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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내가 꿈꾸었던 2007년 가을 풍경

by 농부김영란 2007. 11. 4.

 

남편이 출장을 가느라 디카를 가져가는 바람에 그동안 귤밭 이야기를 쓸수가 없었다.

글로만 쓸수도 있지만 황금빛으로 예쁘게 변해가는 모습을

짧은 글로만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라, 그리고 그동안 온갖 고난을 딛고 우뚝 선 귤들의

환한 웃음을 사진으로라도 보여 주고 싶어서 기다렸는데

나의 노심초사와는 달리...우리 귤밭에도 황금빛 전주곡이 넘쳐나고 있었다.

무슨 특별한 사명감을 타고 이땅에 태어난 양...난 농부가 된 이상

내가 생산하는 먹거리는 그동안 내가 찾아 헤매던 그런 건강한 먹거리를 재배하겠다는

옹골찬 줏대 하나를 품고...올 봄...드디어...귤나무들에게 다짐을 했다.

"너희들, 부디 건강하게 자라 주어서 앞으로 다가오는 시련을 굳세게 이겨 내어 주어야만 해."

귤나무들에게 시련이란 무농약 친환경으로 시도한 사람들이 귤나무들을 고사시킬뻔 하였기에

수십년 농부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일이고보니

초보농부들이 멋모르고 덤비다가 야반도주하는 사람 많다는 일화를 무수히 남기다보니

바야흐로 웰빙의 시대가 도래하였다하여도 정작 농부들은 그렇게 친환경 농사를 짓기가

두렵고 어려운 일이라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과수 농사는 나무가 죽어 버리면 끝이기때문에

더구나 함부로 시도하기가 두려운 현실이라

제초제 치지 않고 농약 횟수를 줄이는 정도로 농업 기술원도 권장하는터라

무대뽀 여사의 무대뽀 기질이 아니면...선뜻 한발 내딛기 두려운 시도임에 틀림없다.

이제 겨우 초보 농부 3학년인 주제에 무농약이라고라?

대선배님들의 조소가 뒷꼭지를 따갑게 하건만...내 언제...누구의 흉내를 내면서 인생을 살았드냐?

어차피 한번 왔다가는 물거품같은 인생에 한번 시도해 보지도 않고

다른 사람이 실패했다고 나도 실패할까봐 두려워하리? 하면서...겁없이 도전장을 낸 올해...

기존의 관행,다 부정할만큼 젊은 치기를 가질만큼의 젊은 나이는 아니건만

기존의 관행을 고대로 답습할만큼 고리타분한 의식은 질색이기에 내 도전이 실패를

예견하는 도전이라해도 도전해 보고나서 내 스스로 말하겠다~~~

이렇게 다짐하면서 올 봄...나무를 건강하게 만드는데 촛점을 두어서

전정에서부터,거름주기등에 작년의 세배를 심혈을 기울이고 올해 무농약 시도를 했다.

 

 

작년 4-5회 저농약으로 시도를 하였던바라 어느정도 나무를 관찰하고나니

"세 아이 키운 저력이 있다, 나무도 똑같은 원리 아니겠느냐" 하면서...드디어...

그리고 내 발걸음에 늘 응원해주고 나의 무모한(?) 용기에 격려해주고

초보 농부가 지은 농사를 극찬해주고, 나의 성심을 믿어주고...

그런 나의 지인들께 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해 드리고 싶다는 열망이 넘쳐서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하는 주위의 우려를 뒤로하고 조심스레 올 한해 관찰하면서 보내었는데

나무를 튼튼히 한다고 강 전정을 했더니 나무들이 열매를 맺지않고

앞으로 다가올 시련을 대처할 양으로 아주 건강한 모습을 만들긴 하였다.

안 열려도 좋아, 건강부터 해야지...이런 속내를 나무들이 미리 헤아렸나보다.

 

 

올 봄...나는 아주 조심스레 꿈 하나 꾸고 있었다.

작년 내 농사가 어찌될지 몰라서 개인적으로 파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었는데

11월20일쯤 당도와 모양이 빠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자 개별 판매를 결심했었는데

널리 선전도 하지 않고 조심스레 판매창구를 살짝 열었는데

지인들의 열화같은 성원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되었기에

그 감사한 마음으로 또 다른 이벤트를 준비 하려고 하였다.

대량생산도 아니고, 또 대량생산이 주는 소홀함이 싫어서 소량으로밖에 관리하지 못하기에

나의 농사가 우리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질만큼의 소득도 아니었기에

남편이 직장을 다녀 주신다면 내 소신을 무너뜨리지 않고 농사를 지을수가 있겠기에

내가 가진 그릇만큼만 감당한다 다짐하고 앞으로는 회원제로 운영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건강한 먹거리를 간절히 찾는 사람,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

그런 사람들로 내 농장 회원들을 구성하고 싶었다.

그래서...귤만이 아닌 다른 기쁨들도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 일환으로 올 가을에는 작년에 내게 과분한 사랑을 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나무 한그루씩 분양해 드리고 싶었었다.노란 손수건에 이름을 달아서 선물로 드리고 싶었었다.

그리고 가을에는 직접 오셔서 수확해 가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었다.

귤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정이 넘치는 그런 작고 아담한 농장을 만들고 싶었었다.

더이상 물질적인 욕심은 내고 싶지가 않았었다.그런데...여름을 지내면서

노란 손수건을 매달만한 나무들이  그렇게 많지 않음에 고심해야만 했다.

