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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겁 없는 엄마 <2>

by 농부김영란 2004. 2. 5.



어젯밤 잠을 잘 못 이루었습니다.
막내 예인이를 조기 입학(7세) 시키려고 결정하고.
많은 분들의 지혜를 구하니 거의 80%이상이
반대를 하셨기 때문입니다.
저도 아이가 특출나기 때문에가 아니고
제 나이가 많고 남편이 요즘 말하는 사오정 나이라
언제 회사를 그만 두게 될지 모른다는 강박 관념때문에
지난 가을 갑자기 내린 결정이기에
늦둥이 막내라 유난히 여리고 앳된 아이를
조기 입학까지 시키려는 마음을 먹는 것이
호기를 부리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갈등이 밀려왔습니다.
아이가 겪을 벅참을 미리 예견하면서
어린 것을 힘들게 해야하나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냥 내년에 정상 입학 시킬까
마음이 갈피를 못 잡았습니다.


내 친구중 몇 명이 남편이 명퇴를 하고서
적당한 사업을 못 찾아서 마음 고생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 또한 강건너 불 보듯 남의 이야기만은 아닐거라는
위기 의식이 수년 전부터 목을 조이기에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갖추어야 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아이들이 어리니 최대한의 시간을 벌자
이것이 내 요즘 목표였지요.
남편이 퇴직할 경우를 생각해서 나도 어떤 구상과 대비가 있어야
막상 부딪혔을 때 당황하지 않고 추스리기가 쉽지 않을까해서
어린 막내를 조기 입학 시켜서 학교에 적응 시켜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았습니다.
물론 막내는 비교적 침착하고 위로 언니 둘이 있어서인지
또래에 비해 글자등은 빨리 익혔지만
오뉴월 하루 해가 어딘데 아이들 여무는 것이 일년 차이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큰 아이 때도 많이 겪었었지요.
큰 아이도 12월 생이라 저학년 때는 엄마의 애 간장을
녹게 했습니다.아이나 나나 시행 착오도 많았습니다.



막내 딸을 낳고 내 건강이 기울었기에
아이를 튼실하게 거두지 못하여 더욱 아이가 해맑고 여립니다.
기운 없는 엄마밑에서도 아이는 병치레없이 잘 자라주어서
참으로 고마운 아이였는데 이 엄마가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서
지난 가을 유치원 7세반에 넣고 강 훈련을 시키니
아이가 힘에 겨웠는지 영구치가 나는 것과 맞물려
호된 홍역을 치루었습니다.
"어차피 너가 겪어야 할 인생이란다. "
그렇게 강하게 마음 먹으려 하지만 왜 그리 막내가 애잔한지요.
큰 아이때는 어느 정도 냉정 할수가 있었는데
막내때 와서는 나이탓인지 아이가 심하게 눈에 밟힙니다.



밤새 아이의 보송송한 솜털을 들여다 보면서 고민 하다가
"이제는 더 머뭇 거릴 시간이 없다.
그냥 앞만 보고 달려 가야 한다.
이것이 현실이고,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가시밭 길에 찔리더라도 그냥 달려 가 보자.
일단 부딪혀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생각해 보자."
그리고 학교로 가서 아이 조기 입학을 신청하고 왔습니다.


그냥 건강하게, 적응만 잘 하기 바란다면
뭐 그리 어렵겠습니까만 요즘 다양한 교육을 받은
똑똑한 아이들 틈에서 아이가 사기가 저하되고,
의욕이 꺾일까봐 걱정이지만
이 겁 없는 엄마는 또 한번 도전장을 내 보렵니다.

"똑똑 안해도 좋아~.그냥 꾸준하게, 쉼없이,
남과 비교말고 내 길을 가는거야.
인생에는 정답이란 없으니 길은 내가 만들어 가는 거야."

또 그렇게 아이를 부추겨서 날개 옷을 입혀줘야 겠지요.