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투명하고 선명하게 사진이 나오는 지인의 DSLR 카메라에 가슴 두근 거리며
나도 근사한 카메라 하나 갖고싶다며 며칠동안 궁리를 하다가
카메라 하나 산다고 내가 파산 하랴...이런 배짱을 부려볼까도 생각 했지만
원하는 것을 갖기위해 기다리고, 준비하고, 인내하고
그런 과정이 동반되어야만 더 값지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누누히 강조해 놓고 에미가 그렇게 지름신에게 쉽게 항복해서야...싶어
좀 더 참고 좀더 가격이 내려 가기를 기다려야겠다로(지금도 많이 내려갔다고하나)
마음 바꾸고 햇살이 너무 좋길래 지금까지 사용하던 자동디카로 다시 한번 찍어 보았다.
아직은 참을만한걸...수십장 중에서 그런대로 나온 사진 몇장을 걸러내고
봄내 회원님 나무를 정하려고 귤밭에 올때마다 한바퀴씩 돌면서 나무를 눈여겨 보다가
꽃이 피면으로 정했다가 꽃이 피고 관찰해보니 뭔가 미흡한 것을 느꼈다.
꽃이 다 열매가 되는 것도 아니고,
작년에는 9월에 태풍이 불어서 쑥대밭이 되는 경험도 했고
이런 저런 시련을 다 지난 10월에 회원님 나무를 정하는게 가장 적당할거라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것이었다.
일찍부터 회원님 나무를 정하여 내 나무가 변해가는 과정을
느끼게 해드려야지 하는 마음과, 여름장마와 태풍을 맞아 또 어떤
시련을 이겨내야할지 모르기에 이름 정한 나무가 부러지고 찢어지고
열매가 엉망이 되고 그런 과정을 겪으면 어떻하나하는 우려가 되어
심사숙고 몇날을 고민하다가 회원님 이름표를 10월에
나무를 봐가며 정하기로 하였다.
이름표를 팻말을 할까, 리본을 할까, 코팅을 한 명찰을 할까...등등의 고민에서부터
노랑색을 할까 분홍색을 할까 연두색을 할까...
이름이 지워지지나 않을까 그 작은 결정 하나 내리는데도 소소한 고민이 줄을 이었다.
이름표를 매 달 나무는 대략 50여 그루...회원님을 모신다고 공고하여 신청하신 분들과
그동안 물심양면 내 일처럼 도와주신 고마운 분들 합하여 이름표는 50여개 만들고
나무는 100여 그루를 정하리라고 마음은 먹었는데
꽃만 보고 봄에 이름을 정하기보다는 가을에 온갖 시련 다 이겨내고
결실을 눈 앞에 두고 정해야 확실할것만 같아서 회원님 이름표만 만들어 두고
10월중에 이름표는 걸기로 다시 마음을 정했다.
전체적인 여론으로는 작년에는 수확량이 너무 많아 귤값이 안 좋았는데
올해는 꽃이 별로 없어서 흉년을 예상하여 귤값이 좋을거라는 예측을 하고 있는데
우리 귤밭은 작년보다는 전체적인 꽃이 더 많은것 같다.
작년에 너무 심하게 해걸이를 하여 꽃이 몇개밖에 피지 않았던 나무들은
꽃이 난리나게 핀 것들도 있고, 작년에 열매가 많았던 나무들은
영락없이 해걸이를 하여 꽃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니
같은 밭 안에서 똑같은 처방으로 길러도 천차만별인 것을 느낀다.
위 두 그루는 실험으로 이름표를 붙여 본 것인데
귤이 노랗게 색이 들기 시작할 즈음에 회원님 나무 정하고
초대할 날짜도 정할까 생각중이다.
회원님 나무를 정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그동안 나에게 조건없이 보내 주셨던 사랑에 작은 보답이라
그 어떤 결정이든 회원님이 따라 주시리라 생각하고
회원님나무는 어떤 나무냐고 묻는다면 귤값은 시세에 따라 정하겠지만
회원님 나무에서 생산되는 귤은 할인혜택을 드리고
직접 오셔서 따 갈수 있도록 기회를 드리고
(못 오시는 분은 내가 생산하여 보내드림)
관리는 내가 해 드리지만 회원님이 내 귤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드시도록 해 드리고 싶어서였다.
나의 회원님 대부분이 무한대의 믿음으로 내게 사랑을 주시는 분들이시라
그 마음을 무엇으로 보답해도 부족하지만
건강한 농산물을 공급해 드린다는 약속과
믿을수 있는 먹거리를 농장직송으로 받으실수 있도록 해드리는 것으로
작은 보답을 드릴까한다.
