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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초보농부 4학년 봄 일기 <1>

by 농부김영란 2008. 5. 1.

 

 

 

 

며칠후면 귤꽃이 피기 시작할 것이다.

이 나무는 작년에 엄마말에 지나치게 충실하여 아주 푸욱~~

쉬어서 에너지가 하늘을 치솟을 기세다.

작년 꽃눈이 실종이 되어 내가 너무 심하게 전정을 했나하며 어리둥절하였는데

일년동안 폭식을 할만큼 거름도 넉넉히 주었기에

나무가 지나치게 건강해졌어서 너무 비대하여서

본분을 아예 잊어 버리지나 않을가 걱정했는데

이렇게 "짜잔~~~ 엄마, 나 절대로 본분을 잊지 않았어요."하듯 

이렇게 올해 야단법석이 날만큼 꽃을 매달고 있다.

작년에 푹 쉰 아이들 모습은 거의 이렇다.

폭팔을 할 기세다.

올 가을 축제 한마당을 벌일 만반의 준비가 되었다며...

 

한동안 무기력에 해메었는데 이 아이들의 우렁찬 기세를 보니

다시 기운이 돌아왔다.남들 몇시간이면 소독한다는 것을

나는 장장 이틀에 걸쳐 (하루는 9시부터 5시까지,

하루는 10시부터 3시까지) 소독을 꼼꼼히 하고

녹초가 되었지만 올 가을 이 아이들이 벌릴 화려한 축제에

벌써부터 내 맘이 들뜨려한다.

"얘들아!, 가지 찢어지면 안된다아~~~"

하며 몸에 부대끼지 않을 만큼만 매달고 다 떨구라고 속삭인다.

 

 

 

 

 

                                 반면에 작년에 많이 달린 나무들은 영락없이 지쳐있다.

꽃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이것을 해걸이라고 하는데

진짜 베테랑은 나무를 해걸이 시키지 않고 언제나 일정하게

수확할수 있도록 조절한다는데 나름대로 관찰한 결과

해걸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해 애 쓰고 한해는 푹 쉬어서 충분히 에너지를 충전시켰다가

이듬해에 다시 기운내어 열매를 많이 맺는것도 어쩌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무마다 돌아가면서 쉬니 수확량이 아주 크게 차이는 나지 않을것도 같고...

작년에는 귤값이 폭락한것이 지나치게 많이 생산 된것과

일조량의 부족으로 당도가 떨어진것과 다른 과일의 풍년이 원인이었다하는데

일단 올해는 주위의 말로는 꽃이 별로 없다하니

나는 작년보다 꽃이 많으니 다행일것 같다.^^

미리부터 김치국 마시려 한다.

"올 가을에는 돼지 한마리 잡아야쥐~~~"^^

 

 

 

 

 

                                    올봄엔 엔진이 심하게 달렸다.보랫고개, 갱년기...

중얼거리면서...봄내 무기력에 시달렸다.

꿈과 열정! 이 어디로 갔는지 흐물흐물...

초보농부 4학년...긴장이 풀린것일까?

해걸이하는 나무들처럼 나도...푹 쉬어야 힘이 다시 생길텐데...하면서...

일년만...아무것도 하지않고, 그냥...푹 쉬고만 싶다~~~

그런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사춘기 딸이 자기 감정을 조절못해 그 에너지를 마구 내게로 발산하는것도 벅차고,

500여그루 내 귤나무들도 일일이 잘 돌봐야 하는데 그것도 벅차고,

세끼 밥 꼬박 꼬박 해대는 것도 벅차고,

심지어 내 먹는것도 귀찮다!

그러니...어디 기운나게 할 맛있는 집 없을까? 그것만 궁리하고

눈이 번쩍 뜨이게 맛나게 하는 집이 없으니 맛난 음식 즐비한

서울로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나...절대 수퍼우먼 아니거든!(요즘은 슬퍼우먼이지)

저녁에 퇴근한 남편, 맛있는 밥상 기대했다가

초라하고 엉성한 밥상에 실망하는 눈치에...미리부터 설레발 친다.

그렇게...두어달....하얗게...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흘러 보내었다.

간간히 조금 힘이나면...도저히 미루어서는 안되는 일만 하고서...

(그사이 전정,거름주기, 소독등은 짬짬이 해 놓았다)

 

 에너지 넘치는 남편 덕 좀 보려고 벼르는데

주말마다 비가와서 텃밭도 제대로 일구지 못했는데

지난주에야 남편에게...이 밭은 당신이 책임지고 가꾸도록 해요~~~하고

은근슬쩍 짐 하나 떠 넘기고(그동안 내가 기를 쓰고 일군 텃밭)

올해는 난 귤밭만 돌볼테니 텃밭은 당신 몫이요~~~

초보농부 4학년...꾀만 늘려고 한다.^^

이제 일 무서운거 알았거든...^^

 

 

 

 

천년만년 살것처럼...

늘 그렇게...기를 쓰고 달렸었지.

왜?

 

그래도 나 초보농부 4학년...

스스로...잘 해냈어!하고 자화자찬 하였다.

귀농한 남자 농부는 더러 있어도, 그리고 귀농한 부부는 있어도

나처럼 여자가 귀농을 원하여서 황소처럼 투신한 여자는 많지 않더라...하면서.

아주 큰 평수는 아니어도...늘 내겐 벅찬 노동량이었어.

그래도 무농약까지 인증받았으니

잘 했어, 잘 해냈어.하고 지쳐있는 내게 속삭였다.

그동안도 누구의 도움도 받지않고, 전정에서부터, 소독,거름주기 등등

혼자서 다해내었으니...잘했고말고!

이렇게라도 자화자찬해야만 기운이 날것 같아서...

 

내가 다시 기운을 차릴때까지...

말없이 기다려주는 내 지인들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지.

지난 겨울, 지지난해...초보농부인 나를 믿고서 보내준

그 뜨거운 성원을 잊지  말아야지.

그들에게 했던 약속을 잊진 않았겠지?

그렇게 안으로만 잦아들려는 내게 속삭이며 귤밭에를 가니

내가 그토록 열심히 돌봤던 귤나무들이 내게 환호를 하고 있었다.

"엄마, 기운 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꽃을 만발할 준비를 하고서  귤나무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소독할때는 힘은 들어도 귤나무를 일일이 관찰할수 있어서

내가 남들보다 몇배나 시간이 더 걸리는데

그렇게 나무 하나하나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만 하다.

틀이 잘 잡힌 든든한 나무를 보노라면...믿음직 스럽다.

"그래, 이 맛이야. 이렇게 키우는 이 맛이야."

 

초보농부 4학년, 이제는 들뜬 설레임은 없어도

안으로 곰삭아지는 든든한 정이 깊어지는 것.

이렇게...내 봄날 나이테가 단단해져 가고 있다.

 

2008.5.1 英蘭

 

며칠후부터 귤꽃이 피기 시작하면 귤 나무에 회원님 이름을 걸 예정입니다.

귤꽃이 많이 핀 나무로 골라서...

다음주에 이사를 할 예정이어서 이사하고

귤 나무에 회원님 이름 매달고 그리고 반디농장 홈피에

회원님 나무 사진을 올리겠습니다.

이제 좀 힘이 다시 생기고 있습니다.

기운내어서...올 가을...화려한 축제를 준비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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