절반 이상이 해거리를 심하게 하였고, 그리고 올해는 무농약으로 가는 첫해라서

귤이 어떤 모습이 될지를 장담할 수가 없었기에 9월까지 고심하다가 분양하는 것은 포기했다.

수확하는 날...건강하게 잘 견뎌준 귤 나무들을 치하하고, 그리고 땀 흘리며 수확하는 기쁨과

중간에 먹는 새참, 점심등이 그 어떤 관광 여행보다도 더 행복한 체험이 되지 않겠는가하는

그런 상상을 했었다.번쩍거리고, 럭셔리하고, 잘 정돈된 그런 풍경이 아니라

진솔하고 참다운 삶의 현장에서 함께 나누는 따뜻한 밥 한끼가

그 어떤 고급스런 장소에서 분위기 잡으면서 먹었던 진수성찬보다 못하겠으랴~~~싶었다.

그렇게 해드리고 싶었다. 결실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 싶었다.

내가 드리는 사랑을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다.그래서 봄내 구절초 밭도 일구고

구절초 차에 구절초 주를 담그리라 생각 했었다.

그런 작은 나눔과 행복을 함께 할수 있는 분들만 초대하고 싶었었다.

 

 

그런데...내가 꿈꾸던 그 가을이 못되었다.노란 손수건을 매달아서

고마운 분들께 한그루씩 드리려던 소망도 잠시 접어야만 했다.

총 결실이 어느정도나 될까 아직까지 가늠이 잘 안된다.

하지만 어제 잘 익은 것으로 맛을 보니 꽤 맛이 잘 들었기에 보름쯤 후에 수확을 시작하면

(일부 한달후) 맛은 괜찮을것 같았다.겉 모양은 일반 시중의 농약을 친 귤들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수는 없겠기에 더이상 걱정 않기로 하였다.

친환경 자재로 소독하던 것도 8월부터는 일체 제공치 않고 자연 그대로

숙성시킨 결과를 관찰중이라서 작년보다도 더 건강한 먹거리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온전히 귤껍질을 잘 활용하시라고 적극 권장할수가 있을것 같다.

귤껍질이 약이라는데 농약을 치고나니 영 마음이 찝찝했던터라

올해는 껍질채 잘 활용해서 가족 건강을 잘 챙기시라고 권하고 싶다.

내년에는 좀 더 연구하여서 겉 모양도 더욱 상품이 될수 있을지를 연구해 보아야겠다.

올 한해...나의 무농약 시도와 모진 태풍과 긴긴 장마에도 잘 견뎌내주고

탐스런 열매를 맺어서 내게 함박 웃음을 보내고 있는 우리 귤들에게 크게 치하하고 싶다.

 

 

11월 20일 이후부터 수확에 들어갈까 생각중이라서 그때부터 한달 정도는 정신없이 바쁠것 같습니다.

그래서 혹여 그 시기에 관광을 오신다해도 제가 나가서 뵐수는 없고

저를 찾아 오셔서 부득이 저를 도와 주셔야만 할 형편이 될것 같습니다.^^

올해부터는 제 전공을 살려서 발효액등도 만들어보고

보다 요리에 보다 잘 활용할수 있는 연구를 해 볼 참입니다.

판매는 수확후 공고 올리겠습니다.

우선 두서없는 글...우리 귤을 선 보이느라 올리고나서 차차 수정, 첨삭을 하겠습니다.

사진은 어제(11월 3일) 저의 귤밭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2007.11.3 英蘭

 

 제가 귤 농사를 짓고나서 생산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소비자일때는 일일이 모르던 것이지요.얼마전 방송되었던 강제착색등은

파란귤을 일찍 따서(일찍 따서 귤 값을 잘 받게 하려고) 노랗게 보이게 할려고 강제 착색한 것이지요.

일부 파렴치한 상인과 농민 일부가 그렇게 한 것이지만 전체가 다 그런것은 아니구요.

귤의 마지막 수확 과정중에도 농약 이외의 절차가 있습니다.

농약 중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고독성, 맹독성 등도 귤의 모양과 맛을 위해

공공연히 처방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기준이 겉 모양과 귤의 크기, 맛등에만

기준을 둔 상업적인 관점에서였지요.그래서 전 제가 먹고싶은 귤을 제배 하기로

결심하였지요.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재배된것이어야하고

그 다음이 맛이라고 저의 기준을 잡았습니다.

시중에는 여전히 최상품은 당도(맛)과 귤의 겉 모양과 크기가 전부입니다만

저도 맛을 중시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건강을 헤치는 먹거리는 지양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생명을 살리는 먹거리여야만 하지 생명을 죽이는 먹거리가 아무리 화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귤 나무에서 자연 숙성시켜서 소비자에게 가는 것은 사실 많은 손실을 감수해야만 한답니다.

저도 작년에 수확해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완숙 상태에서 따면 저장기간도 아주 짧구요.

그렇지만 전 완숙시켜서 귤을 딸 예정이고, 그래서 저의 판매 기간도 길지가 않을것 같습니다.

세 아이를 키워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제게도 있지만 남편이 직장을 다녀서

생활비를 보충할수 있으니 제 소신을 끝가지 지켜 나가겠습니다.

돈을 먼저 계산하면 절대 이런 도전 못할거라는 생각입니다.^^

시중에서 쉽게 만날수는 없는 저의 농산물이라고 자부 합니다.

잘못된 관행들이 이제 조금씩 사라졌으면 합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줄수있는 최고의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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