 돌인가하였는데
한참이나 지나서야 걸어서 주변을 맴 도는 폼이
아무래도 먹이를 찾는 행동같지는 않아 보였다.
차가 아주 천천히 움직여 새 옆을 왔는데도 멀리 날지를 않고 주변을 서성이는 폼이
아무래도 근처에 아기새들을 교육시키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차를 세우고 주변을 샅샅이 찾아볼까하다가
괜히 새에게 불안감만 줄까하여 그냥 돌아서 오면서
거의 한달에 걸쳐 부화과정을 도둑 고양이처럼 들여다 보는 것을
눈치 채었을텐데도 의연하게(^^) 모른척하고
관찰을 제공해 준 새에게 조금 미안한 맘 있지만
사실 우리밭 같은 천국이 어디 있을라고...
무농약 밭이라 먹이 지천이고...
새들이 가을에 귤이 익으면 맛난것 부터 다 쪼아서
안타깝게 하는 것을 다 알면서도 눈 감아주는 주인을 만났으니...
내가 나타나기만하면 높은 가지에서 내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는 새나, 주인이나
서로 잘 만난 셈이지.덕분에 사전에도 소상히 나오지 않았던 부분까지
세세히 관찰할 수가 있었기에
어수선한 세상사 잠시 잊고 새 일기나 유유자적하게 읊어대는 시간이었다.
나머지 두 마리도 조만간 둥지를 떠나 자립할것만 같아서...
직박구리의 부화일기는 여기서 끝낼까한다.
2008.7.13 英蘭
모두가 떠났을까하고 들여다보니 막내가 혼자 빼꼼히 쳐다본다.
너도 내일쯤이면 날아갈것 같구나,
잘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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