그리고 내가 도시에 살때는 믿을수 있는 농장 직거래와
농촌생활을 하고 싶어도 할수없는 여건이라
늘 그리워하면서도 체험할수 없었던 아쉬움이 있었는데
자연을 사랑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지향하고
무엇보다도 나의 노력을 제대로 알아 주시는 분들께
함께 수확의 기쁨도 누리시도록 해드리고 싶었다.
사실 농사초보에게 수확을 맡기는 것은 모험이다.
작은 가위질 하나에도 기술도 필요하고 나무에 따른 적절한 처방이 필요해서
나무를 정말 아끼고 수확물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고
이듬해 결실도 생각해 가면서 수확을 해야하기때문에
일반적으로 체험농장외에는 개방하지 않으려 한다.
나도 그 의미를 익히 알지만 나의 회원님들께서는 나만큼이나
나무를 소중히 여겨주실분들이시라고 여기기에
그리고 내일처럼 물심양면 도와 주셨기에 나름대로 감사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가감없이 믿을수 있는 농산물을 만나게 해드린다는 자부심으로...
작년 내 귤을 드신 많은 분들이 해마다 감기에 걸리던 것이
감기없이 겨울을 나셨다는 말을 들었다.물론 내 몸에서도 느꼈고...
귤 스스로가 만들어 낸 면역성을 내 몸에 섭취한 까닭이리라고 생각한다.
귤농부가 되기전에 서울에 살때에도 나는 잠시도 쉬지않고 식물을 길렀었다.
빌라에 살때는 화분이 베란다 가득이었고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오래된 단독주택을 마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사하여
쥐들과 동거를 하면서 마당 가득히 꽃과 야채를 키웠었다.
어느날 갑자기 돈이 되는가하여 농부로 뛰어 든 것이 아니었기에
수입에 관계없이 밭에만 가면 행복해지는 내 감성은 여전하다.
길 가다가 남이 버린 다 죽어가는 화분을 들고와서 살려내거나
작은 촉을 번식시키거나 해서 키워낸 것들이
지겹도록(^^) 무성하게 잘 번식하여 자라니 마치 내 손이 마이더스의 손인양 여겨졌었다.
맨위에 화려한 송엽국도 작년에 하얀도화지팬션 민들레님이 1-2cm로 잘라서
몇개 준것인데 뿌리 내려서 자라더니 올해는 저렇게나 많은 꽃을 피웠고
위에 감나무는 식목일날 시에서 2년전에 받은 것인데 작년에 두세개 꽃이 피더니
올해는 으악 소리가 날만큼 꽃이 많이 피고 이미 한아름이 되었고
2년전 산에서 캐 온 한뼘정도의 두릎나무도 2m도 넘는 고목이 되고
한 아름정도 되던 산수국도 5배는 번식 하였고,
귤 나무도 내가 첫해 만났던 그 귤나무들이 아니다.
너무 너무 무성하게 자라대니,특별히 살뜰히 살피는 것은 하나도 없고
단지 바라보며 좋아라할뿐인데 왜 이렇게나 잘 자라는지 모르겠다.
초생재배를 하니 귤밭이 풀밭인데
그 풀중에는 꽃들이 많아서 이렇게 사진재료가 많다.^^
이뻐하기만하면 이렇게 번식을 잘 하는 식물들.
더러는 미운 것들도 있기는 하지만(억세, 넝쿨들)
그들도 다 필요한 역활이 있을것 같다.
구석구석 들여다보지 않으면 어수선한 풀밭이기만 하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왕성한 생명력은 이렇게 생기롭기만하다.
제초제를 뿌려 마당처럼 깨끗하기만한 밭에를 가면
보기에는 깨끗해 보여도 미생물들이 활동을 할 수가 없고
오히려 나무도 왕성한 활기가 부족한 것 같다.
비료와 농약에만 의지해 목숨만 연명하는것 같은 허약한 생명력.
어찌 같은 기준으로 비교대상을 가릴수 있겠는가?
회원님 이름과 명찰은 다 준비해 두었으나
10월중에 결실 상태를 봐가면서 이름을 걸어도 늦지 않을거라 생각하여
그때 나무에 이름을 걸기로 하였으니
기다리신 분들께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주시라고 알려 드립니다.
이름 거는것 외에도 나름 준비해야 할 것이 있기에
여러각도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중입니다.
여름나기를 잘해야하는지라...
나무에 이름 걸면 개별 연락도 드리지요.^^
귤밭에 가면 뻐꾸기 소리가 한창입니다. 여름이 왔다는 소리이지요.
가는 봄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한 여름 맞으시고 누리시기 바랍니다.
2008.5.27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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