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일곱해...적잖이 살았다, 돌아보니...
늘 꿈을 꾸었던 것 같고...늘 바스락대며 분주히 움직였던 것 같고
늘...갈증에 시달렸던 것도 같다.
서른 두살을 넘기면서...혼자 멋지게 버틸 자신이 없어서
내 옆에서 결혼해 주기를 바라는 남자가 있기에...성실하면...착하면...
그외 조건은 만들어가면 되지...하는 배짱으로 결혼을 했었다.
적은 나이도 아니면서 결혼에대한 준비도 마음가짐도 없이 그냥 떠밀려 가듯이...
혼자라는 것이 조금씩 지쳐 갈때쯤이었고,내가 꿈꾸던 내가 만들어 가고자 했던 현실을
멋지게 연출할 자신이 슬그머니 사라져 가기도 해서였던 것 같다.
그렇게 내 결혼 생활이 시작 되었고...생산력은 탁월(^^)해서 쑥쑥...가자마자
내리 세 아이를 낳았다.마흔살까지...세번의 재왕절개로 아이 셋을 낳았고
다섯번의 이사와 또한번의 수술.이사, 아이들 돌, 백일, 승진,부서이동...
이런 저런 핑계를 만들어서 일년에 서너번씩은 잔치를 치뤘다.땀 뻘뻘 흘리면서...
그렇게 세월이 어찌 가는지도 모르게 마흔 고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내 가쁜 숨소리를 옆에서 지켜보는 인생 선배들은 부디~~~천천히...라고 넌즈시 잡아 당기곤 했지만.
늦은 결혼에...세 아이에...이제 겨우 집 한칸 장만했나싶어서 한숨 돌려려는데
그때부터 IMF가 터져서 명퇴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지금의 내 나이의 선배들이
소리없이 퇴장하기 시작했다.그 후부터는 직장 생활이 열정을 다바쳐야하는 대상이 아니라
언제든 너도 각오해야만 한다는 비수를 번뜩이며 다가오는 존재였던것 같다.
제주도를 내려오기까지의 숨겨진 우여곡절도 있지만
지나간 사연들을 구구히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엮어진 인연들중에는 악연도 있지만...
모두들...그런 비수를 혼자라도 피하기위해 생존의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 현장이
직장이고보니...그 이후는 내내...두려움이 내 옆을 따라 다녔던 것 같다.
한시바삐...준비 상황에 돌입해야 한다는 절박감에...떠 밀려 왔던 것 같다.
내 옆에서 준비없이 명퇴를 맞아 수렁에 빠지는 이웃과 친구와 친척들을 보아 왔기에
어린 세 아이를 데리고 내게 다가올 두려운 현실을 예감하며 한시도
마음이 편치 못했던 것 같다.제주도 생활 3년을 조금 넘긴 지금...
제주도로 떠나올때 이미 난 오늘을 예감하고 있었기에 막내를 조기 입학 시켰었고
운전면허도 트럭을 몰수있는 1종 보통으로 땄고...그 사이...내가 농사까지 짓고 있다는 것을
전국의 지인들께 널리 알린 것이...내가 그만큼 절박함을 예감했었기 때문이었다.
내 몸을 아끼지 않고 마구 굴린 댓가로 건강이 마음을 따라주지 못해서 안타까왔지만
이곳에와서 농사를 지으면서 내 정신을 극기하는동안 체력도 조금씩 호전되어서
지금 남편이 명퇴를 한다해도 최소한의 준비는 갖춘것 같다.
사람들은...내가 늘...아우성을 치며 요란하게 사는 모습을 토해내니까
날 수퍼울트라캡숑 우먼으로 보는 분이 많지만 실제의 난 껍질만 덩그러니 남은
어미거미같은 느낌이다.아득하고...흐물거리고...땅속으로 꺼져 들어가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다.
내가 살아온 날들 중에 절박한 현실과 담판을 지어야 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 순간을 떠올리며 내 안에서...힘을 만들어 내고...나를 의식적으로 긍정적으로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기에 옆에서 보는 이들은 내 태생이 외향적인 줄 알지만
내 천성은 여리고 섬세하고, 정이 많고,상처 잘 받고, 소심하고 내성적이다.
그리고...여전히...정의감에 불 타곤 한다.
의로운 사람을 보면 가슴이 뛰는...한편 철이 덜 든 사람이다.
아마도 이 부분은 영원히 철이 덜 든채로 생을 마감할것 같기도 하다.
천성을 바꾸어 보려고해도 도무지 되지 않으니 할수없이 상처 받으면서라도
인류평화를 부르짖으며 살아가야만 할것 같다.그런 과다보니...
남편의 명퇴선고는...잠시...내게 휘청거림을 주었지만 그예 나는 열사로 돌아와 있다.^^
먼저 남편을 추스리고 있는 중이다.오랜 직장 생활중에 조직의 부품이 된 남편은
한편 바람앞에 등불같은 존재일수도 있는것 같다.방생한 지리산 반달곰이라고 옆에서 말한다나.
내가봐도...위태롭기만 하다. 그래서 내가 이토록 긴장하는지도 모른다.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이라고...남편에게...먼저 세상을 배우고 부�혀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도...우리가 건너야 할 강을 주지하고 있다.
가족이 일심동체가 되어서...함께 건너야 할 강이니 모두 신발끈을 동여 단단히 매야만 한다고...
추락의 의미를 이미 경험했던 나인지라 웬만한 고생과 내핍은 견뎌낼 내성이 있지만
남편과 아이들은 온실속의 화초인양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내 앞에있는 강은 내가 진두지휘해서 건너야 할 강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따르기도하지만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큰소리를 치고 있다.
지금부터야말로...너의 진정한 용기와 능력을 보여줄 때가 된것이라고.
생의 마지막 열정을 불살라 보라고...열정에는 나이가 없다고...
지금 내 앞의 두려움과 마주하고...담판을 짓고 있는 중이다.
2007.6.16 英蘭
이제 루비콘 강을 씩씩하게 건너 가겠습니다.
지난번 어두운 글로하여 심려 끼친것 같아 죄스러웠습니다.
언제나...제게 달려와 어루만져 주시고, 손 잡아 주시는 의리의 친구들(언니들포함)께
더욱 씩씩하게 살아내는 모습을 보여 주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제부터 진짜 축제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분, 절 사랑해 주시는 분...
반드시...잘 이겨 내어서...지켜 보시는 마음에 기쁨을 드리도록 할게요.
사랑하고 사랑해요.
ps: 사진이 좀 무겁나요? 매번 랄라~하는 사진만 골라 올렸지만
우리 가족의 진지함을 보여 주려고 심각한 표정들의 사진들을 올려 봅니다.
치어리더 엄마를 둔 덕에 우리 가족들은 실은...그다지 심각해 있는것 같지 않네요.
불안과 공포를 3일 이상 못 지니고 가는 저인지라 "잘 먹고 힘내자~~~" 이러니
철없는 아그들과 남편은 "잘 먹자~~"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듯 합니다.TT
그 외에...나머지는 제가 다 알아서 할거라고들 믿는 눈치라서...
실은 제 어깨가 더 무겁기는 하지만요.지리산 반달곰과 그 새끼들을
치열한 생존의 현장에서 살아 남도록,,,제 임무가 막중하지만...
도전과 모험을 즐기는 내 본성을 유감없이 발휘해 보겠습니다.아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