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몰아칠거라는 일기예보를 들으면 두렵고, 불안하고,뒤숭숭하고...
막상 태풍이 몰아칠때보다 더 어수선하기만 하다.
나의 요몇년의 시간들이 그랬다.늘...개운하지못한 두려움이 따라다녔다.
남편이 퇴직하면 어떻게 대처할까...그 생각에 늘 묵직했다.
며칠전...남편은 드디어 시한부 직장생활을 선고받았다.
예견하던 바이지만 막상...현실이 되고보니...
처음에는 일말의 분노가 따라왔지만 회사의 어려운 처지를 헤아리면
수긍이 가는바라 이내 맘을 다스리게 되었다.단지...방법이 맘에 안들었지만...
회사가 얼마간의 시간을 줄테니 빨리 나가주시라고...
남편의 자리를 치웠다.내가 오너라면...하고 입장 바꾸어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듯이 답답한 현실인지라...일단...인정해야지.
전셋방 2000만원으로 시작하여 집도 장만하고 아이들도 셋이나 부양하고...
그동안 무풍지대에서 살았으니...그 공도 잊어 버리고 원망을 하면 안되겠지.
내 처지만 주장하면 안되겠지.입장 바꾸어 생각하면 당연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입안에서 말이 되어 튀어 나오려는 그동안 못다한 말들이
자제를 잃으려고 하는 것을 가라 앉히려고 노력해본다.
자신만의 생존을위해 더티플레이를 유감없이 보여주던 살아남은 사람이 위로랍시고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허허...무슨...위로가 그런가?그래서...자제심이 동요될뻔했다.
한번도 열정을 제대로 불태워 보지 못했던 것이 아쉬울 뿐.
진이 거의 다 빠져서...무기력해진 남편이 안쓰럽기만하다.
휴가를 일주일 낸 남편에게...그냥 담담히 받아들이라고...
언젠가는 건너야 할 강이 다가온 것이라고...
남들은 대학학자금까지 혜택을 다 받았건만 늦게 결혼한 탓에
고등학교 학자금도 못받아보고 23년의 직장 생활을 마감한다는 것이
못내 억울한 맘도 있지만...회사가 침몰직전이라는데...남은 애사심으로
회사가 다시 잘되기만을 기원해주는것이 도리가 아닌가하고 다스리려고 노력해본다.
홀로서기 한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겠지만...
피할수없다면...정면돌파하는 길밖에 없지 않은가.
뚜껑이 열리고나서 난 오히려 담담해졌다.태풍전야의 두려움보다...
소심한 남편이 언젠가 올 기회를 기다리며 준비했던 저 많은 자료들이 아쉽기는 하지만...
패자의 말에 귀기울여 줄만큼의 여유있는 세상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과정은 보지않고 맘이 급해서 모두 결과만 보고 달리다가 더욱...
수렁에 빠지는 것을 수년간 안타까이 지켜보아만 왔다.
이제 남은 애사심이란...조용히 사라져 주는 것이라고 회사가 압력을 주고있지 않은가.
그래,...조용히 사라져줄테니...더이상 자존심 건드리는 행동은 자제해 주었으면 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꼿꼿했던 내 자존심을 더이상 건드리지만 말아다오.
조직에서 능력의 잣대가 어디까지인줄 다 모르지만 그래도...뒤에서 욕 얻어먹을 짓은
절대 하지 말자고...그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그래...다 가슴에 묻어둘게.
혹여 어떤 사람의 개인적인 공명심때문에...웃으며 헤어질 마지막 자리까지
원수가되어 만나게되게 몰아가지만 말아다오.
나는 끝까지 패어플래이하고 싶거든.
....
......
.........................
앞으로 남편이 건너야 할 강.....
그 강 앞에서 가장 의연해야만 할 사람이 바로 나란 것을....
그 무게가...만만치않게 다가와...조금씩...여유를 잃었었지만...
이제...큰 쉼호흡을 내쉬고...내가 세상과 맞서야 할 시간이다.
이제부터 내 진면목을 보여줄 때가 온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2007.6.6.英蘭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밀린 6월 일기 (0) | 2007.07.06 |
---|---|
두려움과 마주하고... (0) | 2007.06.16 |
와산돌담집 (0) | 2007.05.27 |
봄바람 (0) | 2007.05.10 |
있을때 잘해야... (0) | 2007.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