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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봄바람

by 농부김영란 2007. 5. 10.

 

 

봄날이 다가도록...꼼지락거리며 작은 귤밭에 매달려 세월을 다 보내고보니

오래 버티었지...내 몸이 몸살을 한다.힘이 들어서라기보다도

진력이나서 바람이 휘감는다. 평소엔 너무나...질식할만큼 모범적으로 살다가도

어느날 바람이 내게 찾아오면...안절부절...흐느적거리면서...일탈을 감행해야만

남은 시간 또 감쪽같이...미련하게...황소처럼...그렇게 살아내곤  해왔다.

 

 

 

 

 

나의 겉만 대충 아는 사람은 내가 너무나 반듯하게 살아가는 모범 답안지로 여긴다.

나의 안을 조금이라도 눈치챈 사람들은 가끔 가다가 당혹해한다.

나의 돌출 행동이 평소의 나와는 매치가 안되는지 의아한 표정이다.

나를...내 내면까지 들여다 본 내 오랜 친구들은...내게 연민을 한다.

바람이, 그것도 고운 바람이 아니라...

광야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을 안고 사는 사람임을 짐작한다.

내 엉뚱함을 안으로 삭히고...바람을 가슴에 끌어 안고,

꾸역꾸역 살아가는 모습이...웬지...안쓰러운지...

참 많은 사랑을 주었다.인복이 많다는 것을 많이도 느꼈다.

그다지 베풀며 산것같지도 않아서,마음 고운 지인들이 날 연민하며

베풀어 준 것이라고 여긴다.

 

 

 

 

 

 

 

얼마전...감성이 비슷한 제주도 여인을 만났다.

나보다도 인생 몇년을 더 산...깊이를 아는 분이시다.

요즘...한김이 빠져나간 느낌이어서...하소연을 했다.응석을 부렸다.

망망대해에서 방향타를 잃어버린 이 느낌...갱년기 탓이냐고?

괜시리...한숨이 배어 나오고...

아무리 생각해봐도...지금이 내가 가장...호사스런 시절인데도

마음은 이리도 무거운지...그 정체가 무엇일까하며 ...

산같아 보이는 그 언니에게 응석을 부렸다.

밭일하다 말고 내달렸다.그 언니네 귤밭으로...

옛 시인의 노래를 흥얼 거리며 이렇게 달려갈수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축복일텐데도..."언니야...왜 이렇게 기운이 없지"

"나 기댈 곳이 필요해~~~"

누군가 내게 기대면...비켜 비켜~~나도 힘들어...하면서

난 누군가에게 기대어서 한없이 응석을 부리고 싶으니...참...

언니에게...생등심과 냉면으로...거하게 대접받고

"난 절대 갚는다는 소리는 못해요~~"이렇게 뻔뻔하게 내뱉고는

"언니 복이 있으면 받을끼고..."

내가 무슨 복이 이리도 많아서...이번엔 분위기있는 무인 카페에까지 데려가준단다.

 

^^     ^^    ^^   ^^   ^^

 

 

 

 

 

 

 

주체 못하는 돈을 쳐 바른 느낌이 아니라

넘치는 자신의 끼를 발산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던 이 무인카페.

낮에는  말 그대로 무인카페...원두커피나 차를 알아서 마시고 설겆이까지 하고

돈도 내고싶은대로 내고 가시라는 주인장의 배려에 가슴부터 따뜻해진다.

저녁에는 주인장이 직접 라이브도 하고, 맛있는 피자를 일정량만큼만

구어낸다고한다.오며 가며...아니면 일부러 우리처럼 달려온 사람들이

카페안을 따뜻하게 채우고 있다.

내 안에서 휘몰아치던 바람도 어느새 잠잠...

또 한동안...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아주 모범생으로 며칠은 살아낼 수가 있을 것만 같다.

사람때문에 시달릴 때가 있다가도, 사람때문에 한없이 따뜻해지기도 하는

인생길, 나그네길...

따뜻한 봄바람으로 날아와...나를...손잡아 준 언니께...감사드린다.

 

2007.5.10.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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