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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세자매네 불란지 농장*

by 농부김영란 2005. 1. 13.

 
새해 새출발 하리라는 결심으로, 감귤밭을 사서
농부가 되기로 하였는데...
나의 형편에 맞는 것을 사느라...돌 무더기 땅.
돌담이 다 무너지고...주변이 어수선하기 그지없다.
이틀동안 대충 치워 보았는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손대야할지 막막하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데...내 손으로 변하는 농장의 모습을
올해는 일일이 담아 보려한다.
 
영양 실조인 귤 나무도 어찌 농약없이 비료없이
잘 키워낼수 있을지 머릿속이 현재는 하얗다.
먼저 나에게 할 선물...호미, 괭이,쇠스랑,손수레, 자전거...
목장갑, 썬크림(???날 아끼는 언니가 이렇게 권유하던데...^^ )...
삼나무 가지가 어수선하기 그지없는 주변을 정리하면
작은 야채밭이 조금이라도 나올가 기대해 보는데...
남편은 날 극성이라하며...도와줄 생각을 않아서...
혼자라는 결심으로 덤벼보기로 한다.
아이들 데리고 일요일 가서 대충 치우고
아이들에게 나뭇가지를 태워서
가지고간 고구마로 군고구마를 해 주었다.
연약한 아이들인데도 옆에 있다는 것이 든든하여
두려움이 없는것을 보니 아이들이 내게 의지하기보다
내가 아이들을 더 의지하는것 같다.
 
내 어릴적...아버지가 광산업을 하시다가 매몰사고를 겪어
큰 곤경에 처한 때가 있었다.
광부 몇명이 매몰되어 사망한 큰 사고였는지라
우리집이 쑥대밭이 되었었다.
그때 엄마는 올망졸망 5남매를 앉아서 굶길 수가 없다시며
아카시아밭을 밭으로 일구어서 감자도 심고
밭나락도 심고, 곡식을 심으셨다.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밭가에서 나는 소꿉장난을 하였고
엄마는 도시락을 싸서 하루종일 밭을 일구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엄마의 그때처럼 절박한 상황은 아니지만
엄마의 마음이 자꾸만 되새겨졌다.
지금까지 한번도 그렇게 절절하게 엄마의 그 심정을 떠올린 적은 없었는데
을씨년스런 주변 정리를 하면서 내내 엄마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난 내가 선택해서 하는 일이지만
엄마는 피할수 없는 현실이 아니었던가?
엄마는 그 힘든 상황을 무엇으로 이겨낼 수 있었을까.
무쇠같은 힘을 쏟아낼수 있었던 것.
그 무한 에너지는 모성 본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아~ 내 엄마.....
 
앞으로 해야할 일이 말 그대로 태산인것 같다.
농사라곤 해본 적이 없는 나이지만 땅을 사랑하고,
기꺼이 노동을 즐길수 있는 내 품성을 믿고 벌인 일이지만
과연 내가 몸으로 부�히는 일에
잘 해낼 수가 있을지가 걱정이 앞선다.
우선 지력을 높이는 연구를 하여야 할것 같고,
자연 퇴비를 만들고 해충에 어떻게 농약없이 대비할지도
밤낮으로 연구해보고, 비가오나 바람이부나
농장으로 출근을 해야 할거고
어수선하기 그지없는 농장 주변도 말끔히 정리하고,
주변이 정리되면 건강하기도 하지만 아름답기도 한
농장을 만들고자 일이 끝이 없을것 같다.
 
우선은 내 아이들에게 먹일, 농약치지 않고 비료주지 않은 야채들을
가능한한 자급자족 해보고...
그리고 자신감이 생기면 이웃과 나눌수 있을 정도로도 수확을 하고...
그 다음에는 판매도 해 보리라.내 이름을 걸고서...
그 다음에는...내 고맙고도 마음의 빚을 진 지인들도 초대하고 싶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원치는 않지만
가능하면 최선을 다해 그날이 오도록 노력하리라.
물론 이모든 과정이 돈으로 뚝딱 해결될 수도 있지만
난 모든 것을 내 손으로 일구고 싶다.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내 땀과 정성이 깃든만큼 소중할테니까 ...
태산같은 일 앞에서도 꿈꾸는 일은 행복한 일인것 같다.
나에게 믿는게  있다면 남들이 해냈다면 나도 할수 있어~
그렇게 무모하게 덤비는 내 용기이다.
가끔은 만용에 가까워도 내게 도전케 해주는 그 힘에 의지하며...
 
내 명함을 농부라는 이름으로 하나 만들어야겠다.^^
 
 
 
불란지는 반딧불이라는 제주도 방언인데
아이들과 농장 이름을 무엇을 할까하고
머리 맞대어서 찾아낸 이름이다.
청정 지역에만 사는 반딧불이...처럼
청정 농장을 만들고 싶어서 붙인 이름인데
웬지 수식어가 있어야만 든든(?)할것 같아서
농장 이름을 <세자매네 불란지 농장>으로 하기로 하였다.
물애기 불란지는 어떤가? (아기 반딧불이라는 뜻)
제주도 말은 이쁘고, 소박한 것이 많다.
<느영나영은 너와 나...우리>라는 뜻이라는데
그것으로 할까하다가 불란지 농장으로 하기로 하였다.
반딧불이가 날아 다니는 우리 농장!
내 꿈을 그렇게 꾸어본다.
꿈은 이루어진다! 아자~~~~
 
 
 
 
 
2005.1.13.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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